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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또다시 불거진 청주대 분규
[집중취재] 또다시 불거진 청주대 분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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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8 17:36:58
5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청주대는 5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충청지역의 대표적 사학이다. 그러나 청주대는 설립자의 아들, 손자로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각종비리가 드러나고 10년째 분규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족벌사학으로 지목되는 청주대는 토착화된 족벌운영의 문제점과 교육부 정책의 허술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김윤배 청주대 신임총장은 보직 교수들을 거느리고 입시가 치러지고 있는 교정 곳곳을 방문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총장으로서의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1994년 교육부 감사에서 아버지 김준철 전 이사장의 비리가 밝혀지고, 1995년 어머니 김옥희씨와 함께 이사에서 물러났던 김윤배씨가 총장으로 취임함으로써 김씨 일가는 6년만에 다시 청주대 운영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한편, 청주대 교수협의회(회장 황청일 행정학과, 이하 교협) 소속 10여 명의 교수들은 김 총장의 취임에 반대하며 하루전인 26일부터 1박2일 동안 총장실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에 앞서 교수들은 2001년 교육부 감사에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김씨 부자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교협은 비리에 연루되고서도 설립자의 손자임을 내세워 취임에 성공한 김 총장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되풀이되는 비리

청주대는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국회 교육위에서 분규사학으로 2차례나 국정 감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버젓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도표참조>2001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청석학원은 1998년 김준철 전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6억원에 구입했다. 이에 앞서 청주대는 1997년 김준철씨 처 김옥희씨 소유의 땅 8백90평도 임대수입을 올린다는 명목으로 매입했다. 그런데 이들 땅은 실제수익성이 거의 없을 뿐더러 이 가운데 일부는 1994년 교육부감사에서 원래 법인 소유였던 것을 김준철씨가 횡령한 것으로 밝혀진 땅이었다. 결국, 대학의 재산을 멋대로 가져가 놓고는 교비를 받고 되판 것이다.

이밖에도 청주대는 김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삼창토건과 충북석유에 수의계약을 통해 이권을 보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창토건과의 수의계약건은 1994년도에도 문제로 지적돼 총장 등 관계자가 경고를 받았는데 이를 비웃기나 하듯 종합운동장, 대천수련원, 새천년 정보관 등 1백60억원 규모의 공사를 또다시 삼창토건에 안겨줬다. 이밖에도 김준철씨는 이사장직을 박탈당한 이후에도 규정에도 없는 ‘학원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대학의 중요한 행사에 참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사회의 비호

이러한 비리에도 불구하고 김씨 일가가 독주할 수 있는 것은 김씨 일가의 막강한 영향력과 “대학의 주인은 설립자와 그의 가족”이라는 봉건적인 생각이 학내·외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배씨가 총장에 당선되자 지난달 24일 청주대 동문회는 “설립자의 직계장손이기에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며 환영 성명을 냈다. 청주대 동문 가운데 한사람은 “회사의 종업원들은 일한 대가만큼 보수를 받으면 그뿐”이라며 교협이 대학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월권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생각은 대학 내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삼창토건의 독점수주에 대해 대학측은 “설립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있는데 왜 다른 곳에 줘야 하냐”며 오히려 교육부 조치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일부 교수들까지 이런 생각에 동조한다. 교수협의회와 별도로 90년대 중반 새로 결성된 교수연합회는 공공연히 법인 편을 들어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지난 12월초에는 교수연합회를 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서배식 대학원장이 “교수연합회가 무조건 설립자 편을 들고 비리를 옹호해주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양심선언을 하고 보직을 사퇴해 이같은 사실을 방증했다.

정면대결 불가피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교협은 대학의 실세로 평가받는 김윤배씨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오히려 청주대 문제가 전면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10년 동안 끌어왔던 덕성여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도 교협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협은, 일단 반대운동을 접고 개강에 맞춰 김 총장 퇴진운동에 박차를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민교협충북지회 등 27개 시민단체도 청주대 비리척결과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나서 청주대 문제는 2002년 사학민주화 운동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청주대 사태일지]

1989. 1. ·설립자의 아들 김준철 청석학원(당시 대성학원)이사장, 총장 취임
1994. 2. ·교협, 교육부 감사요구 농성(전체교수 75%지지 서명)
·법원, 삼창토건 공금횡령으로 김준철에게 징역2년 집행유예3년 선고.
1994. 5. ·교육부, 청석학원 및 청주대 종합감사(토지교환, 수의계약, 교비유용 등 비리혐의 26건 적발)
1995. 1. ·교육부, 1차 계고
1995. 2. ·박정규 교협 회장 관선이사 파견 요청 무기한 단식농성(18일간)
1995. 5. ·교협 소속 교수 56명 단식농성.
1995.10. ·교협, 교수임용 불공정 의혹 제기 (청주대 24개학과중 11개학과 1순위 임용후보자 무더기 탈락)
1995.11. ·교육부, 교수채용 부적정으로 총장 등 관련자 경고
1996. 1. ·교협, 장기농성 해제(703일)
1997. 3. ·교육부, 2차 계고
1998. 2. ·교육부, 3차 계고
1998. 8. ·박정규 전 교협 회장 재임용 탈락
1998.10.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1999.10.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2001. 7. ·교육부, 청석학원 및 청주대 종합감사 (교비유용, 건물공사시 수의계약, 국고지원금 유용 등 39건 적발)
2001. 9. ·교육부, 청석학원 이사 3명 임기연장 승인
·교육부, 이사장 등 5명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
2001.11. ·교협, 김준철 전 이사장, 김윤배 씨 등 9명 추가 고발
2001.12. ·김윤배씨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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