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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
  • 교수신문
  • 승인 2008.07.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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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찬 한겨레 기자
 

< 내러티브 사례 모음 >



1. 내러티브 기사란?


■ <인트로>

2002년 12월, 미군 이슬람 목사는 병사들로 가득 찬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강당에 섰다. 그의 임무는 병사들에게 이슬람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었다.

그 강의에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웨스트포인트에서 교육을 받은 이 군종목사는 이전에도 수천 명의 군인들 앞에서 10여 차례 이상 같은 종류의 강의를 했었다. 그의 상관들은 그 강의를 수용소 캠프의 성공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강의는 감시병과 심문병들이 그들의 포로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날, 적어도 단 한 사람은 다른 것을 들었다. “그가 말한 것 가운데 일부는 수용자들에 대해 대단히 동정적인 것이었어요. 내 말은,  그 강의가 당신을 쭈뼛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는 거죠."  미 육군 정보 장교인 제이슨 올리히 대위의 말이다. 제임스 이 대위는 이로 인해 혐의자가 됐다.

이후 2년 동안, 제임스 이는 반역의 구름 속에서 살았다. 지난 금요일, 그는 군을 명예 제대했다. 그러나 그가 동료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번 주, 『시애틀 타임즈』는 이 촉망받던 장교가 어떻게 신실한 군인에서 간첩죄로 기소된 이슬람 신도가 됐는지에 대한 최초의 상세 보도를 할 것이다.

이것은 사소한 의혹과 오해를 세계적인 수사로 변화시킨 장교들과 그 의혹을 열성적으로 해명한 이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이것은 국경이 아니라 이념에 의해 ‘적’이 정의 내려지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9․11 이후 미국에 대한 이야기다.


■ <1편> 떠오르는 별

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자 이슬람 신자였던 제임스 이는 9․11 테러 직전 이슬람 군종장교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어느 순간부터 이슬람에 대한 그의 지식은 군대 안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돼 있었다.

(알 코바르, 사우디아라비아, 1991년 8월)

23살의 육군 대위가 걸프전쟁 직후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슬람의 불꽃’이 제임스 이의 내면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패트리엇미사일 부대의 장교였던 제임스 이는 페르시아만 근처의 킹 압둘 아지즈 공군기지에 배치 받았다.

당시 미군 안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제임스 이 역시 그 흐름의 한 부분이 되어, 기지 안의 무슬림 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수천명의 미군 병사들이 이슬람 센터를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세운 이슬람 센터는 군인들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고, 가능하다면 이슬람 신자가 되도록 이끌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

제임스 이는 지역 신문과 방송국으로부터 쏟아지는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전국 규모의 언론들도 그를 찾았다. 미군의 새로운 이슬람 목사는 ‘떠오르는 별’이었다.


■ <2편> 관타나모 임무

관타나모 기지에서 제임스 이는 포로와 경비군 사이의 긴장 완화를 돕고 이슬람을 소개하는 장교로 일했다. 관타나모에는 40여개국 출신의 600여명의 포로들이 수감돼 있었다. 도날드 럼스펠드는 이들에 대해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평했다. 제임스 이 가 도착하기 전, 이 곳에서는 이미 최소한 한 차례 이상의 기아 폭동과 일곱 차례 이상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 포로들은 가혹한 수감 생활을 성토했다. FBI 요원들조차도 미군의 수용소 규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관타나모, 쿠바, 2002년 11월)

9․11 이후 제임스 이는 미군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목사가 돼 있었다. 그는 병사와 장교 그리고 언론을 향해 이슬람의 교의를 설명하고, 군대 내부의 관용을 호소해 왔다. 2002년 가을 그는 관타나모 기지의 근무를 명령 받았다.

수용소의 장교들은 제임스의 능력과 가치를 금세 알아차렸다. 전 세계가 관타나모의 수용소에 주목하고 있는 때, 미군이 그들의 포로를 인간적으로 다루고 있고 그들의 전쟁이 이슬람이 아니라 테러리즘에 대한 것임을 온 몸으로 입증할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 <3편> 배반의 공포

델타 수용소의 새로운 정보 책임자는 제임스의 강의로부터 받은 ‘뉘앙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정보 요원들과 함께 그는 관타나모 기지에 있는 ‘무슬림 파’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키워갔다.

(관타나모 기지, 쿠바, 2002년 12월)

푸른색 위장군복을 입고 검은 베레모를 쓴 제임스 이가 병사들로 가득찬 강당에 섰다. 수감자들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제이슨 올리히 대위도 이 강의를 들었다. 이 강의는 감시병-수감자, 무슬림-비무슬림 군인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서 수용소의 새로운 정보 책임자인 올리히는 불편해졌다. 제임스의 메시지가 아니라 “그가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의 기묘한 뉘앙스” 때문이었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 같았어요.” 올리히가 나중에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 그들이 세상을 다루는 방식도 정당화하는 것이었죠.”(……)


■ <6편> 간첩 열병

수사에 대한 언론과 의회의 관심이 치솟았다. 이들은 제임스 이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앞 다퉈 경쟁을 벌였다.

