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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못구해 폐강 속출 … “다음 학기에 봅시다”
강사 못구해 폐강 속출 … “다음 학기에 봅시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9.14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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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시간강사를 쏘다

“해촉 통보를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학과 사무실과 지도 교수님에게 건너 들었다. 석사 강사로 연속 4학기 이상 강의를 했다는 이유였다. 이곳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본부에 구체적인 해촉 사유도 물어보지 못했다.”

고려대에서 2007년 2학기부터 강의를 맡아왔던 ㄱ아무개 씨는 이번 학기에 2과목을 배정받았다. 1학기말에 학생들의 수강신청도 모두 끝난 상태였다. 해촉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달전쯤이다. 그가 맡기로 했던 강의 2과목은 다른 강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폐강됐다. ㄱ 씨 말고도 그의 과에서 이번학기에 3명이 더 해촉됐다.
ㄱ 씨와 비슷한 사정으로 해촉된 시간강사는 전국에서 1천200여명에 이른다. 비정규직교수노조는 알려지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5천명~7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간강사 같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비정규직법  때문이다. 비정규직법을 시간강사에게 적용하면 2년이상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한 석사강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들은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시기에 맞춰 석사강사 대거 해촉 결정을 내렸다.


ㄱ 씨는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봐야 할지 대출을 받아야 할지 답답하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시간강사 대규모 해촉사태는 당사자인 시간강사뿐만이 아니라 학생, 교수까지 영향을 미쳤다. 강사 교체를 뒤늦게 공지해 수강 신청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학습권 침해라는 항의가 뒤따랐다. 해촉 된 강사들이 맡기로 한 수업을 대체하는 것도 문제였다. 개강을 코앞에 두고 강의를 맡길 강사를 급하게 찾았다. 적합한 강사가 없는 강의는 같은 과 교수에게 떠넘겨졌다. 다른 강사를 구하지 못하고 강의시수 때문에 교수에게 맡기지도 못하는 강의는 폐강됐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현 비정규직법에 따른다면 대상이 되는 석사강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박사 ‘전업 강사’도 수두룩하다. 대학들은 노동부가 명확한 해석을 내려주기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들의 대책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2년 연속 재직 규정’으로 해촉됐기 때문에 다음 학기에는 재위촉 하겠다는 식이다. 김인철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강의를 오랫동안 맡았던 분들을 중심으로 한학기 동안 쉴 수 있도록 학과에서 (해촉)요청을 했다”면서 “그 동안 커리큘럼과 강사 수급구조를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간강사 임용 기준을 강화해 문제가 되는 석사 강사를 줄이겠다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김종규 경남대 교무처장은 “비정규직법이 계기가 됐지만 시간강사는 우선 박사학위자를 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사의 교원지위 확보, 갈 길이 멀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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