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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지식인을 만나다
‘건전한’ 지식인을 만나다
  •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
  • 승인 2007.10.2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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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신임교수 의식조사] ④신임교수 의식조사 결과를 보고/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

대학인이라면 신임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직장에서, 인사이동도 거의 없이, 어느 직종보다 장기간 근무한다는 대학 교수의 특성 때문에 교수의 능력과 인품과 의식이 학과와 대학에 큰 영향을 준다. 또 우리나라는 교수가 지식인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신임 교수의 의식은 매우 건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학에 재직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85% 이상이 연구와 교육을 꼽고 있다. 또 교수로서의 최고 덕목으로도 78%가 연구와 교육을 지적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교수 기본적인 사명은 연구와 교육이니까 이렇게 답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반면, 보기에 따라서는 지식인을 대표한다는 대학 교수가, 특히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초반인 젊은 교수가, 학교 일에만 신경을 쓰고 사회 문제는 나 몰라라 하겠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임 교수 중 사회참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또 참여를 선호하는 사람 중에서 전문기업체 지원, 종교단체 활동 등을 제외하더라도 반 정도가 시민운동 지원 등을 선호한다고 답하고 있다. 이걸로 볼 때 연구와 교육을 중시한다고 답한 것은 그게 교수의 일차적인 책임이기 때문이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뜻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바람직한 지식인의 역할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 권력 비판, 사회적 약자 보호를 꼽은 비율이 42%에 달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응답자 중 인문사회계 교수가 반이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높지 않은지, 혹 자기 생각과는 무관하게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답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매우 너그럽다는 점은 특이하다. 60% 이상이, 관련 분야에 따라서는 전문성을 발휘하여 정치에 참여해도 좋다고 응답했다. 소위 ‘정치교수’를 백안시하는 기존의 교수집단과는 매우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전문성을 발휘하여”라는 단서가 정치참여에 관대하게 답하도록 유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성 교수들도 ‘전문성’과 무관하게 잿밥에만 마음을 두는 교수를 비난할 뿐, 전문성을 살리는 정치참여라면 역시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전문성을 살리는’ 정치 참여가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선호하는 대선후보에 대한 설문도 관심을 끈다. 일반국민의 여론과는 달리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1위이기는 하지만 18%에 못미치며, 문국현 후보 지지가 12%로 2위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낮고 문국현 후보 지지가 높은 점도 신임 교수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늘 들어오던 경제성장 타령, 기업하기 좋은 나라 타령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경제를 편다고 하니까 신선한 느낌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 양극화로 치닫는 비정규직의 나라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게 돼, 지식인으로서 사회가 이렇게 나아가서는 안 되겠다는 책임감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추측된다.

이런 여러 가지를 보더라도 신임 교수는 학자, 교육자로서만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도 건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대된다. 신임 교수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해 주기를 바란다.

김윤상 / 경북대·행정학과

필자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토지정책을 전공했다. 저서로 『알기쉬운 토지공개념: 지공주의 해설』, 『헨리 조지: 100년만에 다시 보다』 등이 있다. 토지정의운동으로 잘 알려진 필자는 경북대 교수모임 ‘복현 콜로키움’ 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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