(잭슨빌 해군 비행기지, 플로리다, 2003년 9월)

제임스 이는 기소 전까지 구금 조치 됐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수사관들은 4개월에 걸친 사전 조사에도 불구하고 간첩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실은 급작스런 체포로 인해 단지 ‘이론’에 불과했던 간첩과 반역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오히려 중단됐다.

제임스 이 체포 열흘 뒤, 『워싱턴타임즈』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1면에 이를 보도했다. 다음날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전국의 언론이 이를 다뤘다. 수사관들은 이제 새로운 압력에 처했다.(……)


■ <7편> 고통스런 비밀

아미드(※또 다른 간첩 혐의자였다)를 간첩으로 기소하는 일은 실패로 끝났다. 제임스 이는 구금에서 풀려났고, 단지 포르노그라피와 간통 혐의만을 받고 있었다.

(올림피아, 워싱턴, 2003년 10월)

올림피아에 있는 그녀의 작은 아파트 복도에서 후다 수보는 두 명의 연방요원과 마주쳤다. 그들은 그녀의 남편인 제임스 이 대위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었다. 당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어요, 그들이 말했다. 관타나모 기지에 있는 여성 해군장교죠.

수보에게 그 주장은,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미 엄청난 고통을 그녀에게 던졌다. 조사관들의 심문, 가택수색, 현관문을 두드리는 기자들까지. 그리고 이제 이것이다.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요원들은 사진들을 하나씩 꺼냈다. 테러용의자들의 사진이었다. 당신의 남편이 이들과 만난 적이 있나요, 그들이 물었다. (……)


■ <에필로그>

(새크라멘토, 캘리포니아, 2004년 11월20일)

목사 제임스 이는 존경과 감사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한 강당에 섰다. “정확히 1년 전 이맘 때, 저는 해군 교도소에 갇혀 홀로 라마단 단식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저는 올해 그 상황이 달라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어 정부가 간첩행위로 그를 고발했을 때, 자신의 편에 섰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400여명의 청중 가운데는 지역의 종교 지도자, 정치인, 변호사, 그리고 무슬림, 기독교인, 불교인, 유대교인 등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제임스 이가 지역의 이슬람-미국 우호협회가 부여하는 ‘용기 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제임스 이는 ‘시민 자유 침해의 시기’를 살고 있는 청중들에게 그들 자신의 권리를 지킬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말을 맺었다. 청중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어떤 이는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 조그만 구석에서 제임스 이는 여전히 스타다. 그러나 또 다른 구석에서 제임스 이는 여전히 수상한 사람이다. 정부의 조사는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수사관들은 제임스 이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와 증인이 어딘가에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테오 폴렛, 제이슨 올리히 등 최초에 이 수사를 촉발시켰던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더 이상 (이 수사에) 개입돼 있지 않다. 폴렛과 올리히는 여전히 그들의 의구심에 기초해 적절하게 행동했으며 바로 이 때문에 관타나모가 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확신한다. (……)



2. 스트레이트 기사와 비교


■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알 카에다 포로들을 상담했던 미군 이슬람 목사가 적을 돕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고발됐다. 군 법무 당국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의 미 육군사관학교를 1990년에 졸업한 제임스 이 대위는 이달 초, 관타나모에서 출발한 군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잭슨빌에 도착한 직후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수사요원들은 그의 소지품에서 여러 건의 기밀 서류를 압수하고 그를 심문했다. 그는 잭슨빌에 이틀간 구금된 뒤, 남캘리포니아의 찰스턴 해군 기지로 옮겨졌다.

군은 제임스 이 대위에 대해 다섯 가지 혐의를 두고 있는데, 난동교사, 이적활동, 정탐행위, 간첩활동, 명령불복종 등이다. 군은 이후 보다 중대한 혐의인 국가반역죄도 추가했는데, 군법에 따르면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는 혐의다. (……)



3. 인물의 재발견


▷▷▷ 전형적 인물을 선택하라


■ (……) 검은 피부에 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힘 있는 백인 남성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150㎝의 그녀는 동료들을 보기 위해 항상 발꿈치를 들어야 했다. 1954년 지어진 건물에는 여성 의사를 위한 공간은 따로 없었다. 그녀는 가운을 갈아입지 못하고, 외출복 차림 그대로 검시했다. 그리고 피와 담즙으로 얼룩진  옷을 그대로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

- <발라의 영토 (In Barlaj's Realm)>1)


