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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알파’…알파가 합격의 주요변수
‘SAT+알파’…알파가 합격의 주요변수
  •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 승인 2007.07.0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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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세계고등교육 산책]하버드·예일·프린스턴大의 학생 선발정책

우리나라 대학의 신입생 선발제도 문제를 지적할 때 그 근거로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등 소위 미국 명문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정책이 예로 들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 대학들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업적주의 원칙을 포함한 기본원칙은 알려져 있지만 실제적인 신입생 선발정책(기준, 절차, 실제) 그리고 이 정책이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막연하게 짐작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2006년에 카라벨이 대학 내부 문서를 바탕으로 <선택 받은 자: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 선발과 배제의 숨은 역사>라는 7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출판함으로써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상당한 내용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신입생 선발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학, 그리고 각종 시민단체가 자기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데, 이 책이 향후 지속될 논쟁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징적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대의 신입생 선발 역사는 근본적으로 ‘업적(merit)’의 의미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업적의 의미는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이념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와 이익을 반영하여 변화되어 왔다”는 명제가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물론 업적에 대한 정의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회일반인의 도전을 받기도 한다. 사회적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었던 1960년대가 그러한 시기이다. 즉, 업적의 의미는 사회 전반의 변화뿐만 아니라 집단간의 권력관계 변화에 따라 바뀐다.

‘업적’위주 평가에서 SAT 도입으로 변화
1900년대 초까지 신입생 선발기준으로서의 ‘업적’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포함한 전통적인 교육과정의 통달 정도인 학업능력을 의미했다. 세 개 대학도 그 때까지는 다른 나라의 명문대처럼 학업능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왔다. 그러다가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업적이 강인한 성격, 건전한 신체, 적절한 사회적 배경을 요소로 하는 ‘전인적 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바뀐 가장 큰 이유는 학업능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한 결과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 학생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학업능력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경우 신입생 구성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경험한 대학경영진은 자기가 바라는 학생은 받고 원하지 않는 학생은 거부할 수 있는 새로운 학생선발 제도를 고안했다. 새로운 제도의 근간은 재량권과 불투명성이었다. 재량권은 선발권자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기 위한 것이고 불투명성은 재량권을 어떻게 사용하든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의 소위 명문대도 내심 이를 가장 바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대학이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는 대학 수학능력시험(SAT)은 1941년 12월 14일, 진주만 공격 1주일 후 하버드를 포함한 몇몇 명문 사립대들이 모여 기존의 논술형 대학입학고사를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그 대신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하버드는 SAT에 의한 학생선발 결과 ‘훗날 성실한 동문이 될 자원’을 충분히 유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1942년에 만들어진 ‘핵심’ 프로그램-동문이 가능성 있는 응시자를 면담한 후에 평가결과를 학생선발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을 활성화시켰다.
하버드는 애초부터 학문적으로 뛰어난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 차세대 지도자-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기관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할 것 같은 배경을 가진 학생-를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두 대학에서도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에는 냉전과 스푸트닉에 의해 촉발된 ‘재능 상실’에 관한 우려로 ‘전인’이 자리를 잃고 점차 SAT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동시에 한두 가지 특별활동에서 뛰어난 지원자가 선호되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는 정치적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성’과 ‘포함’이 선발 정책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종차별과 여성 배제가 완화되었다.
오늘날 세 개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입생 선발 기준은 1970년대 중반에 완성되었다. 큰 틀은 수학능력과 함께 동문 자녀, 방과 후 활동, 그리고 체육특기 등의 세 가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성적 이외의 요인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여러 자료를 집약해보면 갈고리-동문 자녀, 체육 특기자, 역사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구성원-를 가진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물론 가난하고 영향력이 없는 동문은 특혜대상이 아니었다. 2002년도의 경우 동문 자녀 입학생 비율은 하버드가 39%, 프린스턴이 35%, 예일이 29%에 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문자녀 특혜입학자는 일반학생들보다 인성, 방과후활동, 성적, 교사·상담자·동문의 질적 평가 결과에서도 낮았다. 프린스턴대의 경우 이 세 집단이 신입생의 40%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남은 60%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하버드대 ‘the Z list’ 특권증 선호 증거
하버드대의 학생선발에 관한 내부 자료는 1988년 7월 시민권위원회(OCR)의 조사 과정에서 외부에 드러나게 되었다. 하버드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Crimson 조사 결과 밝혀진 ‘the Z list’라는 것이다. 등록하기 전에 1년을 쉰다는 동의하에 약 20여명의 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선발 기준이나 이러한 제도를 두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학생들은 72%가 동문 자녀이고, ‘대학의 필요’와 ‘청탁’에 의해 Z list에 이름이 올려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이 명단의 존재는 하버드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부유층과 권력층의 특권에 부응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3개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점차 유사해져가고 있다.  전문직종(의사, 변호사, 교수, 행정가) 종사자는 미국인의 3%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자녀가 1996년 합격생의 1/3을 차지하였다. 2001~02학년도의 경우 부모 연간 소득이 4만 불 이하인 학생은 학부학생의 10%도 되지 않았다. 미국 고등학생중 사립고등학교 졸업자는 11%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예일과 프린스턴은 43~47%를 유지하고 있고, 하버드는 약 37%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개의 대학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1900년부터 2008년까지 109년 기간 중에서 47동안 그 졸업생이 백악관을 차지하게 되었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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