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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결과 무시하고 교수 채용 …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수령
심사결과 무시하고 교수 채용 …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수령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5.0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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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국ㆍ사립대 7곳 종합감사 결과

4년제 산업대인 남서울대는 2007년부터 모두 103명의 교수를 새로 임용하면서 기초 및 전공심사 순위와 무관하게 37명의 후순위 후보자를 면담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실제로 교원에 임용됐다. 그런데도 교원전형위원회는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총장과 이사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신임교수를 임용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이나 연구비 심사 때 연구실적을 이중으로 부풀리거나 연구책임자가 연구비를 공동 관리하면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일도 빈번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2010년 사립대 종합감사’와 ‘국립대 감사’ 결과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사립대 3곳(전문대학 1곳 포함)과 국립대 4곳이 종합감사를 받았다. 종합감사는 대학 규모와 지역 등을 고려해 ‘랜덤 샘플링’ 방식으로 대상을 선정한다.

논문 지도교수를 심사위원에 위촉하기도

신임교수 임용이나 승진 심사 등 감사를 받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부적절한 교원 인사가 적발됐다. 공주대는 지난해 영문학 교육 전공자를 공개 모집하면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1순위 후보자를 불합격 처리했다. 공개모집에는 모두 16명이 지원했었다. 그런데도 신임교수를 뽑지 않은 건 신임교수 임용을 둘러싼 학과 교수 간 갈등이 주요 이유였다.

목포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9학년도 1학기에 법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전공자를 공개모집하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면접 대상자를 추천하지 않아 기관 경고를 받았다.

경복대학은 2010년 3월 영유아보육과 전임교원 1명을 임용하면서 기초심사, 전공심사, 면접심사를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했다. 같은 해 1학기에 3개 학과 전임교원을 채용할 때에는 학과마다 2명의 면접위원이 31명을 면접하면서 개별평가를 하지 않고 4개 분야 14개 항목에서 각각 같은 점수를 부여했다. 2007학년도와 2010학년도에는 기초 및 전공 심사위원 6명 가운데 4명을 모집하려고 하는 전공분야와 관련이 없는 교수로 임명했다.

공주대는 2008학년도 1학기에 산업유통학과 농산물유통 분야 교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학위논문 지도교수, 공저자 등 지원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교무처장 등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논문으로 연구비 이중 수령 여전

공주대는 또 2007년 2학기에 신임교수를 채용하면서 경력과 연구업적이 모자라는 데도 총장 지시에 따라 전임교수로 임용하기로 한 지원자를 조교수로 임명하기도 했다. 남서울대 역시 연구연수가 2년이 되지 않은 전임감사를 조교수에 임명하는 등 모두 5명에 대해 교수자격 인정을 부당하게 실시했다. 이 대학은 또 신임교수 채용 공고를 낼 때 심사기준을 밝히지 않고, 공고보다 인원을 초과해 교수를 채용한 사실도 드러나 교원임용전형위원장 등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승진 심사나 연구 과제를 딸 때 연구실적을 이중으로 부풀리는 일도 여전했는데 신라대 체육학부 A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을 중복 게재한 연구실적으로 승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대학 식품영영학과 B전임강사는 심지어 대학원생 제자의 졸업논문을 요약ㆍ정리해 교내 연구비 2천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돼 경징계를 받았다. 공주대 이 대학 일어일문학과 교수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같은 연구과제로 교내 학술연구비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이중으로 받아 역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연구비로 승용차 기름 넣고 전동칫솔 구입

아직도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목포대 정보전자공학과 C교수는 집 근처 식당과 주점에서 회의를 한 것처럼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연구보조원이 참석한 것처럼 꾸며 경고를 받았다. 이 교수는 개인 승용차에 주유할 때에도 연구비를 사용했다.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명은 연구비를 전동칫솔 등 개인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경북대 생물산업기계공학과 D교수는 국가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제적된 학생 12명과 군 입대로 휴학한 학생 2명에게 연구비를 지적한 사실이 드러나 경고를 받았다.

박보환 의원은 “정부와 대학본부 차원에서 연구비 관리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비를 대폭 상향조정하는 등 연구비 집행 관리와 인센티브를 강화해 ‘유리알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또 연구비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국가연구개발 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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