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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찍고 예술, 정치학까지 遭遇 … 21세기 융합학문의 열쇠는?
철학 찍고 예술, 정치학까지 遭遇 … 21세기 융합학문의 열쇠는?
  • 교수신문
  • 승인 2010.05.3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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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지과학회 학술대회·포럼, 무슨 내용 오갔나

인지과학과 관련해 학계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원(원장 오명석)은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김해연)와 공동으로 지난 26일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소회의실에서 ‘인지과학과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실제’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28일에는 한국인지과학회(회장 채희락 한국외대)가 서울대 산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각각 ‘인지과학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인지과학과 21세기 융합 학문의 시대’란 주제로 학술대회와 포럼을 개최했다. 인지과학 교육의 문제와 함께 과학, 문학, 경제, 정치 등 학계를 망라해 인지과학의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학술대회와 포럼에서 발표를 맡았던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제순으로 간략하게 요약했다. 또한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맡았던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의 강연 중 결론 부분을 발췌했다. 인지과학, 과연 복합학문의 비밀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인지과학 교육의 이상과 현실


정상철(연세대·심리학) = 인지과학은 매력적인 학문이다. 인지과학은 마음을 연구하는 학제적인 학문으로, 심리학, 철학, 언어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 등이 인간의 특정 인지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 가령, 사지마비 환자를 위한 신경보철기(예, 환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만들려면, 어느 뇌 영역의 신호를 읽어야 환자의 운동 명령을 해독해 낼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신경과학과 심리학, 그 영역의 신호를 직접 읽어내는 장치를 만드는 전기전자공학, 읽어낸 신호를 해독하는 알고리듬을 고안하는 컴퓨터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단일한 학문으로는 얻을 수 없는 성과를 산출하는 학제적 접근 때문에 인지과학은 매력적이지만, 인지과학 교육은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진다. 다양한 학문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개념의 차이, 방법론의 차이는 훌륭한 인지과학자를 양성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다. 각 학문 별 전문가는 다수 존재해 교육 자체는 쉽지만 그들 간 소통을 촉진하는 기반 언어와 개념이 없어서 통합적인 교육이 어려운 것이 인지과학 교육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인지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의 개념과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교육을 학부 때부터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대학에서 전공이나 부전공이 아닌 연계전공으로써 인지과학 교육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지과학에 필요한 다양한 학문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지과학의 매력과 이 분야에 대한 학계와 일반 대중의 관심을 고려할 때, 인지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교육자의 충분한 확보와 인지과학의 학부 전공 설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로봇도 미래를 꿈꿀 것인가


이정우(철학아카데미 대표) = 로봇을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을 연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봇에 대한 탐구 결과는 인간에 대해 여러 시사를 주기 때문이다. 생리학과 병리학이 동전의 양면이듯이, 로봇학과 인성론은 서로를 返照해 준다. SF 영화들 이 때때로 매우 형이상학적인 이유는 둘 모두 ‘메타-퓌지카’의 성격을 띄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에 접근하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공학적, 법적, 사회학적 등 로봇을 둘러싼 담론들은 현재는 공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도 매우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존재론적 접근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심신론(mind-body problem)으로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로봇학의 기초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여러 존재론적 문제들 중 시간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인간의 시간과 기계의 시간은 어떻게 다른가. 로봇은 시간을 어떻게 정복해 갈 것인가. 로봇이 인간에 접근해 가는 길목들로는 흔히 운동 능력, 감각 능력, 기억 능력 등을 논하지만 다소 각도를 달리 해서 존재론적으로 볼 때, 시간이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인간에게 고유한 시간을 로봇이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시간의 종합’이다. 시간의 종합 개념은 본격적으로는 칸트에서 유래한다. 사실 『순수이성비판』 전체가 시간의 종합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시간의 종합 개념은 후설, 베르그송, 제임스 등 현대 철학의 개척자들에 의해 정교화됐다. 여기에서는 들뢰즈와 郡司 페기오-유키오는 이 논의의 최근 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로봇에게서 이 시간의 종합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로봇이 현재의 종합과 과거의 종합을 넘어 미래의 종합까지도 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요컨대 로봇도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문학적 은유와 인지과학


강내희 (중앙대·영문학) = 제3세대 인지과학인 발제적 인지과학이 등장하면서 문학은 자신의 고유성에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됐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것은 문학을 다시 인류 공통의 문화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문학의 창작이나 연구 등 문학과 관련한 활동은 분과예술, 분과학문으로서 그 성격을 강화해왔다.

그런데 인간의 의지가 신체와 무관하지 않고 은유에 의한 사상이 신체를 지닌 인간의 보편적 능력이라는 사실은 문학적 표현을 분과학문 체제에 바탕을 둔 지식생산의 관점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끔 했다. 문학적 표현은 문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로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게 된 언어적 능력의 일부로 볼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허만은 그런 한 예를 ‘인지적 패러다임’에 입각한 새로운 서사이론의 적용을 통해서 보여줬다. 실체화된 실제론 또는 제3세대 인지과학은 그동안 철학, 종교, 과학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은유적이고 환유적인 문학적 표현의 진리 가치를 입증했다.

