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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사례 3건? … 연구윤리검증 강화 덕분일까
위반 사례 3건? … 연구윤리검증 강화 덕분일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9.2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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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지침 제정 이후 연구부정 실태

200개 대학 가운데 3곳에서 연구윤리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받은 ‘대학별 연구윤리위원회 설치 등 현황’에 따르면 200개 대학 가운데 3곳만 연구윤리규정을 마련한 뒤 연구윤리와 관련한 부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A 대학의 한 교수는 2008년 신규 국가지정연구실 사업(NRL사업) 예비평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제보자의 기술제안서를 취득했다. 이후 2009년 신규 일반연구지원사업에 과제를 신청하면서 제보자의 기술제안서를 5페이지 정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1년간 참여제한 조치를 받았다.

B 대학 교수는 2005년 선정된 기초의과학센터 연구결과물로 제출한 논문이 다른 교수가 구 한국과학재단에 제출한 4건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판정받았다. 이 교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3년간 참여 제한 조치를 받았다. B 대학은 구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수행과제 연구책임자 변경과 최근 5년 이내 지원한 연구과제를 대상으로 현장 정밀정산을 받았다. C 대학 교수는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한 용역연구 결과보고서의 중복게재 여부 의혹을 받고 연구 참여 제한과 연구비 일부 환수 조치를 받았다. 


연구윤리문화가 대학가에 빠르게 정착돼 위반건수가 적었던 것일까. 위반건수가 3건에 불과했던 이유는 국가연구개발지원사업과 관련한 부정행위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학측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부정행위의 검증 결과를 지원받은 기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반대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아닌 경우 보고의무가 없다. 또 부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대학측이 연구지원기관에 보고하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대학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는 적발된 경우보다 많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대학 교수는 “우리대학도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2년 동안 3차례 연구 진실성 검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사는 진행했지만 국책사업이 아니라서 보고가 안됐는데 다른 대학에도 이런 경우는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윤리 위반 논의에서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석·박사학위논문이나 인문사회분야, 국책사업이 아닌 사업에서 일어난 위반 사례까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대학측에서 논문 표절 판정이 나더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에 논문 표절로 판정받은 교수들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 제한 조치를 받았을 뿐 후속 징계조치는 없었다. A 대학 산학협력단장은 “논문표절로 판정받고 연구지원기관에서 신청 제한받는 것도 교수들에게는 큰 타격”이라면서 “추가적으로 징계를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연구윤리문화가 대학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온정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과)는 “연구윤리 규정은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측면이 크다”면서 “연구윤리위원회의 전문성 확보와 더불어 연구 진실성 검증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대학 측의 자세 변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윤리 규정을 마련하고 연구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대학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200개 가운데 173개 대학(86.5%)이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6년과 2008년에 실시한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조사 결과’보다 증가한 것이다. 2006년 조사에서는 217개 대학 가운데 34곳(15.7%), 2008년 조사에서는 136개 대학 가운데 97곳(71.3%)이 연구윤리 규정을 만들었다고 응답했다.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한 대학 모두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었다.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2006년 12.8%, 2008년 75.7%, 2009년 86.5%로 증가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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