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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줄징계·소송 … 敎權은 어디에?
끊이지 않는 줄징계·소송 … 敎權은 어디에?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8.3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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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수 6명 해임된 경주대

“전체 교수 120명 가운데 10여명이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절차를 밟고 있고 12명이 대학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두려운 것은 탄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경주대가 이순자 총장이 취임한 이후 교수 6명을 해임하고 교수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지난 11일 권총 탈취를 시도했다가 구속된 성 아무개 교수 사건이 이같은 학내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주대 파행은 경주대 학교법인인 원석학원이 최양식 전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김일윤 설립자의 부인 이순자씨를 직무대행으로 앉히면서 더 깊어졌다. 재단측은 최 전 총장을 지난 3월 직위해제한데 이어 곧바로 해임했다. 비슷한 시기에 박 아무개 교수와 유 아무개 교수도 해임됐다. 이들이 보직수행 당시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다. 이들 3명은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해임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소청위원회 결정으로 명예훼복을 한 최 전 총장은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최 전 총장이 대학을 떠난 뒤에도 줄징계는 이어졌다. 대학측은 박 교수와 유 교수가 복직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김 아무개 교수가, 지난 달 7일에는 성 교수를 비롯해 3명이 해임당했다. 재단 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8일 징계위원회에 교수 3명에 대한 징계의결을 추가로 요구했다.

징계 사유는 다양하다. 박 교수는 입시홍보비 비자금 조성 등으로, 김 교수는 수업 불성실 사유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논문 표절은 단골 징계사유였다. 여기에 명예훼손, 업무방해, 배임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당한 교수들이 12명에 이른다.  또 한 학기 동안 3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징계를 받은 교수들은 모두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처분을 받았다. 경주대가 이렇게 많은 교수들을 징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대 관계자도 “단기간에 이렇게 징계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할정도다.
줄징계, 무더기 소송의 배경은 무엇일까. 경주대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으로 해왔던 일들이 이 총장이 취임하면서 문제화되고 있다”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발이지만 대학이 발전하는 성장통이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징계사유는 다르지만 이 총장 취임 이전에 보직을 맡았던 교수들과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징계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해임처분을 받은 한 교수는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해왔던 전임 보직자들을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교수협의회를 겨냥해 징계하고 있다”면서 “입바른 소리를 한 교수들 입을 막아, 전횡을 일삼았던 그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대 교수협의회는 교비횡령 의혹과 이순자 총장 복귀로 인한 족벌경영 등의 문제제기를 계속 하고 있다. 대학 비리를 조사해달라며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고 검찰에는 진정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또 다른 교수는 “징계이외에도 교수협의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이나 행사에 참여한 교수 사진을 찍어 협박하거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학교를 떠날 결심을 하고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인지 2006년 출범당시 88명이었던 교수협의회 회원은 50여명으로 줄었다. 대학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인터뷰나 게시물도 징계사유가 됐다.

이 총장은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지역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한데 실력과 자질이 부족한 교수들이 너무 많다”면서 “논문을 표절하고 강의에는 신경을 안 쓰는 교수들은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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