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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정문 한글 번역, 오류 넘어 법률적 불일치"
"FTA 협정문 한글 번역, 오류 넘어 법률적 불일치"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0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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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번역연구소 '한국학과 번역' 국제학술대회

한미 FTA, 한-EU FTA 협정문 한글 번역이 학계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연구소(소장 방교영)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한국학과 번역' 국제학술대회에서였다. 이날 통번역연구소의 방교영 소장과 신항식 연구원은 함께 발표한 「FTA와 협정내용 번역불일치의 사회적 조망」에서 한-EU FTA 협정문의 한글본이 '번역 오류가 아니라 법률적 효과의 불일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미, 한-EU 간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정부의 한글 번역본을 놓고 특정 단어 누락과 번역상의 오류를 짚은 뒤 '관행, 의도, 문화, 언어능력 혹은 무관심의 종합적 오류'임을 강조했다. 방 소장과 신 연구원은 "한글본을 살펴보면, 영어본과 한글본이 서로 대등한 원본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본과 한글본을 만들 때부터 상호적으로 참고하지 않고 영어본을 대충 한글본으로 번역해내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확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들의 주장은 명료하다. 무엇보다 세계 간 문화소통에 어두운 한국 정부와 한국인이 미국이나 EU와 같은 언어?문화적 복합네트워크를 지닌 상대와 FTA를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무리였다. 한국의 불이익이 불을 보듯 빤한 상황이 '법률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한미, 한-EU FTA를 다시 협상해야 하며, 영어본에 비교해 한글본이 한국의 법에 적절한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신력 있는 외국어 연구기관 국제법 전문가를 총동원해서라도 업무를 진행할 것인지 정치적 고려를 먼저 해야 한다"고 발표자들은 주문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발표자들이 FTA오역 문제에서 "정부가 그토록 영어광풍의 주역이면서도 실제에 있어서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의 실제를 무시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고 꼬집은 대목. 이 부분은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영어열풍에 의해 손상된 한국어의 위상을 점검하고, 세계화에 맞서 한국어와 영어 및 외국어의 상호소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마련" 된 대목과 일치한다.

이날 학술대회는 크게 한국학과 세계, 한국학의 현황, 사례 등 세 부분으로 진행됐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문학)는 「서양과 동양의 만남」을 발표했다. 정명헌 임원경제연구소장과 양창진 한국학중앙연구원ㆍ박장순 홍익대 교수는 「한국학의 세계화 문제」를, 김욱동 한국외대ㆍ하팀 UAE Sharjah 대학 교수는「번역과 정체성의 문제」를 짚었다. 특히 김욱동 교수는 안정효와 김은국의 사례를 들어 '자기번역'의 적실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의 문제제기는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에서 '누가' 번역할 것인가의 문제로 초점 이동을 가져올 사안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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