▷▷▷ 여러 명을 등장시켜라


■ (……) 5일 뒤에 애드먼슨 고등학교와 시티칼리지 고등학교의 경기가 있다. 이 경기에는 보다 큰 의미가 있다. 그 경기는 미식축구가 애드먼슨 선수들을 인생의 어느 지점까지 데려갈지를 말해줄 것이다. 대학 입학과 중산층 진입이 가능할 것인가? 미식축구 선수로 계속 성공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이들이 마약과 폭력에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경기는 단지 ‘두 학교’의 경기가 아니다. 볼티모어의 교육계에서 두 학교의 지위는 다르다. 도시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시티칼리지 고등학교는 오랫동안 모범이 됐다. 배우, 판사, 시장, 주지사, 의원, 작가,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까지 배출했다. 반면 애드먼슨 고등학교에 그런 마술 같은 일들은 별로 없었다. 작년에 한 학생이 학교 주차장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애든먼슨의 가족들은 마약과 폭력과 가난으로 신음했다. 매달 누군가의 친구 또는 친척의 장례식이 열렸다. 상당수 학생들은 자동차 수리, 미용사, 재단사가 되거나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토요일의 경기는 애드먼슨의 선수들이 시티칼리지 선수는 물론 그 누구와 비교해도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기회였다. (……)

- <빅 게임 (The Big Game)>2)


▷▷▷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라


■ (……) 무슬림 종교 지도자인 그는 새벽이 되기 전에 긴 옷자락을 끌며 텅 빈 거리를 나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의 어둡고 조용한 거리에서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집트의 농촌을 떠올려 본다. 그러나 브루클린에 해가 떠오르면 쉬크 레다 샤타는 회상을 접고 자신이 속한 현실로 돌아온다. 그는 9․11 사건 1년 뒤에 브루클린에 왔다. (……)

농부이자 비료 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난 샤타는 이집트 시골에서도 가장 하위계급에 속해 있었다. 18살 때 샤타는 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요에 따라 이슬람 종교 지도자를 육성하는 학교인 ‘다와’에 입학했다. 4년 뒤 샤타는 3400명 가운데 7등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

샤타가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선홍색의 중절모를 쓰고 어깨에서 발끝까지 내려오는 회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은 이슬람 학자들이 입는 전통복장이었다. 그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

- <미국의 이슬람 지도자 (An Imam in America)>3)


▷▷▷ 단순 이력과 인물 정보는 다르다


■ (……) 월요일 수업 시작 전, 마담 코투르는 윌리엄스 홀에 있는 외국어 대학에 들렀다. 동료 프랑스어 교수인 파브리세 툴롱이 그녀에게 봄 날씨가 쌀쌀하다고 말했다. 마담 코투르는 툴롱에게 자신이 최근 정원에 꽃을 심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꽃들이 서리에 죽을까봐 걱정했다.

21살의 고다르는 아침 8시40분에 일어났다. 그는 샤워를 하고 파란색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 그는 소말리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에서 살다온 국제학 전공자였다. 그는 크리스티나 히거라는 여학생을 좋아했다. 히거의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고다르는 그녀의 집에 들러 히거를 차에 태우고 학교에 왔다. 그들은 프랑스어 수업을 빼먹을까 생각하다 결국 강의실에 들어왔다. 그들은 몇 분 늦었고 문에서 몇 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란히 앉았다. (……)

- <211호의 치명적 침묵 (A Deadly Hush in Room 211)>4)


■ (……) 마이클은 17살이고 동성애자(gay)다. 그의 엄마는 여전히 울며 묻는다. “정말 확신하니?” 마이클은 물론 확고하다. 단지 그는 오클라호마의 시골에서 정확히 어떻게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지를 모를 뿐이다. 그는 셰어의 CD를 사고, 월마트에서 ‘보드’라는 향수를 산다. 그는 털사에 있는 반스앤노블 서점까지 22마일을 차로 달려가곤 한다. 그곳에서 ‘사회학’ 코너의 뒤편에 있는 동성애자 서적을 사본다.(……)

- <진짜 미국의 젊은 동성애자 (Young and Gay in Real America)>5)


▷▷▷ 소수자는 언제나 좋은 소재다


■ (……) 브룩클린 공원에 자리한 아만다 미장원의 텔레비전에서 오프라가 웃고 있었다. 바깥에는 눈이 내려 땅을 하얗게 덮었다. 그러나 클레오 해리스와 다른 손님들은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있었다. “라이베리아 내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해리스가 (기자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하나씩의 사연이 있지요.”

1980년 이래로 그 나라 인구의 3분의1에 달하는 1백만 명이 모국을 떠났다. (……) 해리스가 헤어 드라이에 머리를 맡긴 동안, 그녀의 사촌인 데마 살비지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

- <찢겨진 사람 : 클레오 이야기 (A People Torn : Cleo's Story)>6)



4. 사건의 재발견


▷▷▷ 모든 사건이 이야기 기사다


■ (……) 곰은 그를 인형처럼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믿을 수 없었다. 곰은 그를 계속 물고 물었다. 날카로운 절단기 같은 곰의 턱은 그 이빨이 뼈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어 번쩍거리는 칼날처럼 길고 단단한 손톱이 날아왔다. (……)

- <곰에게 공격당하다 (Attacked by Grizzly)>7)


