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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익 매달리기 보다 도움줄 수 있어야
경제수익 매달리기 보다 도움줄 수 있어야
  • 교수신문
  • 승인 2007.08.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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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세계고등교육 산책] 7. 미국 대학의 국제화 노력 시사점

대학의 국제화와 세계화는 서로 관련되어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대학의 국제화는 대학 간의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에 초점을 둔 개념으로, 대학의 세계화는 한편으로는 경쟁 차원에서 세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학의 질 개선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교육적 차원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환경을 포함한 세계적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선 및 프로그램 운영에 초점을 둔 개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오늘날의 대학 국제화는 과거와 달리 단순히 학생 국제 교류 차원에서 벗어나서 대학 내 강의실에서의 활동, 교수들의 국제적 연구 협력 활동, 대학경영진의 대외 활동, 기금 모금을 통한 수익 창출, 그리고 해외 학생 모집 등 다양한 차원을 포함한 복합적 활동을 의미한다(Mcmurtrie, 2007).

대학의 국제화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는 교수 개발 프로그램-워크숍, 심포지엄, 국제 연구지원비, 여행 기금, 보상 체제-개발, 세계적 이슈에 초점을 둔 학제간 강좌나 프로그램 개발, 지역 연구 프로그램 개발 및 각 전공에 세계적 차원 포함, 다양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 확보, 이들을 하나의 대학 공동체로 묶는 활동, 전공, 재정 상황, 관심 지역, 언어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외국어를 습득하고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갖도록 기회 제공, 그리고 해외 분교를 만들어 그 분교와 함께 주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결책 모색 등이 제시되고 있다(Mccarthy, 2007).

미국 대학들도 재계와 정계로부터 지구촌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국제화 추진을 위해 연구, 봉사, 강의 영역에서의 국제적 활동을 관장할 전문 행정가를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교수들은 강좌 내용에 국제적 시각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기 학생들을 외국 학생들과 연결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9.11 사태 이후 외국 학생 모집이 어려움에 봉착하자 수많은 대학이 해외 캠퍼스를 열거나 외국대학과 함께 협력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2006년 현재 미국 대학들은 세계 42개국에 해외 분교나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일부 영리형 사립대학은 영리형 대학 설립이 금지된 국가에 가서도 어느 기업이 토지와 시설을 소유하게 한 후 그 기업으로부터 이를 임차하는 형식으로 수익을 남기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영리형 대학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라우렛 교육 회사(Laureate Education Inc.)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대학의 경우는 대부분 직접적인 재정적 수익 창출보다는 자국 학생과 교수들의 국제적 교류 기회 확대, 국제 협력 연구, 후발국 지원과 문제 해결, 국제협력 연구비 확보 등의 부수적 효과를 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 대학의 분교나 협력 프로그램 개설에 대한 각국의 반응도 서로 다르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고등교육의 지역 허브가 되기 위해 외국 대학의 분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 에미리트도 중동에서 유사한 지위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강한 기준을 제시하여 기존의 분교를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외국에 분교와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는 미국 대학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승승전략을 구가할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화를 위하여 대학과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영리를 추구하는 영리형 대학들이 아닌 경우에는 직접적인 이윤 창출이 아니라 분교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 대학 분교나 협력 프로그램을 유치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 대학의 명성과 기존의 분교나 협력 프로그램 운영 실태를 먼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치를 통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면서 유치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강점을 토대로 미국 대학과 협력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미국 대학의 일방적인 국제화가 아니라 상호협력적인 대학 국제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학의 국제화 노력이 우리나라 대학과 정부, 그리고 기업체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강의를 하는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의 경우 외국에 분교나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할 때 우리말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둘째, 외국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경제적 수익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우수한 대학 자원을 활용하여 해당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외국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이나 분교를 설치할 경우 당연히 본교 학생과 교수들의 국제적 안목 향상과 국제 체험 기회 제공, 국제적 공동 연구 수행 및 필요한 연구비 확보 등에 기여하게 될 것이므로 그러한 부수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 무역을 통해 경제를 살려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업을 하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염두에 두고 현재 우리 상품을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와 미래 잠재 소비 국가를 대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이나 분교 설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기금과 기업체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만큼 다양하고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은 없다. 대학은 확보하고 있는 물적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보다 주체적으로 지역과 국가 그리고 지원을 필요로 하는 외국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와 함께 배출하는 학생들의 국제적 감각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국가와 기업체는 국제협력을 이끌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를 지원하며,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 대학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프로그램과 기금을 마련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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