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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량권’,비정년트랙 교수 울렸다
‘대학 재량권’,비정년트랙 교수 울렸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0.0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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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업적평가 상대평가로 하위 20% 재임용 탈락 적법” 판결

상대평가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비정년트랙 교수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도록 한 평가제도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영산대에서 비정년트랙교수로 근무하다 2005년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신 아무개 교수가 대학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학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재임용 거부의 근거가 된 심사기준이 적법하고 그 심사기준에 의한 재임용 거부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되는 이상 피고가 다시 재임용 심사를 받더라도 재임용되기 어렵다”며 “소청심사결정이 확정된 이후 재임용 심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05년 업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학으로부터 재임용 불가 처분을 받았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업적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면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학 자체 규정 때문이다. 업적평가 대상은 연구분야를 제외한 교육과 봉사영역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재임용 불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청위는 “사립대에 교원의 임용과 관련해 자율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크게 관련없이 상대평가로 하위 20%를 일률적으로 재임용 탈락시키는 것은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규정(교원지위 법정주의)의 취지에 비춰 자율성의 한계를 넘는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도 상대평가로 하위 20%를 재계약하지 않은 점은 대학 자율성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적법한 재임용 심사를 받았더라면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임용기간 만료 이후의 임금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를 포함해 5천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판결은 2심에서 뒤집어졌다. 부산고등법원은 “교원 인력 운영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대학이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적응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재임용 거부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대학의 자율성 내지 재량권의 한계를 넘을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런 평가 규정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부산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 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재임용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헌법불합치 판결 이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는 “교수의 신분 문제를 상대평가를 적용해 결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정년트랙 교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판결로, 2003년 헌법불합치 판결과도 배치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산대는 소송이 잇따르자 비정년트랙교원의 업적평가제도를 개편해 올해부터 재임용 거부 대상을 ‘C등급의 하위 50%’로 축소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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