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장(藏), 머리 두(頭), 드러낼 노(露), 꼬리 미(尾).
‘장두노미’란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가리키며, ‘노미장두’라고도 한다.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는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다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맨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원대의 문인 張可久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點絳唇·歸去來辭), 그리고 같은 시기의 王曄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작품에 나오는 성어다. 진실을 밝히지 않고 꽁꽁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속으로 감추는 바가 많아서 행여 들통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비슷한 성어로 ‘장형닉영’(藏形匿影)이 있다. 이는 “몸통을 감추고 그림자마저 숨긴다.”라는 뜻으로, 철저하게 진실을 감추려드는 태도를 가리킨다. 반대되는 성어로는 직절료당(直截了當) 또는 개문견산(開門見山)이 있다. ‘직절료당’이란 속으로 감춰두지 않고 명명백백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일을 뜻하고, ‘개문견산’이란 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산이 보이는 것처럼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밝히는 일을 말한다.
올해에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게이트, 한미 FTA 졸속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수많은 사건이 터졌다. 일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해했다.
행여 드러난 꼬리를 붙들고서 몸통을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있으면 곧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기소하거나 검찰이 나서서 공안사범으로 몰아버리는 행태가 일상화됐다. 국가를 감시해야할 주권자가 오히려 국가로부터 감시를 받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17세기 갈릴레이의 시대로 후퇴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발명하여 천체를 관측한 끝에 지동설을 내놓았지만, 교회권력은 그를 이단으로 몰아 종교재판에 회부하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암흑의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자는 이단으로 처단받고, 오직 거짓과 음모 그리고 감시와 처벌만이 성행하게 된다. 온갖 의혹과 관련된 허위보고, 증거인멸, 몸통감추기, 깃털자르기, 진실을 원하는 사람 겁주고 사찰하기 등의 행태는 암흑시대의 전형적인 징표들이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던 것처럼, 진실은 영원히 덮어둘 수 없다.
교수사회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를 채택한 것은 우리사회가 하루 빨리 어두운 시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환 고려대·철학
필자는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 『유가사상의 사회철학적 재조명』, 『유교 담론의 지형학』등이 있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한계를 유교사상을 통해 보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선구자
임경순 지음, 다산출판사(2001)
등등에 밀리컨과 에렌하프트의 전자의 전하량 측정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제가 연구한 이론과 법칙을 아브라함과 에렌하프트에게 헌정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