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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欺欺人이란]출전은 ‘朱子語類’ … 진실 잃은 세태 풍자
[自欺欺人이란]출전은 ‘朱子語類’ … 진실 잃은 세태 풍자
  • 교수신문
  • 승인 2007.12.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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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一濤 박영진. 휘호를 쓴 박영진 교수는 한국서예가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자기기인’의 아래 ‘기’자를 고어로 표기했는데, 이는 같은 글자가 반복될 때, 운필의 묘와 시각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서예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를‘전양’이라 이름한다.

그대로 옮기면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이 말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 말에서 欺는 속인다는 뜻이다.
옛 경전인 『大學』에서는 “자신을 속이지 말라(毋自欺)”고 했다. 이 말에 덧붙여 朱子는 『朱子語類』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매사에 진실해야 한다는 윤리를 강조하는 말로 쓰였다.

이 말은 불가에서도 많이 사용했다. 『法苑珠林』에서는 “妄言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일체의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좋은 길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진실과는 동떨어진 그릇된 말은 자신과 남을 기만하여 나은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게 봄으로써 망언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였다.

자기기인의 행태를 드러내는 가증스러운 사람의 사연은 참으로 많다. 어떤 사람이 큰 쇠종을 얻어서 짊어지고 가려했다.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지지 못하자 망치로 쳤다.

종소리가 크게 나자 사람들이 종을 뺏을까 걱정해 그는 제 귀를 틀어막았다. 또 황금을 훔치는 자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장에 가서 황금을 집어 달아났다.
관리가 그를 붙잡아 이유를 따져 묻자 그 도둑이 하는 말이 “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황금만 보였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呂氏春秋』와 『淮南子』에 나오는 고사다.
이런 사연에서 보듯이, 자기기인은 인간의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쇠종이나 황금만이 보일뿐 상식적 판단은 사라지고 타인은 보이지 않는다. 과욕으로 인해 엄연한 진실을 덮어버리고 허위와 가식이 진실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운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나중에는 선량한 많은 사람을 속인다. 그들의 거짓말은 진화를 거듭하며 세상을 속이지만 그렇다고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에는 거짓말의 실체는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이런 자기기인의 성어에 들어맞는 사건을 너무도 많이 접했다. 교육부총리에 이어 신정아와 대학총장까지, 그리고 사회 저명인사가 논문을 표절하고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폭로됐다.

또한 유력 정치인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 행위가 겹쳤다.
자기 거짓말에 포로가 된 그들이 그런 행위를 통해 지위와 명예와 부를 얻고자 한 강렬한 욕망은 인간적이라고 하기에는 분수를 모르는 탐욕으로 비쳤다. 황금만 보이고 국민은 보이지 않은 듯한 사회지도층의 행태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도덕과 신뢰의 결핍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이 윤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도록 노력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안대회 / 성균관대·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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