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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학생 취업지도는 여교수만 한다?
[기자수첩]여학생 취업지도는 여교수만 한다?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8.2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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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취업지도 실태를 취재하던 중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로부터 “평소 학생들의 취업지도에 적극적인 공대 남교수가 여학생 취업률이 남학생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명 ‘공대 여학생 취업률 높이기’ 프로젝트를 계획했다더라”는 제보를 받았다. 솔깃한 이야기였다. 전국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협의회에 등록된 37개 대학 중 36곳의 센터장이 여교수인 데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남교수도 거의 없을 정도로 여학생 취업에 대한 남교수의 무관심이 심각한 실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남교수를 같은 학교는 물론 다른 학교 공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 공대 교수의 말이었다. ‘남교수는 여학생 취업지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수준’이라는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장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교수들을 ‘홍보사원’처럼 고등학교와 기업으로 내모는 대학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교수들에게 ‘취업지도 제대로 해라’라고 요구하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학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학생들이 졸업 후에 무엇을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교수들이 많은 것도 사실 아닌가. 이런 교수들 중 특히 ‘남성’인 교수들은 좁은 취업문을 눈앞에 둔 여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제대로 이해할 리 만무하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채용담당자의 편견에서부터 노동조건 차별, 여성 상급자 기피 등 유형도 다양하다. 전체 교수 중 85%를 차지하는 남교수들이 젠더의식을 좀 더 갖추고 여학생 취업·진로 지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50대 중반 지방대 여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여운이 깊다.

“똑같은 일을 하고 귀가했는데 여성에게만 집안일을 전담시키려는 인식이 왜 아직도 이 사회에 남아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에요.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같은 곳이 아무리 잘 굴러가도 남성들, 나아가 사회전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학생들이 취업 전·후에 겪는 불평등은 여전할 겁니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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