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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율화는 빛 좋은 개살구’
‘대학자율화는 빛 좋은 개살구’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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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09:54:39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자율화 방침은 허울뿐인가.’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통제에 대한 국립대 교수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월 개정된 서울대학교 설치령에 따라 서울대가 지난 여름방학 중 학칙을 개정하면서 불거졌다. 학칙 개정과정에서 바뀐 ‘서울대학교 설치령’을 처음 접한 몇몇 교수들이 사무국장의 업무분장 내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점차 공론화되고 있다.

개정된 서울대학교 설치령에서 교육조직과 행정조직 등을 학칙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면서도 직원인사, 자체감사, 예산편성 및 집행관리 등 대학운영에 필요한 실질적 업무는 여전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임명하는 사무국장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은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학과)는 “대학운영의 기본이 되는 예산 편성·집행뿐만 아니라 자체감사 권한까지 사무국에서 독점하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대학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사무국장’에 대한 논란은 비단 서울대만이 아니라 국립학교설치령을 적용받는 다른 국립대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 국립대에서는 “실질적 수장은 총장이 아니라 사무국장”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덕 전국 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 사무총장(전북대 국어교육과)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의 독점적 권한행사 뿐만 아니라 자체 감사권한까지 사무국에 있기에 대학의 다른 구성원들은 세부적인 예산집행내역을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립대 ‘사무국장’ 문제는 지난 1998년에도 지적돼 대학들이 예산 편성·집행·감사업무를 분리하라고 요구한 바 있으나 시정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당시 서울대는 행자부와 기획예산위원회에 사무국 소관인 예산 편성권을 ‘기획예산처’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한 개정을 건의했다.

이러한 대학들의 반발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최종결정권은 총장에게 있기 때문에 통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규제완화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관리담당관실의 변광화 서기관은 “서울대 설치령에서 사무국장의 업무를 규정한 것은 ‘분장’일 뿐이며, 사무국 역시 총장의 하부조직으로 최종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립대 교수들이 체감하는 사무국장의 권한은 교육부의 설명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대 한 교수는 “단순히 직급이 높고 낮음을 떠나 ‘실세’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도 최근 이 대학 교수협의회가 주최한 ‘국립대학발전계획안 대토론회’에서 “과거 대학개혁을 명분으로 시도된 정책들은 수 십 가지를 넘지만 기본 축은 대학교육의 관료제적 통제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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