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다도해와의 만남 / 전라도 - 유달산

유달산은 해발 2백28미터의 낮은 돌산이다. 유달산 입구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서린 노적봉이 있고, 고하도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요 노래비인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있다. “삼백년 원한 품은”이란 가사 속에 장군의 영웅적 활동을 담고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에서 이난영의 목소리를 만난다. 그 소리를 뒤로 하고 또 오르면 오포대(午砲臺), 유산정(儒山亭), 홍법대사(弘法大師)와 부동명왕(不動明王)의 상, 봉수대터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마침내 일등바위에 서면 서남해 바다에 끝없이 펼쳐지는 다도해를 만난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은 금강산으로 유명하나 목포는 유달산으로 유명하다. 아니, 조선에서 몇 군데 풍광을 헤아리라고 한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저녁 무렵의 유달산을 그 하나로 꼽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유달산의 일등바위는 그 자체 이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그 위에 오르면, 다시 그보다 더 아름다운 다도해를 만난다. 유달산 일등바위 관광이야말로 전라남도의 아름다움을 단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일등관광이 아닐까!
고석규 / 목포대·역사학과
부처님의 영상이 어린 萬魚寺 / 경상도 - 만어사

수로왕 시기에 옥지라는 못에 독룡이 살고 있었는데, 만어산에 사는 나찰녀(羅刹女, 악귀)가 그 독룡과 사귀면서 우레와 비를 내려 4년 동안 곡식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에 수로왕은 주술로서 이를 금하려고 하였으나 어떻게 할 수 없어, 부처님에게 청하여 설법을 하였더니, 그 이후 재해가 없어졌다. 그로 인하여 동해의 용과 고기들이 마침내 골짜기 속에 가득 찬 돌로 변하여 각기 쇠북과 경쇠소리가 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연 스님의 불심이 만어사의 전설과 만나는 그 어름에 만어의 종석(鐘石)이 있다.
이곳에는 근래에 세워진 전각 하나가 보이는데, 그 이름은 미륵전이다. 미륵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범상치 않은 바위 하나가 그 속에 들어 있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변했다는 미륵바위이다. 이곳에 전해지는 전설과는 달리, 이제 미륵바위에게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통력 하나가 더 붙어 있다. 여느 절과 다른 분위기를 가진 이곳 만어사는 가야의 불교가 숨쉬고 있는 곳이다.
김기섭 / 부산대·사학과
호젓한 여행에 안성 맞춤 / 강원도 - 동창마을

역마살 때문에 가족들의 미움을 사던 차에 그럴듯한 명분까지 얻어 말 그대로 전국을 메주 밟듯 했다. 함께한 일행도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들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특색 있는 명주(名酒)가 있어 일이 수반된 여행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그때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의 지락(至樂)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송강의 필치로 명성이 잘 알려진 강원도 풍광의 수려함은 소문대로다. 산ㆍ바다ㆍ계곡 그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때문에 피서철이면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명승지는 늘 사람들로 넘쳐난다. 최근 여행 패턴이 바뀌면서 인적이 드문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에 위치한 동창마을은 호젓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홍천읍을 지나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30분쯤 달리다가 화양강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촌을 향하는 40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초행길이라도 어렵지 않게 동창마을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지만 아직은 시골 정취를 간직한 곳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내촌천, 매봉산과 어깨를 맞댄 청로봉이 있어 물놀이와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석조여래좌상(보물 제 541호)ㆍ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 542호)ㆍ불대좌(보물 제 543호)ㆍ불대좌 및 광배(보물 제 544호)ㆍ홍천 물걸리 삼층석탑(보물 제 545호)ㆍ홍천 물걸리 사지(강원도 기념물 제 47호) 등과 같은 문화 유적이 풍부하고, 3ㆍ1운동 때 희생된 8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념하는 만세공원이 있어 고금의 역사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청로봉 끝자락에 자리 잡은 청로정, 농업유적지인 석보(石堡), 애틋한 사연이 서린 영정 등은 덤이다. 만세공원에서 만난 촌로께 알량한 신분을 밝혔더니 전상국 작가를 아느냐고 되물어 왔다. 예의치레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시치미 떼고 모르는 척했다. 동창마을은 <아베의 가족>의 작가 전상국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대범 /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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