■ “이 기사는 신문의 미래가 내러티브에 있다는 것을 나에게 확신시켰습니다. 온라인에서 이 기사는 53만 건의 조회를 기록했습니다. 활자화된 기사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뿐만 아니라) 『시카고 트리뷴』, 『시애틀 타임즈』 등 8개 신문에 더 실렸습니다. 저는 400여 통의 전자우편을 독자들로부터 받았습니다. 한 사람은, 기사가 갑자기 긴 시간대를 뛰어넘어 서술된 점이 실망스러웠다고 했고, 또 한사람은 사건 발생 18개월이 지난 뒤에 기사를 게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썼어요. 나머지는 모두 최고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독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주중에는 절대 신문을 사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 기사가 실린 일요판을 보고 나는 하편 기사가 너무 궁금해 월요일 신문을 사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당신 편집자한테 전해 주세요. 어제 오클랜드 공항 24번 게이트 앞에 있던 승객의 절반이 당신의 기사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 사건의 주변을 살펴라


■ (……) 그녀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래야 그에게 말을 걸 수 있었고,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 “내 호흡이 느려지는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아니오. 당신은 잘 버티고 있어요.” 그녀가 답했다. “깨어 있도록 애써보겠어요.” “물론이죠.” 그녀가 말했다. “계속 깨어 있어야 해요.” 10여분 동안 그녀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카키색 바지는 피로 물들었다. (……)

- <혼란 속에서 냉정을 지킨 여성 (Woman's Calm amid Chaos)>8)


■ (……) 그들은 두 시간 뒤인 밤 10시15분께, 에콜라 스테이트 파크에 도착했다. 비는 그쳤다. 그러나 패러글라이더를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나무에 처박은 그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리고 밤안개가 삼림지대를 휘감고 있었다. 밥은 트럭 뒤에서 장비를 꺼냈다. 등반용 벨트, 박차, 헬멧 등이었다. (……)

- <오르는 것 말고 할 일이 없어요 (Nothing to do but Climb)>9)


▷▷▷ 공간에 주목하면 인물이 보인다


■ (……) 그 시각 프랭크 라자노는 무역센터 빌딩 가운데 자리 잡은 23층 호텔의 19층 객실에서 속옷만 입고 서 있었다. 몇 분 뒤면 (무역센터) 남쪽 빌딩이 무너질 것이었고, 매리엇 호텔의 천장에 쓰러져 그것을 절반으로 동강낼 것이었다.

이 혼란 중에 라자노는 그가 인생에서 내린 최악의 판단이었다고 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샤워를 하기로 했다. 면도도 했다. 그는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벨보이를 부를까 생각했었어요.”

잠깐, 그 곳에 매리엇 호텔이 있었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호텔과 투숙객 900명의 운명은 사건의 가장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

- <그라운드 제로 호텔, 기적의 방 (At a Ground Zero Hotel, Room for Miracles)>10)


■ (……) 이곳에는 죽음이 만연해 있다. 부모들은 이 곳에 들어서는 걸음마다 공포를 삼킨다. 그들은 전자기계와 펌프와 온열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 애쓴다. 환자들, 바늘과 튜브에 의해 괴롭힘 당하는 반투명한 피부와 미숙한 뇌를 가진 아기들이 조용히 삶을 위해 싸우며 누워 있다.

스트레스는 이 곳의 적이다. 이 곳의 간호사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각 간호사는 매 분, 매 시간 단위로 한 명 또는 두 명의 환자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간호사들은 응급팀을 호출하는 빨간 단추로부터 결코 멀리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이곳을 ‘레벨 3’이라 부른다.(……)

- <레벨 3에서 생명을 위해 싸우다 (Fighting for Life on Level 3)>11)


▷▷▷ 삶의 위기에 주목하라


■ (……) 다코다가 똑바로 서려고 애쓸 때마다 줄리는 물었다. 다코다가 감염되거나 구토할 때마다 줄리는 물었다 : 의사들은 정말 옳은 일을 한 것일까? 만약 이식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다코다가 지금도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 병 때문에 다코다는 벌써 죽어버렸을까?

켄은 줄리의 그런 물음이 소용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식 수술을 받지 않은 뒤의 일을 그들 부부가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냥 그걸 받아들이자.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줄리는 다코다가 10번째 생일 때까지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켄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그는 다코다가 단지 몇 개월, 또는 1년 정도를 더 산다면 감사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코다를 그 수술에 맡긴 것을 켄이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 때 무엇인가를 했어야 했다.

