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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學問의 역동적 수렴통해 진화 ...학자들 지적 상승 소용돌이 속으로
多學問의 역동적 수렴통해 진화 ...학자들 지적 상승 소용돌이 속으로
  •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
  • 승인 2010.05.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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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과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실제

인지과학은 학제적 과학으로써 그리고 이론적 개념적 측면에서 융합의 전형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영역에서도 다른 응용 분야(인지인공지능시스템, 로보틱스, 각종 인공물의 디자인 등)와의 성공적 융합을(실제는 수렴) 이끌어내고 있으며, 최근에 인지경제학, 인지법학, 인지종교학, 인지문학, 인지미학, 인지음악학 등의 분야를 창출시켜서,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을 포함하는 학문간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의할 것이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자연과학, 공학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인지과학이라고 할지라도, 엄밀히 말하자면 인지과학이 이뤄내는 것은 통섭적, 통합적, 환원적 융합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개념적 수렴 내지는 개념적 혼성(conceptual blending)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다른 분야를 환원시키거나 변질시키거나 제거하는 그러한 의미의 융합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하나의 새로운 혼성적 공간을 가능하게 해서 새로운 수렴적 영역을 창출하게 하는 그러한 부류의 융합이다. 따라서 융합이라고 하기보다는 수렴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통합적 융합’ 아닌 ‘개념적 혼성’

 학문간 융합을 생각 할 때에 우리는 테크놀로지 분야와 다른 일반 학문 분야를 나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원래 인간을 위한 전제로 하는 시도이기에, 어떤 응용적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여러 분야가 연결되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적절할 수도 있으나, 인문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 기초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의미로서의 ‘통합적 융합’ 개념은 적절하지 않은 개념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의 여러 분야 간이나 과학의 여러 분야 간, 또는 인문학(인문과학+사회과학)과 과학(뇌, 인지과학을 포함하는 자연과학)의 연결에서는 통합적 의미의 융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학문들의 연원에 대한 과학사적 재조명을 한 후에, 수렴적 연결-부분 무시의 단일화라는 의미의 통합이 아니고, 각 부분에 동등한(또는 그에 필적하는 적절한) 역할을 보장하는 협응적 의미의 연결의 수렴적이고 총합적 연결-을 시도해야 하리라 본다.

 따라서 학문간 융합은 1)테크놀로지에서의 단일화적 통합적, 수렴적 연결과 2)테크놀로지 이외의 기초학문들에서의 협응적 연결의 두 측면으로 나눠 달리 접근해야 하리라 본다. 후자를 구태여 융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단일화적 통합의 융합이건, 협응적 수렴 연결이건, 그러한 지적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밑바탕에는 서로 다른 영역의 개념적 공간을 대응시키고 정합적으로 연결해 이를 매개하는 혼성공간에서 새롭게 창출하는 틀을 출현시키는 창의적 인지활동이 개입된다. 따라서 제대로 하자면 융합 관련 논의에 앞서 이러한 ‘융합(수렴)의 인지적 활동의 과정적 작동 메커니즘’을 먼저 규명하는 메타 수준의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작업에는 과거로부터 모든 학문의 모체였으며 모든 학문의 개념적 기초를 계속 분석하며 재조명해 온 철학과, 이러한 수렴적 또는 융합적 활동의 본체인 인지적 활동의 본질을 탐구해 온 인지심리학과, 최근에 ‘개념적 혼성 이론’을 통해 새로운 조망 틀을 제공하고 있는 인지언어학과, 학문 영역의 출발과 분화나 수렴 등의 역사적 흐름의 특성을 규명해 온 과학사(특히 과학의 본질, 수렴, 융합과 관련된 과학사적 탐구)의 네 분야가 수렴돼 이뤄져야 하리라 본다.

 인지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종래에는 어느 한 접근에 안주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다원적 설명 수준에서 다원적 접근을 연결하거나 통합해야 하는 외적 절박감이 연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니, 인지과학 자체의 다학문적 본질이 인지과학 연구자들로 하여금 과학을 쉬운 길을 통해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인지과학의 미래는 타학문과의 연계성의 증대와, 빠른 발전 속도로 인해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과학, 인공지능학, 신경과학, 물리학, 철학, 언어학, 수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 심지어는 인문학의 문학적 연구들이나 예술학의 이론이 서로 간의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돼 가며 인지과학이 21세기 과학의 한 핵심 학문이 되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바랄 수 있는 인지과학의 미래의 모습이다. 노벨상 수상자 스페리 교수가 이미 지적했듯이 인지과학은 마음관, 인간관, 세계관, 과학관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지과학을 아는 우리 연구자들은 이제 어느 누구건 ‘다시는 그 이전으로, 인지과학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적 상승 소용돌이에 사로잡힌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예측 가능한

 이러한 인지과학의 역동적인 모양을 볼 때에, 학제적이지 않고는, 즉 다른 학문 분야와의 수렴적 연결 없이는(한국적 용어로는 ‘융합과학기술적 접근’ 없이는) 어느 한 학문만으로는 인지과학을 한다는 것이 이제는 터무니없는 시도라는 생각이, 인지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 초기의 계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이론체계를 작용해 이룰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는 다학문적 수렴의 역동적 학문이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앞으로의 갈 길이 먼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전의 옛날 19세기의 심리철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20세기의 고전적 계산주의나, 초기의 연결주의와 같은 좁은 관점을 벗어나서 보다 넓은, 보다 다양한, 보다 적절한 종합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가능성과, 우리의 그 동안의 무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인지과학 연구의 가능성에 고무될 수도 있다.

 인류의 생물적 진화가 이제 정지됐다고 간주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이 한계를 마음과, 컴퓨터와, 두뇌와, 몸과, 환경(문화)을, 창의적으로 조합한 인지과학적 변혁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인지과학의 발전 가능성과 시사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

필자는 캐나다 퀸스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논문으로는 「미래의 핵심 아젠다, 인지과학의 현재와 미래」, 저서로는 『언어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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