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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 2002년 신임교수들이 알아둬야 할 두세 가지 것들
[테마] : 2002년 신임교수들이 알아둬야 할 두세 가지 것들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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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7 10:35:36
올 봄 새로 임용된 손종업 선문대 교수(국문과 남·38)는 학교가 있는 천안으로 살림을 옮겼다. 마침 집값이 한창 뛰던 2월에 이사 준비를 하느라 집 구하기가 어려웠고, 전학 시기를 잘못 맞춰서 아이들이 한 동안 임시 숙소에서 학교에 다녀야 했던 것 빼고는 준비하는 데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교수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강사 생활을 통해 학생들과의 관계나 교수법 등에 대한 ‘감’은 나름대로 익혀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 교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혹시라도 게을러지지 않을까 하는 것. “강사 시절에는 생활을 해결하느라 연구는 꿈도 못꿨다. 교수가 돼서 가장 기쁜 것은 그 동안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반면에 생활의 안정이 게으름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생활의 변화에서 사고의 변화까지

최재영 홍익대 교수(교육대학원 여·46)는 남들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올해 전임이 됐다. 10여 년 동안 전임대우로 강의를 해왔던 터라 별다른 감회는 없지만 가장 큰 마음의 변화는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 학생들과의 관계를 길게 바라보고 장기적인 연구 전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최교수를 가장 설레게 하는 변화다. 최 교수는 연구실적을 요구하는 요즘 대학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할 여지를 마련해주는 것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포부와 기대,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신임교수들의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 신임교수는 어림 잡아 약 2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새로운 학생들이 졸업생들의 빈자리를 채우듯이 새내기 교수들도 퇴임 교수의 빈자리를 채우며 대학의 새로운 학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여 년까지, 오랜 ‘학문후속세대’ 시절을 접고 교수로서 처음 강단에 서는 새내기 교수들의 마음은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차있다. 많게는 5년, 짧게는 1년 전에 먼저 강단에 선 교수들은 생활의 변화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우선돼야 할 것이 삶의 터전을 대학에 맞추는 것이다. 작년에 임용된 박상진 건국대 교수(법학과 남·34)는 건국대 충주 캠퍼스에 자리잡으면서 살림을 서울에서 충주로 완전히 옮겼다. 충주 살이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집 구하기. 부동산을 통해 비교적 편하게 집을 구할 수 있는 서울과 달리 충주는 부동산보다는 생활정보지나 알음알음으로 집을 구하는 문화여서, 다리품을 수월찮이 팔아야 했다. 가족이 모두 서울을 떠나는 것이 적잖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다. 아이들의 정서에도, 생활의 질에서도 지방 살이가 훨씬 낫다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
1년 차인 문성원 우석대 교수(언론홍보심리학부 여·37) 역시 토박이 서울 살이를 접고 전주로 살림을 옮겼다. 2001년 전까지 한 번도 서울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그로서는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나는 완전히 전주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많은 이들이 지방대학의 삶을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못마땅하기도 했고, 대학과 스스로의 발전을 막는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지방으로 발령받은 신임 교수들에게 문 교수는 무엇보다도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내가 속한 대학이 그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모든 대학들은 나름대로 지역문화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교수는 먹는 것부터 보는 것, 느끼는 것까지 전주의 문화를 짬짬이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문에 대한 첫 마음 잃지 말라

역시 작년에 임용돼 교수살이 1년을 지낸 이재영 공주대 교수(환경교육과 남·34)는 ‘아는 것’하고 ‘가르치는 것’하고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우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을 적절히 전달하는 방법, 학생들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고 그들과 함께 주고받는 상호작용, 효과적인 ‘교수법’을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강사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나, 실험 실습실에서 젊음을 보낸 이·공 계통 교수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97년에 교수가 되어 5년차를 맞은 류재정 경북대 교수(과학교육학부 남·40)는 신임교수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한다. 제일 강조하는 것은 교수가 된다는 것은 강사시절의 마감이 아니라, 본격적인 연구생활의 시작이라는 것.
“스스로 찾아서 더욱 열심히 움직여야만 연구결과가 나온다”는 기본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한 아직까지 대학의 여건이 신임교수들에게 차분하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지적하면서 1년, 혹은 2년만에 연구실적을 강요하는 대학분위기에 당황하거나 휩쓸리지 말 것도 당부한다. “퇴임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수사회를 보는 눈’을 냉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으로서의 ‘교수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류교수의 당부는 신임교수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고언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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