- <타이섹 증후군 (Tay Sachs: At What Cost?>12)



5. 예측예단 불허의 글쓰기


▷▷▷ 처음부터 모든 걸 설명하지 말라


■ 그 순간은 꿈이 실현될 때의 독특하고 열광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아담 그린버그는 대기 타자 구역에서 그의 첫 번째 메이저리그 경기의 첫 번째 타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모든 단계들을 성공적으로 밟아 마침내 이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이제 24살이고 최상의 야구 경기를 하는 외야수가 됐다. 시카고 컵스는 그들의 2군 팀에서 그를 불러들였다. 컵스는 4대2로 플로리다 마린스를 이기고 있었다. 2005년 7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

- <어떤 체험 (Head Trip)>13)


■ 윌리엄 비비는 그날 밤 이후 몇 년 간 시달렸다. 그는 전에도 편지를 보내려 한 적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그건 마치 알콜 중독을 이겨내려 애쓰다 실패한 것과 같았다. 그건 마치 그가 삶에서 거듭해온 실패와 비슷한 것이었다.

이제 그는 (알콜 중독 치료의) 12번째 단계에 와 있었다. 9번째 단계의 프로그램에서 그는 상처를 준 사람들과의 일을 바로잡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가 그들을 더 다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도부터 한 뒤, 바닐라 향이 나는 종이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

- <용서를 구하는 남자, 악몽에 시달리는 여자 (One Man's Quest fo Forgiveness, One Woman's Nightmare)>14)


▷▷▷ 갈등을 점증시켜라


■ (……) 에이미는 여자 아이의 앞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가 곁에 있다면 도움이 될텐데.” 여자 아이가 에이미를 쳐다봤다. “저는 엄마가 없어요.” 여자 아이가 말했다. “나를 입양해 주실래요. 저하고 제 아기를 함께요.” 여자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릴리라고 했다. 그녀는 14살이었다. (……)


(……) “그 때 난 12살이었어요. 마약도 하고 그 마약을 사려고 몸도 팔았죠.” 릴리는 그녀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어떨 때는 하루에 10명의 남자와 자면서 돈도 많이 벌었어요.” 릴리가 말했다. “그래도 이젠 기뻐요. 만약 저한테 아이가 없었다면 입양되지도 않았겠죠.” 에이미는 답하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엄마, 이제부터 잘 정착할게요.” 릴리는 소리 내어 껌을 씹었다. “두고 보세요.” (……)


(……) 4월1일, 토요일 밤이었다. (부부의 친아들인) 콜레틴은 릴리가 어떤 영화를 한 편 보여줬다고 아빠에게 말했다. ‘Unfaithful’이었다. 어머니 에이미가 DVD를 틀어 봤다. 리처드 기어와 다이언 레인이 나오는 미성년관람불가의 영화에서 유부녀가 외간 남자를 만나 화장실에서 서로를 때려가며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그녀의 10살 난 아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릴리의 방에 들어서면서 에이미가 소리쳤다. “누가 너한테 이런 영화를 내 아들에게 보여줘도 된다고 했니?” 에이미는 릴리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말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릴리는 머리 위로 이불을 끌어 올렸다. (……)

- <좋은 의도 <Good Intentions)>15)


▷▷▷ 인용하지 말라


■ (……) 할머니는 절대로 손자가 일하는 곳으로 전화하지 않았었다. 2003년 2월4일, 화요일이었다. 만은 그의 증조부가 설립한 도로건설 회사의 책상에 앉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생신 때 못 찾아뵈어 죄송해요. 잘 지내시죠?”

“난 괜찮아. 나는 죽는 걸 걱정하지 않아. 내 나이로 보자면 나는 오래 전에 죽었어야지.”

“할머니, 할머니는 안 죽어요. 오래 오래 사실 거예요. 지금 어디 계세요?”

“나는 지금 어두운 곳에 있어. 묶여 있고. 저기 한 남자가 있는데… 나한테 불을 비추고 있어… 그 남자가 내가 곧 죽을 거라는구나.”

“무슨 남자요? 그 남자 바꿔 보세요.”

그러나 만이 들은 것은 전화가 끊어지는 소음뿐이었다. (……)

- <브라운 할머니 납치사건 (Kidnapping Grandma Braun)>16)


■ 비교 :

브라운 할머니는 2003년 2월4일 손자 만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죽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며 “지금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더러 곧 죽을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만은 “할머니가 죽을 일은 없으니 염려 놓으시라”며 “그 남자를 바꿔 달라”고 했다.


■ (……) “바로 이게 내가 말하는 그 (욕설) 장면이야.” 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가 텔레비전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흥분한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나 높아졌다. “바로 여기야. 여기 이 (욕설) 부분이라고. 나는 늬들한테 테크닉을 가르쳤어. 그런데 늬들은 빌어먹을 그 테크닉을 절대로 쓰지 않지.”

