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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는 사외이사 겸직 논란
되풀이 되는 사외이사 겸직 논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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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3 16:27:18
교수들의 사외이사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3월 18일 현재 상장회사에 사외이사로 등록된 교수는 2백10명, 국립대 교수도 40명에 이른다. 이기준 총장의 사외이사참여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대의 경우 27명의 교수가 사외이사로 등록돼 있다.

이처럼 많은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현행법상 교수들은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다”는 원칙만 되풀이 해 왔다.

2000년 11월 교수의 사외이사겸직문제가 논란이 되자 당시 교육부는 각 대학에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조항’을 근거로 교수들의 사외이사참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2001년 7월 상장사협의회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이 2백67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않던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이기준 서울대 총장이 문제가 되자 “이 총장의 사외이사 겸직은 승인한 바가 없다”고 발뺌했다.

교육부, 공개된 명단도 파악 안해

그러나 워크 아웃된 기업의 회생이나 파산처리를 위해 교수들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공기업에도 다수 참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교육인적자원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애써 외면하려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다. 사외이사 현황은 상장회사협의회와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해 항상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최근까지 사외이사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처럼 법적인 문제를 놓고 지지부진한 반면, 교육계 밖에서는 사외이사로서 교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를 대표해 전성철 세종대 부총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측은 “교수는 국가공무원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며 전 교수의 사외이사선임을 거부했다. 삼성계열사만 하더라도 삼성물산에 박내회 서강대 교수(경영학),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삼성SDI에 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학)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삼성전자측의 주장은 한입으로 두말하는 격이었지만, 참여연대가 주장한 전성철 부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제안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 김주영 변호사는 “대주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교수들의 참여를 금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는 현재의 교육부 방침도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겸직금지 법적근거 약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도 “교수들의 영리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전제하에서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교수들이 무보수로 사외이사를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 일각에서는 정당활동, 벤처활동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제조업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윤아무개 교수는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고, 벤처창업을 하는 교수는 장려하면서 기업투명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가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1998년 대주주의 독단을 막고 기업의 경영투명성 재고를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돼 현재는 상장기업체의 경우 4분의 1이상, 특히 금융기관과 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총 이사의 2분의 1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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