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가리키는 ‘藏頭露尾’(장두노미)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 필진, 주요 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2명 가운데 41%가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장두노미는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다. 속으로 감추면서 들통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빗대기도 한다.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작품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는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맨다는 뜻이다. ‘몸통을 감추고 그림자마저 숨긴다’는 장형닉영(藏形匿影)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올해는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FTA협상, 새해 예산안 졸속 통과 등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응답자들도 정부가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위키리크스’가 외교문서를 공개한 것도 결국엔 은폐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진리를 보여준 것”이라며 “역사적으로도 정권의 불법사찰, 사실 왜곡 등의 실체가 드러나는 증후가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과)는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지만 정작 이명박 정부는 불공정한 행태를 반복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현 경성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올해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사찰, 검찰의 편파 수사 등 의혹이 남는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며 “반대 여론이 많은 한미 FTA타결도 잘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은 장두노미의 의미와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갈등과 정세변화가 심했던 국내외 상황을 표현한 ‘盤根錯節’(반근착절)이 20%로 뒤를 이었다. 골육상쟁의 관계를 상징하는 ‘煮豆燃萁’(자두연기)가 12%, 안전할 때일수록 위기를 잊지말아야 한다는 ‘繫于包桑’(계우포상)이 10%,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아직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뜻의 ‘或躍在淵’(혹약재연)이 7%를 기록했다.
올해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건을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가장 기뻤던 일은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6·2지방선거 결과와 G20정상회의 개최도 기뻤던 일로 꼽았다. 의미있는 실천을 한 인물로는 故 리영희 교수를 선정한 답변이 많았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