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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대학별 연봉제 ⑥ 포항공대
[기획연재] 대학별 연봉제 ⑥ 포항공대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2.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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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2 15:36:48
● 연봉제 방식 : 플러스 섬 방식(기본인상분 일괄 적용, 차등인상분 차별 적용)
● 평가방식:최근 3년간 업적을 평가
● 주요특징 : 주임교수가 1차 평가 및 연봉책정에 관여 / 하후상박 원리 적용

연봉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포항공대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른 대학과의 비교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그 이유이다. 정민근 교무처장(산업공학과)은 “대학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연봉제의 방식도 달라지는데, 우리대학은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일반화하기가 어렵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꺼려한다. 밖으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혹여 다른 대학의 논총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깔려있다. 어떤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길래 이렇듯 조심스러운 것일까.

연봉 삭감되는 경우 없어

포항공대가 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00년,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연봉제 시행기간은 비교적 짧지만 그 방식은 다른 대학과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연봉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제로-섬 방식이다. 이윤창출 기업이 아닌 대학의 성격상 주어진 살림형편에 따라 차등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항공대의 연봉제 방식은 완전히 딴판이다. 교수 개개인별로 연봉이 차등배분되기는 하지만 어떤 교수도 연봉이 삭감되지는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 교수들의 연봉을 인상하면서, 그 부피를 차등화하는 ‘플러스-섬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수들의 연봉은 매년 조금씩이라도 오르긴 오른다. 그렇다고 호봉제와 같이 일률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개개인의 인상률은 업적에 따라 철저히 차등화 된다. 인상률을 ‘기본인상률’과 ‘차등인상률’로 구분해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인상률은 총장이 매년 별도로 정하고, 차등인상률은 최근 3년간의 업적평가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정해진다. 차등인상률의 최대치와 최저치의 차이는 매년 별도로 정해진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해당연도에 가능한 연봉인상률이 6%로 결정된다면, 2%는 기본인상률로, 나머지 4%는 차등인상률로 정한다. 차등인상률은 다시 교수와 부교수는 3-4%, 조교수와 전임강사는 5% 이내로 차이를 두는 것으로 정한다. 대학의 형편이 넉넉지 않아 연봉인상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면 차등인상률을 적용치 않고 기본인상률만 올린다. 어떤 경우에도 교수들의 연봉을 삭감하지는 않으며, 인플레에 따른 기본인상액은 보장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기본인상률은 모든 교수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급이 높을수록 인상액이 많고, 낮을수록 적어진다. 기본인상률이 재직연수가 쌓여감에 따라 상승하는 자연증가분적 성격이 강한 반면 차등인상률은 최근 3년간의 업적평가 결과를 근거로 한 차별적 성격이 강하다. 차등인상률은 직급과 학과별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주목할 사항은 이 연봉인상률이 매년 누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직급간 연봉차가 무너진다. 소장 교수들의 연봉인상률이 중진급 이상 교수들의 그것보다 높기 때문이다. 포항공대는 지금까지 직급간의 연봉격차를 뚜렷이 하고 있다. 조교수와 부교수간, 부교수와 정교수간의 연봉 격차는 다른 대학에 비해 훨씬 높다. 그만큼 직급상승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민근 교무처장은 “인상률이 누진적으로 적용되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직급간 격차가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공대 연봉제 운용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학과주임교수의 권한을 강화한 데 있다. 업적평가에서부터 개별 교수들의 연봉을 정하는 데 이르기까지 학과주임교수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교수들에 대한 1차 업적평가는 주임교수가 담당한다. 학과주임교수의 1차 평가결과를 토대로 대학전체, 분야별 평가 및 조정을 거쳐, 개별 교수에 대한 차등인상률이 결정된다. 이 경우에도 학과주임교수들이 깊이 관여한다. 대학이 각 학과별로 가능한 연봉인상분을 정해주면 주임교수는 주어진 범위 안에서 개별 교수들의 차등치를 결정한다.

주임교수가 1차 업적평가

두 번째 특징은 下厚上薄의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진적으로 연봉이 높아지긴 하지만 비율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들의 인상률이 높다. 포항공대가 지난해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직 5년차 교수의 평균 연봉이 4천8백74만6천원, 10년차 5천5백40만6천원, 15년차 6천6백59만6천원, 20년차 7천4백65만2천원, 25년차 7천8백23만6천원, 30년차 7천8백63만6천원이었다. 결국 재직연수가 길어질수록 연봉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여러 면에서 포항공대의 연봉제는 선진적 형식을 띠고 있다. 학과 주임교수의 권한과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거의 미국식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달리보면 약점이기도 하다. 교수들이 학과장의 결정을 믿고 신뢰하지 못한다면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가 이러한 플러스 섬 방식 연봉제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대학의 재원조달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들의 연구비 수혜규모가 커서 그에 대한 사후보상적인 측면도 강하다. 한해 포항공대 교수들이 밖으로부터 수주하는 연구비 액수만도 대학전체 재정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6~7백억원에 이른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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