그는 잠시 멈췄다. “내가 말해줄까. 늬들 엄마와 아빠가 이번 시즌이 다 끝난 뒤에 나한테 전화해서 왜 늬들이 대학 미식축구부에 못 들어갔는지를 물어보면 말이야, 나는 늬들 엄마 아빠를 불러다가 이 비디오 테잎을 보여줄거야. 왜냐면 바로 여기에 엉터리 같은 (욕설) 게임이 있거든.”(……)

(……) “이런 날이 바로 연 날리기 좋은 날인데 말이야 (This is the kind of day you want to fly a kite, yo).” 스털링이 팀 동료이자 최고의 친구인 카일에게 말했다. “나는 연 날리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 (I ain't never learned how to, yo).” 카일이 답했다. “난 정말 연 날리기를 좋아했어 (Man, I loved it. I loved my kite).” 스털링이 말했다. (……)

- <빅 게임>17)


▷▷▷ 묘사는 전략적으로


■ (……) 엘리자베스 발라는 2월이면 66살이 된다. 그녀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는다. 늦은 아침이면 거의 지워져 버리는 핑크색 립스틱을 칠하는 게 전부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금 귀걸이를 귓불에  매단다. 카페라테 같은 얼굴에는 아무런 화장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검은 머리에는 이제 희뿌연 머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심하게 부패한 시체가 들어오는 날에야 그녀는 그 냄새가 얼굴에 배어 있을까봐 얼굴을 씻는다. (……)

- <발라의 영토>18)


■ (……) 어느 날, 그들은 로켓추진식 수류탄 16개, 대전차유탄 3개, 투척식 수류탄 11개, 박격포탄 21개를 발견했다. 또 다른 날에는 14개의 박격포탄을 더 발견했다. 다른 날에는 도로 폭탄 3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찾았다. 또 다른 날에는 위장 폭탄이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금속 뚜껑을 발견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그 뚜껑을 들어냈는데, 거기서 오수정화조 안에 떠다니는 ‘밥’을 발견했다.

부풀어지고 더러워진 흰 셔츠를 입은 시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발가락은 사라지고 없었다. 손가락도 사라지고 없었다. 머리는 몸체와 떨어져 그 옆에 떠다니고 있었다. 얼굴은 총을 맞아 구멍이 나있었다. (……)

- <불편한 문제, 친절한 이라크인과 잔인한 광경 (A Grisly Problem, Grateful Iraqis and a Grim Outlook)>19)


▷▷▷ 에피소드를 활용하라


■ (……) 그들은 병실의 문을 열고 미숙아 보육기로 걸어갔다. 타라는 그 곳에서 자신이 본 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잠옷을 입은 채 담요에 싸인 아이는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안아 볼래요?” 타라의 선임 간호사가 물었다. “아이를 안아보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선임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들은 죽고 난 뒤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타라는 흔들의자에 앉았다. 선임 간호사가 보육기 속의 아기를 들어 타라의 팔에 올려 놓았다. 아기의 피부는 차가웠다. 타라는 아기를 살며시 흔들면서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아기의 머리는 홍당무처럼 빨갰다. 아기에게는 멍 자국도, 어떤 상처도 없었다. 그저 매우 지쳐보였다. 아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전력을 다해 살아남으려 애썼을까, 타라는 생각했다. (……)

- <레벨 3에서 생명을 위해 싸우다>20)


■ (……) 장례식이 끝나고 2주일 뒤에 니콜과 크레이그 부부는 일주일 동안의 하와이 선상 여행을 떠났다. 제샤이아의 어머니인 내딘 스몰은 12월에 아이를 낳을 예정이다. 초음파 검사 결과 아이는 타이섹 증후군을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 <타이섹 증후군>21)


■ (……) 텔레비전에서는 프랑스어 뉴스가 방송됐다. 그날 수업은 비교급과 최상급에 대한 것이었다. 수업의 절반이 지났을 때, 그녀는 학생들이 종이에 쓴 프랑스어 문장들을 오버헤드 프로젝트로 검은 칠판에 비췄다. 마담 코투르는 하스의 문장을 골랐다. 번역하면 이랬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보다 결혼을 더 많이 했다. 학생들은 웃었다. (……)

- <211호의 치명적 침묵>22)


▷▷▷ 적절한 파격을 시도하라


■ (……) 파편이 태풍처럼 쏟아질 때, 그녀는 소리쳤다. “나는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 - 태어나서 한번도 뉴욕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는 게 그녀의 이유였다. 그녀에게 뉴욕은 인생을 끝내기에는 결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나는 그 순간만큼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어요.” (……)

모든 것이 몇 인치 두께의 먼지로 덮여 있을 때, 놀랍게도, 그녀의 스쿠터가 움직였다. 유리와 금속 파편 위로 한참을 달렸는데 타이어 역시 터지지 않았다. 스쿠터를 만든 레인저사는 이 사실에 고무 받아, 나중에 그녀의 스쿠터를 아이오와 본사 로비에 전시했다. “그 스쿠터는”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기적이었죠.” (……)

- <그라운드 제로 호텔, 기적의 방>23)


■ (……) 투표일, 화요일, 2005년 5월24일, 레이번 하원 건물

오전 9시 30분.

연단에는 줄기 세포 연구자들,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13살 소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이 서있다. 한 여성이 뼈에 암이 생겨 3년째 투병하고 있는 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화학 치료를 받고 최후까지 버티고 있는 딸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세 가지 일은 운전, 웨딩 드레스 입어보기, 남자 친구에게 키스하기다. (……)


오전 10시.

