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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말하는 백제 가족사 … 핵DNA 추출에 기대
DNA가 말하는 백제 가족사 … 핵DNA 추출에 기대
  • 교수신문
  • 승인 2007.07.21 1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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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학문을 찾아서_DNA 고고학

1980년대 중반 이후 DNA 추출 및 증폭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고대의 생물 자료로부터 미량의 DNA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수 천, 수 만 년 전의 미이라나 인골로부터 DNA추출을 성공하는 예가 증가하고, 현생 DNA와는 다른 古DNA(ancient DNA)만을 위한 프로토콜이 개발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고고학 분야에 DNA 분석을 적극 활용하는 예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뼈, 식물 종자 등을 대상으로도 DNA분석을 적용하여, 각종 가축 및 곡물의 기원지 및 순화 과정에 대해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DNA 고고학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 DNA 분야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하리 인골 미토콘드리아 DNA의 PCR 결과
고대 분묘 유골서 DNA 추출
첫째는 인골 및 현생 인류의 DNA를 토대로 현생 인류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추출하여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거나,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은 대략 기원전 2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에 거주했던 한 여성을 모계로 한 집단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후 이 집단이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동아시아로 이동하면서 현생 인류가 확산되어 갔다고 주장한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둘째는 고대 분묘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로부터 DNA를 추출하여 피장자 간의 혈연관계를 추정하는 연구이다. 분묘의 축조는 일정한 친족 집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분묘의 구조나 분포, 부장품 등 고고학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자료를 통해서는 피장자 간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분묘 내에 인골이 남아있는 경우, DNA 분석을 통하여 피장자 간의 친연관계를 추적해 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 분야는 피장자들의 관계를 토대로 과거 사회의 가족제도, 친족구조, 나아가 사회구조를 연구할 수 있어 고고학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인류 기원에 비하면 아직 연구 사례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 고고학계에서 DNA 고고학 연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나, 현재 2~3개 연구팀에 의해 활발히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대부분의 연구는 고대 한국인과 현대 한국인의 연관 관계를 찾아보거나 한반도 거주 인류의 유전적 특징을 밝히려는, 이른바 한국인의 기원을 밝히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고고학, 체질인류학, 생물정보학 분야 연구진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古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피장자 간의 혈연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과거 사회의 가족제도, 친족구조, 나아가 사회구조를 연구하고자 지난 3~4년간 DNA 고고학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첫 번째 결과로 전북 완주 은하리에 위치한 6세기대 백제 석실분에서 출토된 4기의 인골 자료를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 추출에 성공, 이를 토대로 “피장자 2인이 남매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NA 분석 결과, 석실분에서 출토된 인골 4개체 가운데 2개체만이 모계를 통한 혈연관계이며 나머지 2개체는 어느 인골과도 모계 쪽으로는 아무런 친연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DNA 분석만으로는 2개체의 인골이 동일 모계 혈통이라는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였는지를 알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인골 및 유물 출토 양상과 같은 고고학적 정황, 체질인류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낸 사망 연령, 그리고 당시 사회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토대로 이들의 구체적인 관계를 밝히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피장자 2인은 남매, 외삼촌-질녀, 또는 이모-질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만약 피장자들이 외삼촌-질녀, 이모-질자 관계였다고 한다면, 이는 당시의 사회가 모계 혈족간의 유대 관계가 매우 강한 사회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6세기때 백제 지방 귀족 사회의 가족 및 친족 구조에 대하여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으나, 외삼촌-질녀 또는 이모-질자가 동일한 석실분에 매장될 성격의 사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아, 은하리 석실분에 매장된 인골의 주인공들은 남매 관계였을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보았다.

부장품만의 추측학설 재고돼야
피장자 집단의 친연관계 연구는 분묘군에서 출토된 다수의 인골 자료를 대상으로도 시행될 수 있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임당 유적은 1천5백기에 달하는 분묘에서 4백50여구에 이르는 인골 자료가 출토되어 피장자 집단의 친연관계를 연구하는 데 사상 유래가 없는 유적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팀은 이 가운데 최상층의 무덤으로 상정되고 있는 고총(高塚) 단계의 대형분에서 출토된 인골을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분석 중에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기존 연구에서 부모-자녀로 이어지는 ‘세대의 원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덧붙여 축조된 것으로 보았던 무덤에서 출토된 피장자들의 모계가 전부 다르다. 이는 3~4세대 내에서 형제, 자매, 모자, 외할머니-손자·손녀, 외증조할머니-후손의 관계가 한 건도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본 연구 결과만으로는 아직 피장자 집단의 친족구조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분묘 축조방식 및 부장품을 토대로 피장자 집단의 성격을 구성한 바 있는 기존의 학설은 재고해야 함이 명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두 연구 사례는 모두 부계 혈연관계를 밝힐 수 있는 핵DNA 분석은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장자 간의 관계를 추정해 본 것이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재 본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1/500 수준으로 극히 미량만 존재한 핵DNA를 古인골로부터 안정적으로 추출, 증폭시키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모계 혈통으로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DNA와 부계 쪽으로 유전되는 핵DNA 분석을 동시에 진행하여, 고대 무덤에 피장된 집단의 가계도를 복원할 수 있는 성과를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

이준정 / 서울대·고고미술사학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한반도 선사시대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의 전환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DNA 분석을 통한 백제 매장 양식의 일 연구: 완주 은하리 고분 출토 인골의 예’ 등의 논문을 썼으며 <패총의 고고학>을 번역했다.이준정 / 서울대·고고미술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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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미술사 2007-08-16 18:01:31
아직 초보단계의 분자생물학으로 이정도가 어딥니까마는... 국제 학술 경쟁력을 키워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