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대학 기획실장을 맡았을 때 필자가 있는 대학과 미국 일리노이대학-시카고(UIC)의 공동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료 교수의 도움을 얻어 일리노이대학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고 교대가 외국 대학과 공동 석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없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교육부의 동의도 얻어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나의 2년 임기가 끝나고, 4년 임기의 총장도 바뀌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전 총장이 추진하던 사업에 대해 새로운 총장 당선자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대학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교수회의에서 프로그램 추진이 부결돼 결국 성사시키지 못했다. 언뜻 보면 당시의 시점이 좋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신임 총장과 교수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미국 대학의 국제화 계획 추진을 분석한 차일드레스(Childress, 2006)의 연구를 보면 미국 대학들도 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대학의 분권화된 의사결정구조, 더디게 진행되는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재정적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획 추진 단계에서는 대학 국제화에 대한 대학 전체 구성원의 이해 부족과 간섭받기 싫어하는 교수들의 자율성 확보 요구가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국제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대학들의 공통점은 대학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으며, 국제화를 위한 대학본부 차원의 국제화 업무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은 국제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수를 지원하기 위해 전 대학 차원의 교수 포럼과 회의를 자주 개최하고, 교무처장이 국제화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국제교육 전담부서장이 필요한 교수 개개인과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대학 국제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교수들이므로 교수들이 마음으로부터 동의하고 지원하도록 이끌고 유도하는 것, 그것이 대학 국제화의 성패를 좌우함을 미국 대학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미국 대학의 국제화는 정부가 아닌 대학과 민간단체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미국 대학의 국제화 부서장들이 결성한 국제교육자협회(Association of International Educators)이다. 이 협회는 대학 국제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일리노이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폴 사이먼(Paul Simon)상을 만들고, 2005년도에 캠퍼스 국제화 우수대학 5개를 선발해 시상했다. 우수대학으로는 65%의 학생이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콜비대학(Colby College), 2년제 대학중에서 해외 학습 프로그램을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콜케이트 대학(Colgate University, Howard Community College),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학(global studies)을 전공과 부전공으로 개설한 UCLA, 그리고 해외 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주요 공립대학 중에서 4위를 차지한 켄사스대학(University of Kansas)이 선정됐다.
미국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또 다른 단체는 국제교육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http://www.iie.org/)이다. 이 협회는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교육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1919년에 만들어진 조직으로 미국 중앙정부, 세계은행, 포드재단, GE 재단 등의 다양한 단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주로 대학원생, 전문연구원, 학부생, 교수 등의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데, 홍콩지부는 아시아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유치하기 위해 미국대학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일본, 대만, 그리고 베트남 등의 아시아 11개 주요 도시에서 개최한 입시 설명회에는 미국의 100개 대학이 참여해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섰다. 국제교육협회 베트남지부는 호치민시에서 미국 전문대학협회의 입시 설명회를 개최를 지원하고, 전문대학협의회가 방콕과 홍콩의 입시설명회에도 참여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20세기에 세계 대학의 역사를 새롭게 썼던 미국대학들은 21세기에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는 대학 국제화 노력의 성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대학의 국제화가 대학 경쟁력의 한 축이고 대학 경쟁력이 기업과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그날이 오면 대학 혼자서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서 대학의 국제화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