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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地大物博’아니다” 우울한 목소리
“더 이상 ‘地大物博’아니다” 우울한 목소리
  • 교수신문
  • 승인 2007.06.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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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中國 散策] 중국의 자원문제

중국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인가? 아닌가? 새삼스레 문제 같지 않은 문제를 한번 내본다. 땅은 엄청 넓고 인구도 세계 제일인 중국이다. 물산이 풍부한 나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요즘 중국 정부나 전문분야 지식인들의 걱정을 들어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원 빈국’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지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地大物博’이 아니라는 自省이 중국 내에서 일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기본실정은, 인구는 턱없이 많은 데다 발전 기초는 약하고, 자원과 생태환경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민일보에 실린 한 칼럼은, “중국의 1인당 경작지 면적은 세계 평균수준의 2분지 1, 1인당 수자원 보유량은 세계 평균의 4분지 1, 1인당 삼림 면적은 세계평균의 5분지 1, 4종의 주요 광산자원 1인당 보유량은 세계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자원 보유량이 적은 반면에 에너지 소모량이 큰 현실은 중국의 자원 부족과 경제발전의 모순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절약의 절박성과 중요성을 더욱 표출시킨다”고 강조하는 실정이다. (베이징 저널 제480호에서)
모택동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농촌의 경우가 더 하다. 견디기 힘든 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다. 적어도 모택동 시대는 너 나 없이 가난한 ‘빈곤의 평등’시대였다. 나 하나 못 사는 것이 특별히 억울하지도, 배 아프지도 않았다. 지금은 시장경제에,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각자 자기 주머니를 차지 않으면, 또 하루라도 주머니를 불려나가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행하다.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의 중국이 ‘절대빈곤’으로부터는 일단 해방되었다는 진단은 쉽게 나온다. 통계로도 검증이 가능하다. 국제기준으로 따져도 인도는 절대 빈곤층이 인구의 34%(3억)인데 비해 중국은 17%(1억 6천만)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농촌의 세금을 없앴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어서 농민들에게 정부의 세금 감면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지 몰라도 명분만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문제는 인구가 13억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지역 간,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어느 하루아침에 중국정부가 국민으로부터 1달러씩을 거둔다고 한다면 단번에 13억 달러가 모아진다. 거꾸로 정부에서 13억 인구에게 10달러씩의 혜택을 준다고 가정하면 130억 달러의 돈이 소요된다. 13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10조원 남짓 된다.
13억 인구를 고루 배 불리 먹게 하고, 좋은 옷 입게 하고, 현대식 아파트에서 살게 한다고 할 때, 식량과 옷감은 다 어디서 조달하며, 철골, 시멘트 등 건축자재는, 또 석유 등 자원은 다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 중국인의 풍요한 삶은 지구상의 제한된 자원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하나의 조크이긴 하지만, 중국의 가난은 인류의 재앙이고, 중국의 풍요 역시 지구의 재앙일 수 있다는 말이 나름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자원에 있어서 중국은 거대한 블랙홀인 것이다.
오늘의 중국은,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것은 참기 힘든,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랜 사회주의 습성은 ‘배 아픈 것’만은 여전히 참기 힘들게 한다. 하지만 오늘의 상황은 ‘배고픈’ 것을 더욱 참기 힘들게 한다. 나만 ‘배고픈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배고픈’ 것과 ‘배 아픈’ 것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국이 당면한 딜레마이다.
하긴 이러한 사회적 모순과 정책적 갈등은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유경제를 하는 나라, 선진화를 지향하는 발전단계에선 의례히 따르기 마련인 고통이다. 오늘의 중국이 그런 지경에까지 올라선 것에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발해만 지역에서 저장량 규모 10억 톤 급의 대형 유전이 발견되었다고 중국이 떠들썩하다. 하북성 당산시 경내에 위치한 이 유전의 탐사면적은 1천7백50 평방킬로미터, 그중 육지면적은 5백70평방킬로미터, 해변의 모래사장이 1천 평방킬로미터나 된다. 40여 년간의 탐사 끝에 찾아냈다고 한다.
지난 5월 1일, 온가보 중국 총리는 직접 이 유전을 돌아보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5·1절 기간에 특별히 찾아와 여러분에게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경의를 드린다”고 현지 일꾼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인민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지도자의 이런 행동 양식은 인민들을 희망의 언덕으로 끌어 올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중국엔 1년에 세 번의 황금연휴가 있다. 음력설인 春節과 5월 1일 노동절, 10월 1일의 건국절이다. ‘배고픈’ 단계를 넘어선 중국 인민들은 휴가를 이용하여 고향도 찾고 여행도 떠나야 하는데 땅은 무한대로 넓고 교통수단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정부는  2000년부터 이 세 휴일 기간에 한하여 약 1주일간의 연휴를 허가했다. 내수 경기 진작도 숨은 이유의 하나였다.
지난 5월 노동절 연휴기간에 최소 1억 5천만 명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통계가 있다. 중국 인구의 10% 남짓한 숫자이지만 한반도 인구의 곱절이 넘는다. 교통수단도 이젠 다양해졌지만 일반 서민들은 아직도 기차에 많이 의존하기 마련인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정부에서 임시열차를 증편해주지 않은 것이다. 기차역에는 물론 버스 터미널, 공항엔 표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도 예약이 폭주했다.
업계에선 노동절 황금연휴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인민들의 불만은 점차 이 황금연휴에 대한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1일 하루에 북경의 자금성을 찾은 관광객은 7만 4천 명, 2일에는 수용인원의 2.3배인 11만 5천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금성 관광을 소원하는 절대다수의 중국 농민 수에 비기면 ‘새 발의 피’였다.
다 같은 농촌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서 소득과 쓰임새의 격차가 날로 늘어나는 현상도 문제다. 어떤 농촌은 가구의 반 이상이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서민들은 귀성이나 관광은 커녕 현장에서 일에 매달려야 했다. 더구나 황금연휴 동안 1주일씩이나 은행이나 공공기관이 문을 닫다보니 기업체나 개인기업도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음은 물론이다. 네티즌들의 아우성이 빗발 쳤다.
어떤 네티즌은 노동절 연휴는 ‘黃金週’가 아니라 ‘죄짓는 주간(遭罪週)’이 되었다고 단죄하고, ‘세 가지 죄(三宗罪)’를 들기까지 했다. 경치를 망가뜨리는 죄, 여행길을 고생길이 되게 한 죄, 시간을 낭비하게 한 죄 등이다. “코끼리 다리가 아무리 가늘어도 쥐 다리에 비할 소냐……”라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강대국 의식을 표출한 말이다. 그 거대한 몸통이 자원 낭비에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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