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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순응의 문제다
기후변화,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순응의 문제다
  •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 승인 2011.01.20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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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이상 한파의 현황과 원인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최근의 겨울 폭설과 한파, 그리고 작년 여름철의 잇단 태풍 상륙과 폭우 등의 기상이변에 시달렸던 우리나라에 새해 들어서도 한파와 폭설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한파와 폭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및 북미 대륙도 강타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는 59년만의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고, 영국에도 100년 만의 한파와 17년만의 최악의 폭설이 있었다. 미국은 중서부에서 시작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플로리다까지 강타했다.

1980년대 이래로 급속히 진행된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온대지역의 겨울 한파와 눈은 빠른 속도로 약화돼 곧 사라질 것만 같았고, 언론은 지구온난화 주창자들의 견해를 빌어 이를 기정사실화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겨울철 한파와 폭설이 기승을 부리게 된 작금의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후학자들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한파의 원인을 북극진동과 태평양진동의 합작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북극진동이란 북극과 중위도(45N) 지역의 기압차이가 증가했다가 감소했다가 하는 현상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 차이가 클 때를 온난모드라고 하는데, 이때는 북극권의 찬 공기가 남쪽과 북쪽 사이를 사행(蛇行)하지 못하고 고위도 북극권에 정체하면서 지구를 일주하는 회전운동을 한다. 이와 달리 두 지역 간의 기압 차이가 감소하면 북극권에서 냉각된 찬 공기가 크게 사행하면서 서에서 동으로 지구를 일주한다.

이때 찬 공기가 중위도지역과 저위도 지역에까지 불어 내려와서 한파와 폭설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한랭모드라고 부른다. 금년의 겨울은 북극진동에서 볼 때 전형적인 한랭모드에 해당한다.

반면에 그동안 겨울이 실종된 것처럼 따뜻한 겨울이 지속됐던 시기는 온난모드의 시기였던 셈이다. 1980년대 이래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했는데 이는 북극진동이 온난모드를 지속했던 것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지구의 평균온도 계산에 사용되는 기온관측 지점의 다수가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선진국가의 해안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온난모드가 지속되면 지구온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지구의 온도변화는 기상관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기후의 역습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독일 라이프니츠대학의 라티프 교수는 향후 20~30년간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지구온난화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IPCC 4차 보고서가 발간 된 직후인 2008년 1월엔 독일 칼 대학 연구진이 멕시코만류의 약화로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에 걸쳐서 지구온난화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한 적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위스콘신대의 소니스 교수나 미국 웨스턴 워싱턴대의 이스터브룩 교수는 태평양진동(PDO; Pacific Decadal Oscillation)이 최근에 온난 모드에서 냉각모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향후 20~30년간 지구온도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평양 진동이 한랭모드가 되면 이곳의 기압이 높아져서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차가 줄어들고, 그 결과 북극진동의 한랭모드가 강화된다.

태평양진동이란 태평양의 북부와 서부에 있는 하나의 커다란 해수온도 모드와 동부 열대 태평양 상에 있는 작은 해수온도 모드가 20~30년 주기로 상반된 변화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로서 194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약 30년간에 걸쳐 태평양의 북부와 서부 해역에는 낮은 수온이 존재했고, 동부 열대 태평양에는 높은 수온이 존재(태평양 진동의 냉각모드라고 부름)했는데, 이 기간 동안에 지구의 온도는 장기간에 걸쳐서 하강 추세를 보였었다.

그 이후 온난모드로 바뀌면서 지구온도는 급속히 상승하는 경향을 최근에 이르기까지 지속했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기후학자들은 1940~1970년대와 같이 앞으로 상단 기간에 걸쳐서 기온이 하강하는 미니 빙하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의 기후는 이처럼 다양한 주기의 자연현상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이런 주기변화가 왜 발생하는지, 혹은 이런 주기변동으로 인해 기후가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거의 모르고 있는 실정에 있다.

위에서 소개한 북극진동이나 태평양진동도 기후가 급작스럽게 변하는 현상을 그저 보이는 대로 설명하는 수단이지 원인을 규명한다든가 어떤 대책을 제시하는 방법은 아니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최근의 혹한과 같은 이상기후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고, 이들의 입을 빌린 언론에서도, “열 받은 지구의 복수…기상이변”과 같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기상 이변은 모두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기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현상과 관계없이 지구 역사 이래로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인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극진동이나 북태평양진동과 같은 주기현상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도 하고 상쇄작용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현상도 이들 주기현상을 일방적으로 강화시키든가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상반되게 작용한다. 지구온난화의 효과가 어떤 자연적 주기현상과 만나느냐에 따라서 기후현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지구온난화의 진정한 두려움은 단순한 온도 상승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를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증폭시켜간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학자들과 언론은 이런 점을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오늘날 다수의 기후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만 할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폭도 일정 수준 이내로 조절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무지와 교만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후변화, 그것은 예측과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겸허한 순응(adaptation)의 문제이어야 한다.

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 환경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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