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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분야, 문리과대학에 통합 … “학과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기초학문분야, 문리과대학에 통합 … “학과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5.31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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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비전2020’(안)에 문과대 교수들 반발

최근 성균관대가 내놓은 중장기 발전계획안 초안인 ‘비전2020(안)’을 두고 문과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문 융·복합을 위한 학사구조 개편과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골격으로 한 비전2020(안)은 기초학문분야의 전공을 2020년까지 문리과대학으로 통합·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리과대학은 문과대학, 사회과학부, 경제학부, 자연과학부, 예술학부 등을 통합한 것으로, 교수들의 소속은 현행 각 학과에서 대학원으로 바뀌게 된다. 학생들은 입학 후 1~2년 간 학부대학에서 기초교양교육을 받는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9월, 비전2020(안)을 삼성경제연구소에 일임해 학문 융·복합, 문리과대학 신설, 대학 글로벌화 등 6대 과제와 평택 글로벌 3캠퍼스 신축안 등을 디자인했다. 비전2020(안)은 지난 2월 말 전체교직원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4월에는 교내 홈페이지에 80쪽 분량의 초안을 올려 교수들의 의견을 받았다. 성균관대는 오늘(31일), 설명회 등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8월까지 세부실행계획을 작성한다. 올해 안으로 설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문과대학 교수 53명 전원(보직자 3명 제외)은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비전2020(안)에 대한 문과대 교수 입장’을 발표하고, 계획안의 진행 중단과 공개토론을 촉구했다. 이보다 앞선 12일, 기획처장 면담 등에서 교수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쟁점은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문리과대학 통합이 학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번 안은 학과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학과 선택권을 더 열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과대학 교수들은 그러나 “문리과대학 통합은 결국 사회 통념이나 시장주의에 따라 학문의 존치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체 등 현장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학문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대적인 학제개편이 이뤄지는데 대학원 교육 강화 방안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안이 학과 통폐합은 아니라고 본다는 한 보직교수도 “융·복합 및 다학제를 지향하는 쪽으로 학제개편을 하려면 기초학문을 살려나가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초안에는 대학원 교육 강화에 대한 논의는 형식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철학과)는 “인문학 등 기초학문 분야의 대학원은 지금도 이미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학과도 없어지는데 대학원만으로 어떻게 존립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과주의 보상체계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이종관 교수는 “초안대로라면 교수간 급여차이로 인해 점점 더 ‘자기 것’을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강화될 텐데 어떤 교수가 융합연구에 협력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무처 담당자는 “초안은 컨설팅 결과일 뿐이고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언급할 만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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