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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문제 방치하고 할당제 도입?
대학원 문제 방치하고 할당제 도입?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0.2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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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박사 쿼터제 도입’ 아이디어는 좋지만

‘국내박사’가 대학교수임용에서 홀대받는 이유가 실제로 해외박사보다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순한 해외박사 선호 현상의 그늘인가. 분명한 것은 미국박사를 비롯한 해외박사 선호현상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13명 가운데 국내박사는 한명도 없다. 13명 가운데 12명은 모두 미국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는 교수 34명 가운데 국내에서 박사를 한 교수는 1명 뿐이다. 이번 하반기에 교수 3명을 새로 임용한 서울대 경제학과는 3명 모두 해외박사 출신을 뽑았다.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학부장은 “해외박사라서 뽑은 게 아니라 실력이 월등해 뽑힌 사람이 해외박사 출신”이라며 “요즘엔 기준이 높아져 해외박사 중에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합격하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내박사 출신이 없는 이유에 대해 “경제학분야는 영미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이 크다”며 “국내 박사도 월등한 성과를 내면 교수로 임용 될 수 있지만 아직 우리 대학이 그 정도의 박사를 배출할 수준은 안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학교수임용에 해외박사 비중이 커지고 있다.글로벌 경쟁력의 부족인가. 아니면 국내대학원 을 방치한 결과인가. 

사진=서울대학교 홍보부 갤러리


하지만 대학 교수임용에서 국내박사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영어강의 가능자를 우대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국내박사들을 뽑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해외박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해외박사들이 뛰어나다’는 교수들의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력과 학문 특성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성일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국내 박사와 해외박사의 논문편수가 같으면 당연히 외국박사를 뽑고, 외국박사가 논문편수가 적어도 영문논문이면 외국박사를 뽑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6년 전 한 일간지에 국내박사 할당제 도입을 주장하는 글을 썼다. “우수한 학생들을 붙잡아 둘만한 명분이 없었다. 학생들도 지도교수 잔심부름하고 국내박사라고 홀대받으면서 여기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 우수한 학생들을 해외대학에 보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이후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동료교수들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사이 국내대학에 해외박사 출신 교수들의 비중은 날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대학들이 ‘영어강의’와 ‘영어논문 작성’이 가능한 지원자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또 서열화 된 대학 구조에서 ‘우리 대학보다 못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지원자는 받지 않는다’는 교수임용 관행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박사 쿼터제는 학회차원에서 제안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공론화 한 것은 처음이다. 인위적인 할당제를 제기할 만큼 교수 임용시장에서 해외박사와 국내박사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부실한 국내대학원의 문제와 교수임용 실태를 제기했지만 할당제는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국내박사가 차별을 받는다는 근거는 불명확하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처럼 국내박사가 사회적인 약자라고 볼수 있는지 합의가 필요하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사회 취약계층에 보호장치를 취하는데 국내박사를 사회 취약계층이라고 규정하려면 그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며 “또 교수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한 해외박사가 역차별을 받게 되는데 이런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과 학문분야별로 교수 구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할당제를 적용했을 경우에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국내박사의 질 관리 문제다. 부실한 국내대학원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고 할당제를 먼저 도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이다. 국내 대학원 교육을 정상화 한 이후에 국내박사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김태룡 한국행정학회 회장(상지대)은 “국내 대학원의 구조조정과 교육을 개선하는 문제도 병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학문적인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공론화된 국내박사 쿼터제를 둘러싸고 학계가 어떤 해법을 찾을 지 주목된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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