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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는 더 높게
2007년에는 더 높게
  • 경희대 김해영 교수
  • 승인 2007.05.01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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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과 개나리도 지고, 싱그러운 녹음이 내리는 이곳 수원캠퍼스에서 어느덧 올해로 12번째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매년 그렇듯이,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길 겨를도 없이 실험실 학생들과 나의 생활은 항상 바쁘게만 돌아간다. 매일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실험실을 볼 때면 그곳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대견하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 한구석으로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무한 경쟁체제인 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채찍을 들고 다그친다.

우리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식품생명공학과의 단백질생화학 연구실이 이렇게까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나와 함께 꾸준히 앞을 향해 달려준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기에, 과거에도 지금도 매번 그 상황에 만족을 하기보다는 좀 더 향상된 결과를 꿈꾸게 된다. 연구실이라는 곳은 결코 교수의 의지만으로 원활히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현재의 만족보다는 계속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원하는 나를 묵묵히 따라 준 학생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실험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연구실 내에서의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학문적으로 수직적인 관계로 시작되는 관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바란다. 나와 그들의 관계가 교수와 학생이라는 획일적인 관계를 벗어나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의지가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동반자와 같은 유대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를.

실험을 하다가 고민이 생기거나 실험실 생활이 힘들 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일들이 생겼을 때 내게 찾아와 털어놓아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날 의지해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날 그저 일로만 엮여져 있는 윗사람이 아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해 주는 것 같아 고마운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런 학생들에게 내가 답답한 구세대로 인식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어 조심스러워진다. 종종 학생들은 나를 슈퍼맨이라 부른다. 학생들의 눈에는 하루 24시간 일만 생각하는 내가 그렇게 비쳐지나 보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힘들고 지친다. 그럴 때면 학생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다시금 힘을 내게 된다.

각기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험실이니만큼 서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대화시간을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나도 각자 바쁜 실험 스케줄 속에서도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음주가무도 곁들여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함께 푸는 유쾌한 시간도 가진다. 방학 때는 학생들이 계획하는 엠티와 국내외의 학술대회에 참석하면서 틈새시간을 내서 일만으로 엮여있는 사람들이 아닌 가족들이 모인 것 같은 분위기의 실험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6월이 되면 또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이곳 실험실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취업을 하고, 또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정들었던 학생을 보내고 새로운 학생들과 다시 적응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자신은 이러한 순환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나를 여기까지 있게 해주고 앞으로도 함께 해줄 나의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과 함께 2007년에는 더 나은 우리의 모습을 위해 함께 나아가고 싶다.

김해영 / 경희대·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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