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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비중 줄여야 대학교육 산다”
“취업률 비중 줄여야 대학교육 산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5.0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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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역량강화사업, ‘취업률’ 이대로 좋은가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서 핵심 평가지표로 삼은 '취업률'에 대한 회의적인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취업률 제고’ 정책이 오히려 학부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표적인 학부단위 대학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취업률을 가장 핵심적인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신설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지만 과연, 사업목적대로 학부교육의 기초역량이 강화됐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면 평균 3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취업률 높이기’에만 급급하고 졸업생의 취업의 질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취업률 부풀리기 실태도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최근 <교수신문>이 서울지역 5개 대학신문과 함께 실시한 ‘교수-학생 상호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학생 49.8%와 교수 61.3%가 “취업률은 대학교육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 학생이 가장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 하다. 상경계열 학생 54.5%가 취업률이 대학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인문사회계열 학생 53.8%, 이공계열 학생 47.0%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인식도 조사는 학부생의 경우, 3ㆍ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3학년 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이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4학년 학생은 53.0%가, 3학년 학생은 47.3%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수들 중에서는 예체능 교수 77.4%가 ‘취업률은 대학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으로 자연계열 교수 66.7%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전국의 미술대학 학장들은 협의회를 만들어 개선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대학평가를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8일 출범한 ‘전국 미술ㆍ디자인계열 대학장 협의회’(회장 김영원 홍익대 미술대학장)는 “예술계 특성을 무시하고 ‘건강보험DB’만으로 취업률을 산정하는 대학평가는 중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영원 회장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을 평가한다면서 제도적으로 자율성을 묶어 버리면 문화예술 교육에 희망은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4년제 대학 20%, 전문대학 25%)은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은 ‘사회 구조적’ 영역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한 취업률 제고’를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면, 기업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취업률만 강조하는 현실은 대학 간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마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으며 교수업적평가뿐 아니라 학과평가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취업률 높이기’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취업률은 높아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과연 취업의 질은 높아지고 있는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내실 있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볼 때다. 지역의 한 교수는 “취업률은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취업률을 강조함에 따라 대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업률을 올리는데 만 급급한 현실”이라며 “학생 취업을 대학과 교수에게 책임을 묻는 현행 평가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취업률 비중을 줄이고,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줄이는 등 교육여건 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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