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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 이성적 태도 함양에 도움” … 美 대학 경험 성찰해야
“교양교육, 이성적 태도 함양에 도움” … 美 대학 경험 성찰해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5.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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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양교육협의회·한국교양교육학회 심포지엄_ 교양교육으로서의 어문학 교육

교양교육 개편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기초교육원 또는 교양교육원, 교양대학 등 다양한 이름의 편제에서부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내용에 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9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대학교양교육협의회(회장 강명구 서울대)와 한국교양교육학회(회장 박충연 경원대)의 공동심포지엄 ‘교양교육으로서의 어문학 교육’ 역시 교양교육 개편 논의 속에 제기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제강연에는 「교양교육으로서의 어문학 교육」(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영문학), 「‘레토리케’ 교육의 위상 및 의의」(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가 소개됐으며, 원탁토론 「학부교육 안에서 교양교육의 위상」(강명구, 김남두, 민경찬, 윤정로, 허동현)은 교양교육의 현안을 전체적으로 짚었다. 이어 「대학교육을 베스트셀러로 읽기, 토론으로 시작하다: 미국대학의 신입생을 위한 하계독서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신의항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인구사회학)를 비롯 11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생산적 교양교육 논의를 위해 이날 발표된 두 편의 주제강연과 신의항 교수의 논문을 발췌했다. 
 
□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영문학) = 교양교육의 의의는 되풀이하건대 개인을 내면적 형성을 통해 보편성에로 고양하는 데 있다. 이것은 개인이 사사로운 관심을 벗어나 사물과 사회와 인간 존재에 대한 이성적 태도를 기르는 것을 돕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문학은 이성적 태도를 삶의 현실과 밀접하게 관계 짓는다. 그것은 개인의 주관적 관점과 그 관점에서의 서사를 참조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구체적 현실에 주의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삶의 모든 모순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이를 수 있는 높은 윤리적 차원을 보여준다. 이것은 존재의 보편적 힘들을 인격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읽힐 것인가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목표를 공적으로 정의하는 일이다. 물론 이 정의는 고정된 지침을 만드는 것보다도 그 토의를 공론의 장에서 지속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의식을 높이는 일로 이해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또 필요한 것은 교육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토의와 연구이다. 어학 교육의 경우, 그것이 참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고려는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교수 방법을 새로 검토하게 할 것이다. 문학 교육의 경우, 문제의 하나는 고전 독서의 광범위화와 심화가 아니라 지나치게 세부적인 수사적 방법론과 같은 것을 중시하는 일이다. 그것은 마음의 유연성을 죽이는 일이 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 읽힐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문화의 착잡한 혼란과 혼종 상태를 생각할 때 극히 절실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 = 레토리케 교육 관점에서, 먼저 논술학습의 교육적 의의를 재확인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 논술이란 1)사물에 대한 근본통찰을 바탕으로 2)사실지식을 재료 및 논거로 삼아 3)독자적이고 창의적인 견해 및 주장을 4)논증적으로 제시하는 글쓰기이다.  따라서 우리는 논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교육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은 대학교양교육의 기초


첫째, 스스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줄 수 있다. 독자적인 생각을 하자니 자연히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자신의 주장을 펴자니 스스로 논리적인 결함이나 비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요 따라서 논리적 사유의 훈련이 저절로 될 것이다. 논리성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를 하고 나아가 언어적인 구성능력도 기를 것이다.

셋째, 교과학습도 충실히 하게 될 것이다. 흔히 논술은 논변기술이나 익히는, 교과학습과는 별 상관없는 별도의 교과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논술은 교과학습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학습의 한 방법이다. 주어진 지식을 단순히 암기해 선다형 문제에 수동적으로 답하는 학습방법과 비교해 볼 때, 논술은 능동적으로 비판적으로 주어진 내용을 다룸으로써 그 내용인식 또한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논술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점차 사물에 관한 통찰력을 키우고, 나아가서는 세계관, 가치관의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를 갖기 위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실험을 하다 보면, 점차 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통찰력이 키워질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여러 학과목들의 다양한 학습내용을 서로 연관되는 것으로 조망함으로써 단순한 피상적 지식습득에서 더 나아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안목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단계는 곧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스스로 세우는 단계라 할 것이다.  

□ 신의항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인구사회학) = 미국 대학은 합격을 수락한 신입생이 가을학기 시작 전까지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입학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듀크, 노스캐롤라이나, 코넬대의 하계독서프로그램을 검토함으로써 한국 대학의 입학 전 독서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하계독서프로그램의 도서 선정 과정에 대학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다. 도서선정위원회에는 단과대학을 대표하는 교수는 물론 학생, 교직원이 위원으로 포함되며 총장실에서도 졸업생과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들에게 도서 추천을 의뢰함으로써 도서선정과정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하계독서프로그램을 위한 통합적이며 철저하고 상세한 사전 준비가 잘 갖춰져 있다. 최종 선정된 도서에 관한 독서토론을 위해서 토론 질문 항목, 토론 리더들을 위한 지침, 도서에 포함된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 선정도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교과목 소개 등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하계독서프로그램이 그저 독후감을 나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정도서에서 거론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북돋우고 성찰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셋째, 도서선정 과정에서 고상하거나 심각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고 비교적 분량이 짧은 책을 선정함으로써 학생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완독할 수 있도록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하계독서선정위원회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독서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책 그 자체가 아니라 책이 다루는 주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화려한 문장력, 글쓰기 기술도 학생들이 참고해야 할 사항이지만 책을 통해서 주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고 토론을 통해서 동료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주제에 대한 성찰적 제안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더 소중한 학습 체험이다.

美 대학, 입학 전 교육만 1년 준비

이러한 학문 관련 교육 이외에도, 코넬대학에서는 개인생활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역시 제공하고 있다. 코넬대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돈 관리’와 ‘수면시간 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대학시절은 틀에 짜인 일정에 따라 생활하는 고등학생 때와 달리 처음으로 자신의 시간과 돈을 자율관리하는 시기다. 일부의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관리해나가는 데 반해, 많은 학생들은 신입생 시절에 시간, 돈, 그리고 수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실패한다. 이러한 신입생의 시기적 특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개인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코넬대의 입학 전 교육프로그램이 ‘잘 준비된 상급생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화된 교육’이라는 점 역시 많은 시사점을 지닌다. 코넬대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총 800명의 상급생 자원봉사자가 대학의 지원 하에 1년 동안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수행한다. 이에 반해, 한국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입학 전 교육프로그램은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화된 프로그램인 VOD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잘 준비되지 않은 상급생을 중심으로 하는 비제도화된 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대다수 신입생들은 입학 전 실질적으로 필요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대학은 잘 준비된 상급생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다양한 제도화된 교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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