아이들 대부분이 ‘우리도 예전엔 배아였어요’라는 스티커를 달고 있다. 12년전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존슨은 미사용된 동결배아를 이식받아 3살된 딸을 갖게 됐다. “나도 물론 치료책을 찾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다시 걷기 위해 내 딸을 죽이겠습니까? 당연히 아니죠. 그런데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딸을 죽이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오후 1시30분.

정치에서 개인적 경험은 이념을 넘어 선다. 텍사스주 공화당 의원인 조 바튼도 그런 경우다. 그의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형은 간암으로 죽었고, 손녀는 태어나지 못한 채 자궁 안에서 죽었다. "지난 21년간 나는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쪽의 법안(※즉 보수당 성향의 법안)에만 찬성표를 던졌어요. 딱 한번 예외가 있었지요. 오늘 이후 나는 두 번의 예외를 갖게 될 겁니다.” (……)

- <공화당 대 공화당 : 세포분열>24)


■ (……) 계단이 굽어지는 2층에 다다르자, 유령 같았던 목소리들이 추한 현실로 다가왔다.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이 년아? 좋아. 더 이상 장난 따윈 없어.” 여자의 비명 때문에 말소리가 잠시 끊어졌다. “… 널 죽일 거야, 이 년아.”

나는 이제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한 번에 세 칸씩 뛰어 올랐다. 4층에 이르러 잠시 멈췄다. 숨을 골랐다. 모퉁이를 돌자 그가 나를 봤다.(……)

- <전환점 (Tipping Point)>25)



6. 중대한 문제를 공정하게


▷▷▷ 공공의제에 주목하라


■ (……) 비록 졌지만,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한 대통령의 한계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줬다고, 캐슬 의원은 말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가장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그리고 30개월 뒤가 되면,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다. 캐슬 의원이 알고 있는 한, 두 정당의 유력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이 법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단지 또 한번의 중재가 의회에서 진행돼야 하겠지만.

- <공화당 대 공화당 : 세포분열>26)


■ “2년 전, 수천명의 라이베리아 사람들이 내전을 피해 미네소타주에 건너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2005년에 우리 신문은 2개의 관련 기사를 썼었죠. 그런데 지난 여름 새로운 쟁점이 등장했어요. 미국 정부가 1992년 이후 라이베리아인들에게 거주와 노동을 허락했던 방침을 바꾸기로 한 것이죠. 그들은 이제 (2007년) 10월1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해요.

우리는 이들에 대한 심층보도를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이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했죠. 이발소, 교회, 식료품점을 어슬렁거리면서 이들을 만났어요. 라이베리아인 공동체의 지도자에게 누구와 만나 인터뷰하면 좋을지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 기사에 라이베리아의 특별한 역사를 잘 담아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어요. 그들은 한결같이 미국에서 노예 생활을 했던 그들의 조상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죠. (……)”

- <찢겨진 사람 : 클레오 스토리>27)

 

▷▷▷ 보도된 기사를 뒤집어라


■ (……) 커츠버그는 지난 20년 동안 제대혈 세포 이식수술의 창시자이자 선구자의 노릇을 했다. 그녀는 유전적 신진대사 증후근에 대해 제대혈 세포를 사용하여 치료하는 소수의 의사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USA 투데이』,『타임』을 비롯한 여러 언론은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녀를 격찬했다. 그녀는 제대혈 이식수술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방송의) ‘투데이 쇼’나 ‘굿모닝 아메리카’에도 출연했다. 제대혈의 사용을 확대하려는 커츠버그의 노력은 특히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에 공감을 얻었다. (……)

- <타이섹 증후군>28)


▷▷▷ 정보의 객관성을 입증하라


■ 톰 홀맨은 ‘레벨 3’ 병동에서 간호사, 부모, 아이들과 함께 9개월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치료와 관련된 여러 기법을 알게 됐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은 홀맨 기자가 직접 목격한 것이다. (기자가 현장에 없어) 특정 장면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당시 그 자리에 직접 있었던 이의 기억을 빌었다. 홀맨 기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만 인용했다. 해당 사건이 진행중이거나 그 사건의 직후에 그들로부터 직접 들었던 이야기에 기초해 부모나 간호사의 느낌과 생각을 묘사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간호사, 의사, 부모들은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을 보도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레벨 3에서 생명을 위해 싸우다>29)


■ 이 기사는 브라운 할머니를 포함해 9명의 식구들에 대한 인터뷰에 기초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빗 그레이브 보안관, 다나 니그보 경위, 마이클 바나스진스키 형사, 그리고 울워스 카운티의 두 명의 다른 경찰서 직원도 인터뷰했다. 지역 검사인 필립 코스를 비롯해 그의 수하인 세 명의 검찰관들도 인터뷰했다. 위스콘신주를 맡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 특별요원 데이빗 미첼, 래리 스틴과도 인터뷰했다.  또한 울워스 카운티 법원의 범죄 기록, 경찰서의 범죄사실 보고 기록, 브라운 할머니가 경찰서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긴 비디오 테잎, 그리고 범인인 라베스틴이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이 담긴 비디오 테잎 등도 참고했다.