서사체들을 해석할 때 관건은 텍스트에서 제공된 정보와 독자가 실제 자신이 경험을 통해서 갖게 된 다양한 ‘스크립트’ 간의 상호작용으로서의 결과다. 서사체와 같은 문학적 텍스트의 이해에 ‘스크립트’가 작용한다는 사실은 문학의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의 인지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제적 인지과학과 예술적 창의성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이론) = 지난 10년간 서구에서는 예술과 인지과학의 상호작용이 크게 활성화됐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예술과 인지과학은 서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하고 있다. 이렇게 뒤쳐진 상황에서 예술과 인지과학의 상호작용이라는 복잡한 이슈를 새로운 연구 아젠다로 구성하려면 서구 학계가 거쳤던 시행착오와 윤리적 난관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 패러다임의 구성이 중요하다. 그 윤곽을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1)오늘날 제3세대 인지과학(발제적 인지과학)은 ‘계산의 논리’와 ‘의미의 논리’를 ‘감각의 논리’와 ‘화행의 논리’로 통합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분리돼 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 물질과 마음·기억, 좌뇌와 우뇌, 두뇌와 몸, 환경과 인간의 이질적 차원들의 동시적 통섭을 함축한다.

2)이 새로운 논리가 충분히 관철될 중심 장소는 뇌나 컴퓨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살아있는 몸이다. 2006년 4월 MIT List Visual Arts Center에서 열렸던 <Sensorium: embodied experience, technology, contemporary art>전은 신체 없는 가상성과 고립된 신체성이라는 이분법을 극복해, 몸이 기술적 연결망과 결합해 새로운 감각들을 생산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집대성해서 보여줬다.

이렇게 몸을 매개로 한 예술과 인지과학의 상호작용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인지과학의 철학적 해석, 레이코프와 존슨의 인지과학,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형이상학, 브루노 라투르와 도나 해러웨이의 과학철학, 마크 한젠의 현상학적 뉴미디어의 철학, 스피노자와 인지과학을 연결하려는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 등이 먼저 이해돼야 한다. 마이클 폴라니가 강조한, ‘명시적 지식’으로 모두 전환할 수 없는, 우리 몸의 수행성을 통해서만 체득되는 ‘암묵적 지식’이라는 거대한 대륙이야말로 예술과 인지과학이 공진화해나갈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이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본 인지과학


김세균 (서울대·정치학) = 마음의 과학인 인지과학은 몸과 마음의 관계를 ‘통일성 속의 차이’로 보는 관점에서 물질적 과정의 새로운 ‘떠오름’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마음 현상을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적 관계의 총체이면서도 본성적인 것들과의 복잡한 중층결정을 통해 다양하게 변형되는 존재’이다. 여기서 마음의 본성적인 특질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진화심리학이 이룩한 연구 성과의 비판적 흡수가, 그리고 인지 사회과학의 연구대상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이 지닌 후천적인 특질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집단적 차원의 ‘사회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그리고 인지정치학은 인지과정과 권력의 관계를 규명한다는 관점에서 마음의 형성에 관여하는 제반 사회문화적 과정들을 탐구해야 한다.

인지과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된 ‘체화된 인지론’ 내지 ‘체화된 마음론’은 인지과학을 ‘포스트뉴턴적 과학’으로 만드는 방법론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지과학을 인식된 사실이 인간의 ‘삶’에 대해 지닌 의의를 ‘해석’하고, 그러한 해석에 기초해 성립된 질서 등을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해석학적 비판과학’의 일환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 인지과학은 인류의 ‘지적’ 능력이나 ‘수행’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서 더 나아가 무엇보다 인류 전체를 어떻게 풍부한 감성적 능력에 뒷받침 받는 ‘지성적’ 사유능력을 지닌 존재로 상승시킬 것인가를, 그리고 지적 능력 등을 어떻게 대중의 ‘민주적 집단지성’의 능력으로 만들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직면해 인지정치학은 인지과학이 지닌 정치성에 대해 질문하고, 그 정치성이 민주적 감성과 지성의 함양을 위한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모바일 생태계 변화와 인지과학


김진형 (KAIST·전산학) = 어디에서 언제나를 추구하는 모바일 폰은 전 세계 인구의 60%인 40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통신기기로 출발한 모바일 폰이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의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폰이란 운영체계를 탑재하고 응용프로그램을 공개된 시장에서 다운받는 생태계를 갖춘 고성능의 모바일 폰이다. 스마트 폰은 그 뒤에 많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스마트 폰은 어떤 용도로던지, 어떠한 컴퓨팅 자원을 수요하는 계산도 가능한 장비로 생각된다. 시장이 크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스마트 폰의 선두 주자인 애플사와 구글사는 인지과학을 이용한 멋진 앱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거나 개발자들이 만들어 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알고자 하는 것을 스마트 폰에서 말로 검색하는 음성검색, 검색하고 싶은 물체에 카메라를 대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영상검색, 100여 개의 언어 간의 번역 서비스, 콧노래 소리를 인식해 음악을 찾아주는 음악검색, 외국어 간판에 카메라를 대면 번역해주는 여행자안내 서비스, 카메라를 대면 그 물체 위에 해당 정보를 보여 주는 증강현실 등이다. 이러한 응용은 인지과학적인 발견이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가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깊숙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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