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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가르치는 맛을 보기 위해
[나의 강의시간]가르치는 맛을 보기 위해
  • 조계현/영남대·신소재공학
  • 승인 2007.06.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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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순응하지 못하는 나는 여전하다. 11년 전에 처음 대학에 부임할 때는 젊고 패기가 넘쳐서 내 중심적 삶, 교수자 중심의 강의 속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지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심 하나로 강의하고, 연구하고, 봉사하는 생활 속에서 주위 환경이나 다른 대학의 일들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5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내 가정의 어려움이 직장생활의 어려움으로 연결되었는데, 열심히 하는 것으로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몇 년 만에 내리게 되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인생의 고통스러운 심연의 늪으로 빠져 가기만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어려움의 해결을 내 자신의 변화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 속에서 모색하려 했는데 그것은 나의 능력으로는 절대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주변 환경과의 싸움에 열심이었던 나는 백전백패했고 자연스럽게 불평불만으로 차가고 있었다. 타인의 삶이나 환경의 변화는 나의 몫이 아니라는 그 쉬운 명제를 비싸게 깨닫게 나서야 비로소 나는 새롭게 제2의 대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후로 17세기 조선의 학자인 김득신 선생의 일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엽기적인’ 노력으로 한 시대의 학자의 반열에 오른 분이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보다 훨씬 못 미치는 지능을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분으로 한권의 책을 무려 11만 3천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고 만 번 이상 읽은 책이 36권이나 되는 그 분의 노력은 교수로서, 평생 학습자로서 나의 귀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분의 삶을 보면서 부끄러웠고,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어떻게 그분처럼 일평생을 두고두고 계속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나를 지속적인 평생학습자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 분은 “책 읽는 맛을 봤다”고 표현할 수 있는 다독자이고 지독한 노력가였다. 현장 속에서 맛을 보는 것이 곧 즐거움이 계속되는 것이요, 계속 즐거우니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분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도 많은 사람에게 “스스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러면서 개인적 친분이 있는,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L교수 얘기를 한다. 그 분은 나를 만나기만 하면 낚시터로 모시겠다고 한다. 실제로 시간만 나면 호수로 바다로 다니는 분이다. 그런데 어느 추운 겨울날 모임이 있었는데, 또 낚시얘기를 하면서 동짓달 겨울 밤낚시를 한 번 가자고 한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25년 전 남해안 가을 밤낚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간 밤바다 낚시에서 긴 밤과 새벽의 춥고 매서운, 아주 독한 맛을 봤던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그보다 훨씬 심한 겨울밤 고통의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겨울밤 새벽 북풍이 몰아치면 가슴이 아리아리하게 좋습니다.” 낚시 맛을 봐도 지독하게 본 분이기에 시공을 초월하여 낚시를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분이다. 그 분이 봤던 ‘지속가능한’ 맛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속하지만 무언가를 이끄는 거대한 힘이 있다. 가르쳐서 아는 간접 지식이 아니라, 경험해서 맛봐야 하는 직접지식은 지속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오늘도 열정과 기쁨으로 나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는다. 잘 안되기 때문에 설정된 목표지만 지금 기뻐하려고 한다. 기뻐하면 열정이 생기고 지속할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삶 속에서 ‘지속 가능하게’, 그리고 ‘기뻐하면서’ 글로벌교육, 현장교육, 전문화교육을 할 수 있을까? 모든 문제가 나로 인하여 생기진 않았지만, 문제 해결의 시작은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가 내 나름의 결론이다. 맹자는 ‘맛’을 보았고, 나도 언젠가 보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는 나의 길을 그렇게 갈 것이다.

조계현/영남대·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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