- <브라운 할머니 납치사건>30)


■ 지난 1월, 『세인트피터스버그 타임즈』의 레인 드 그레고리 기자는 낙태를 하려는 한 10대 소녀에 대한 기사를 써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 릴리라는 그 소녀는 임신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그 곳에서 에이미 챈들러를 만났다.

릴리와 에이미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이 기사는 4개월에 걸친 취재의 결과다. 법정 장면을 포함해 기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은 그레고리 기자 또는 사진 기자인 멜리사 리틀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에이미 부부가 릴리와 만나는 첫 장면은 에이미, 남편인 마이크, 그리고 릴리에 대한 인터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릴리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만나는 장면은 릴리와 (입양 아버지인) 마이크에 대한 인터뷰에 바탕을 둔 것이다. 영화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밤은 에이미와 마이크에 대한 인터뷰에 기초했다. 그 이후 릴리는 집을 나갔고, 기자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릴리가 자신의 아이를 거리에 버려둔 장면은 에이미와 그녀의 아이들과의 인터뷰에 바탕을 뒀다.

- <좋은 의도>31)


▷▷▷ 담담하고 담백하게 써라


■ (……) 8일 동안의 증언 뒤, 한 배심원이 (살인혐의로 법정에 선) 팀 마클리에게 위안의 말을 건넸다. 마지막 논의에 들어간 지 세 시간 만에, 배심원들은 소방관인 팀 마클리가 무죄라고 결론지었다.  (사망자인) 광부 에드 베벌리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화를 냈다. 사건에 대한 평결이 끝난 뒤, 배심원들은 (검시관) 발라를 비판하기 위해 시간을 더 썼다. 한 여성 배심원은 발라에게 검시관직을 사임하라고 말했다. 다른 배심원들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발라의 영토>32)


■ (……) 화창한 겨울 햇빛 아래서, 6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오클라호마 주의회 의사당 계단에 모여 들었다. 어떤 이들은 성경과 빨간 장미를 들었다. 다른 이들은 ‘가족: 신의 아름다운 선물’ 또는 ‘오클라호마는 한 남자, 한 여자, 한 가족을 지지한다’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시위대는 오클라호마 의회에 제출된 동성애 금지법을 지지하고,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동성간 결혼 금지 헌법 개정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

길 건너 편에선 150명의 또다른 시위대가 그들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었다.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맞서 그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내려 했다. 동성애자들의 노래인 ‘나는 커밍아웃 할래요’를 합창했다.(……)

두 시간 뒤 주의회 의사당 안에서는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었다. (……)

- <진짜 미국의 젊은 동성애자>33)


▷▷▷ 정보는 이야기에 녹여라


■ (……) 딸의 여덟 번째 생일날 아침, 클레오 해리스는 야근을 마치고 일터에서 돌아와 도넛을 구웠다. 아늑한 주방에 번지는 기름과 설탕 냄새는 가족들의 뇌리에 머물렀던 어두운 질문들을 밀어냈다 : 오늘이 딸을 위해 마련하는 마지막 생일잔치가 될 것인가? (……)

해리스처럼 미국 시민권이 없는 수천명의 라이베리아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것이 허용됐었다. 미국에서 그들은 직업을 찾고 집을 짓고 가정을 꾸렸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 야타에겐 미국 시민권이 있었다. 시민권이 없는 해리스와 다른 라이베리아인들은 오는 10월1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한다.

이런 강제 이주는 미국과 라이베리아의 뒤틀린 역사를 장식하는 가장 최근의 국면이기도 하다. 라이베리아인들의 조상은 쇠사슬에 묶여 미국으로 왔었다. 이후 수천 명의 자유 노예들은 아프리카로 강제 이주됐다. 이들을 위한 나라가 라이베리아였다. 그러나 이른바 ‘아메리카 자유 노예’들과 토착민들과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갈등은 대서양을 건너는 대이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다시 한번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클레오는 딸의 생일잔치에 가져갈 도넛을 포장했다. 또 다시 딸에게 이별을 알리는 것은 가슴 찢어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파괴된 나라로 야타를 데려가는 것 또한 그녀에겐 고통스런 일이 될 것이다. (……)

- <찢겨진 사람 : 클레오 이야기>34)


■ 비교 :

수천명의 라이베리아 출신 미국 이주민들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안이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률에 따라 미국 정부는 오는 10월 1일까지 미국 시민권이 없는 모든 라이베리아인들을 돌려보낼 계획이다.

미국에서 수년 째 살고 있는 라이베리아인 클레오는 이에 대해 “여전히 정국이 혼란한 라이베리아로 무조건 돌아가라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국에서 태어난 딸을 이 곳에 둬야 할지, 아니면 함께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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