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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미소로 ‘커피 한 잔 나누시죠’
맑은 미소로 ‘커피 한 잔 나누시죠’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7.10.2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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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교직원과 마찰이 생겼을 때

50~60대의 관록있는 교수들은 과거 시절이 더없이 좋았다는 말을 종종한다. 이 말 속에는 교직원 대하기가 아주 쉬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교수들이 떠맡은 ‘잡무’들 대부분이 교직원들이 처리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절이 변했다. 학생들과 관련된 일들은 교수들에게로 넘어왔다. 그러니 교직원들과 껄끄럽기 십상이다. 소소한 일에서부터 총장 선거, 대학 평의원회 구성 문제 등 가파른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사안까지 ‘전선’은 광활하다.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교직원과 마주치는 일은 흔하다. 강의 편성, 수강인원 조정, 연구업적평가, 하다못해 출장비를 지원받으려고 해도 직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몸과 생각은 따로 논다. 그래서교직원들과 얼굴을 붉힐 때면 ‘보직이나 맡을까’하는 생각도 절실해 진다.

ㄱ대에 몸 담고 있는 김 아무개 교수는 ‘행정 편의주의’에 젖은 직원들과 얼굴을 붉힐 일에는 “그냥 체념한다”고 노하우 아닌 노하우를 귀뜸한다. “교직원이 해야 될 일을 교수에게 떠넘길 때, 출장비 지원을 요청했을 때 직원들이 명확한 근거 없이 거절하면 정말 화가 난다.” 그래도 얼굴 붉히면 마음만 상한다. 이런 경우는 거의 ‘체념의 미학’에 가깝다.

ㅎ대 이 아무개 교수는 ‘책임소재 원칙론’을 노하우로 전한다. 원칙적으로 누가 해야 할 일이냐를 역할 척도로 삼아 일의 전가를 원천봉쇄한다. 일에서는 원칙을, 그리고 관계면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얼굴 붉힐 필요도 없다.

ㅈ대 최 아무개 교수는 다혈질이다. 그래서 최 교수는 일단 한 판 붙는 쪽을 택한다. 실컫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러나 교직원과 마찰이 있고 난 뒤의 ‘진화과정’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점심이나, 커피 한 잔, 맑은 미소로 ‘미안하다’는 사과 제스처를 먼저 보낸다. 효과가 상당하다. ‘저돌적 인간형’ 노하우다.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도 교직원들과 전혀 마찰이 없었던 노하우도 있다. ㅁ대 허 아무개 교수는

“교직원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을 일이  아닌 인간관계로 이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권위를 버리고 직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직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그의 비결이다. ‘탈권위론 노하우’인 셈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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