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2:15 (화)
[나의 강의시간] ‘웰빙 강의’를 위한 고민
[나의 강의시간] ‘웰빙 강의’를 위한 고민
  • 교수신문
  • 승인 2007.08.27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온 지 어느새 3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좋은 강의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창기에는 수강생의 수준이나 요구를 배려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내공을 휘두르는 자아도취적 강의를 하지 않았나 싶다.
학생들과 밀착된 강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 기숙사 관장을 하면서부터다. 그때는 밤마다 현관문을 지키고, 방에서 고스톱을 치는 학생들을 적발했으며, 다음날 수업을 위해 잠을 재우고 아침밥을 먹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밤과 낮을 바꾸어 사는 것을 젊은이의 특권으로 여기는 학생들은 밥 먹는 일도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불규칙한 생활은 분명 공부에 지장을 주는데도 말이다.  
학생들은 강의실 안에서 다양한 학문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이 바탕이 되지 않는 지식이라면 그것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나태한 생활태도를 보면서 이론을 실천적인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 바로 ‘현대생활과 운동’이라는 과목이었다. 한마디로 건강을 위한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만든 선택교과인데, 학생들의 생활과 의식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욕심을 부린 교과이기도 했다.
우선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1시간 분량의 공개강좌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수업계획서와 함께 탑재하였다. 영상을 더 친밀하게 느끼는 학생들의 성향을 반영해 일종의 맛보기 강의를 첨부한 것이다. 또 수업계획서는 가능한 한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안에서 관련 정보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수강생의 요구를 조사하는데, 그것은 학습 동기 유발에 꼭 필요하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교육자들은 물을 먹지 않는다고 하여 손을 놓을 수 없다. 하다못해 물통에 풀을 섞어서라도 물을 먹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비만도 검사이다. 개강 첫째 주에 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비만도 검사를 해 주고 학기가 끝날 무렵 다시 측정하여 그간 실천한 운동으로 변화된 몸을 스스로 확인케 하니 효과 만점이었다.  이제 대학 강의에 있어 새로운 기술과 문화의 도입은 거부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나 역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영상물을 곁들인 파워포인트 강의록을 사용하는데, 요즘 학생들이 영상매체에 익숙한 만큼 호응이 좋다. 현대인의 운동부족 현상과 생활습관병의 심각성, 그리고 그 예방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의 실천 모델을 제시해가며 과학적인 운동기전을 설명하는데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과 태도를 보며 젊은이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기대이상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무엇보다 반응이 좋고 효과가 있었던 프로그램은 바로 “장학금에 도전하는 봉의산 새벽등행”이라고 명명한 수강생들과의 학교 뒷산 오르기이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규칙적인 운동습관과 자기관리 태도를 위한 것이므로 강제사항이 아니고 학점과도 무관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들이 활기찬 대학 생활을 영위하고 나중에 정말로 장학생이 되는 것을 보면 새삼 강의의 보람을 느끼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강의에 변화를 주는 일이 때로는 조금 귀찮고 까다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웰빙 강의를 위해 이론보다 실천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약간 노력을 기울이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강의평가가 아니더라도 강의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나면 매우 뿌듯하다. 강의를 하다 보면 때로는 우연찮게 뜻밖의 장소

에서 외부 특강을 할 일도 생긴다. 내 강의를 듣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준다니 나로서도 반복적 일상에서 맛보는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사이버강의에 눈을 떠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입체적 강의 방법을 고민 중이다. 좋은 강의를 위한 노력만이 앞으로 교육개방의 파고(波高)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양은석 / 한림대·체육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