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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확장’과 ‘일본식 식민지배’ 키워드가 움직였다
‘한국문학의 확장’과 ‘일본식 식민지배’ 키워드가 움직였다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5.3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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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국어국문학회 전국학술대회와 전국역사학대회

국어국문학회(회장 윤평현 전남대) 전국학술대회와 역사학계의 올림픽 전국역사학대회(대회장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가 모두 53회째를 맞았다. 지난 28일부터 이틀 동안 각각 전남대와 고려대에서 향연을 펼쳤다.

국문학계가 디아스포라 문학을 새롭게 조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작가 유미리, 이창래, 서경식, 이민진 씨(왼쪽부터).


‘세계화 시대의 국어국문학’이란 주제를 내건 국어국문학회는 이번 전국학술대회를 통해 문화의 창조적 핵으로서 국어국문학이 나아갈 길을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전국역사학대회는 ‘식민주의와 식민책임’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해 역사학계 분열로 대회에 불참했던 한국사연구회가 이번 대회를 주관했다. 17개 역사학 관련 학회가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 한일병합 100년,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일제 식민지배의 성격과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뿐 아니라 그 사회적 의미를 천명하겠다는 시도다. 때문에 학술대회에 참여하지 않은 관련 역사관련 학회에서도 공동성명서 발표에 참여했다. 모두 30여 학회가 동참한 셈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 수용 문제

두 학술대회에는 마디 굵은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학계가 학문적·사회적 성찰을 다양하게 시도하겠다는 신호가 새겨져 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성찰을 통해 학술지평을 확대해나가려는 것일까.

세계화 시대에 대한 국어국문학회의 고민은 세계 각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모아졌다. 국어국문학이 세계로 나가는 것 못지않게 한국어로 문학을 하고 있는 교포 2세대, 3세대 문학의 수용 문제는 중요하다. 기조발표를 맡은 김흥규 고려대 교수(국문학)는 「文學 場의 변동과 문학 관념의 변화」에서 동아시아 국가의 문학적 경계와 근대적 문학 관념을 분석했다. 국가와 민족의 경계 밖에 있는 디아스포라 문학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문학 장이 상호작용하는 경계를 가늠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윤여탁 서울대 교수(국문학)는 국문문학이 아닌 한국문학의 개념을 세계문학과 지역문학의 개념에 대조해 정의했다. 윤 교수는 재외동포 문학을 한국문학사 논의에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또한, 현대사회의 특징이 다변화 된 것에 주목해 재외동포 문학 뿐 아니라 다매체 문학, 다문화 문학으로 국어국문학의 시선을 확장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디아스포라 문학에 관한 논의는 2000년대 초반 탈식민주의 연구와 학자들을 통해 제기됐다. 이후 디아스포라를 다룬 문학작품이 쏟아져 나왔을 뿐 아니라 일부 중소학회에서는 디아스포라에 관해 상당 수준의 연구가 진행된 상태다. 디아스포라 논의를 학계로 끌어안으려는 시도가 좀 더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이미 진행된 연구들까지 수용하려는 국어국문학계의 열린 자세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삼형 한양대 교수(국어교육)는 세계화 시대를 무한 경쟁의 시대로 봤다. 국어교육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이 교수는 국어교육 과정이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국어능력, 특히 내러티브적 사고를 지닌 인재를 육성하도록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평현 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어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다양화 될 것을 기대했다.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왔지만 많은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모국어를 가지고 문학, 혹은 문학과 유사한 행위를 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고민을 국어국문학계 내로 수렴하는 것 역시 세계화를 실천하는 한 방법이란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강조하고 싶다는 각오다. 더불어 윤 교수는 국어국문학 계가 자체적인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일본형 식민주의’ 규명 작업 활발

올해 역사학계의 화두는 단연 한일병합 100년이다. 발표 곳곳에 이번 대회를 한일 과거사 극복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집약돼 있다. 특히 ‘일본식’ 식민지배의 특성을 낱낱이 분석하는 연구가 쏟아졌다. 함동주 이화여대 교수(사학)는 일본형 식민주의는 내지와의 동화와 자치가 혼합된 형태라고 분석했다. 동화주의를 지향하면서도 현실에 있어서는 총독에게 방대한 자치 권력을 위임하는 내재적 모순이 혼재했다. 때문에 1930년대 후반 대륙침략전쟁으로 일본제국이 흔들리자 식민지배의 틀은 곧장 강압적 동화정책으로 귀결됐다는 주장이다. 박찬승 한양대 교수(사학)는 일본의 지배로 민족적, 계급적으로 분열된 조선의 중측적 이중사회를 면밀히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등장한 탈근대주의적 입장이 식민성 보다는 근대성에 치중함으로써  놓칠 수 있는 식민성의 문제를 환기시켰다.

또한 식민지 사회를 미시적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연구도 이어졌다. 이순자 숙명여대 교수의 「일제하 조선고적연구회의 고적조사 활동과 한국사 인식」, 김종근 캠브리지대 교수의 「식민도시 경성의 性문제와 유곽」, 박경하 중앙대 교수의 「1920년대 한 조선 청년의 여가 및 생활문화」는 각각 고적조사와 性, 여가를 통해 조선 사회를 조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17개 학회가 참여해 총 8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그 만큼 일제의 식민지배에 관한 연구 외에도 신명호 부경대 교수의 「『승정원일기』를 통해 본 소현세자의 死因」,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일제시대 문학 속에 나타난 電氣의 이미지」, 박중현 양재고 교사의 「‘망각’에서 ‘성찰’ 그리고 ‘마주보기’로-역사공통 교재의 제작을 중심으로」 등이 흥미로운 논의로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최광식 전국역사학대회장은 “일본 식민주의가 지닌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식민지배가 남긴 유산에 대해 다각도의 고찰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가 “과거의 식민지적 경험을 내면화함으로써 식민지적 회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화와 식민지배에 초점을 맞춘 두 국어국문학, 역사학 전국학술대회의 학술적 성과가 향후 학계에 어떤 과제와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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