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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으로 굽은 ‘곧은 신문’
[기자수첩] 안으로 굽은 ‘곧은 신문’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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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2 17:13:38
최근 고려대가 언론에 ‘터뜨려준’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재단 측의 일방적인 김정배 총장 재선임 결정이며, 다른 하나는 학교측의 김 총장 소득세 대납 문제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의 추이를 바라보는 동아일보의 시각은 다른 일간지들과 사뭇 다르다.

김 총장 재선임 문제에 대해 중앙일보는 ‘고려대 총학생회 본관 점거농성’(5월24일자)이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의 반발 상황을 보도했으며, 경향신문은 ‘교수협, 고려대 김총장 연임관련 원인무효소 검토’(5월21일자)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고려중앙학원 “총장선임방식 공청회 열자”’(5월24일자), ‘고려대재단 “김총장 선임은 적법했다”’(5월21일자)라는 등의 제목으로 한결같이 ‘재단 측’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도해 왔다.

또한 중앙일보가 ‘고대총장 소득세 5년째 학교서 대납’(5월9일자), 경향신문이 ‘남의 허리띠만 졸라맨 총장’(5월14일자), 한겨레가 ‘고대 “총장세금 대납” 진상규명 촉구’(5월10일자)등의 제목으로 보도한 세금대납문제를 동아일보는 ‘“세금대납 4800만원 학교반환” 김정배 고대총장 사과회견’이라는 제목으로 ‘사건보도를 건너뛴 사과보도’를 해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동아일보는 ‘기사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하나, 사실상 이 신문을 옥죄고 있는 것은 ‘고려대 법인’과 ‘동아일보’의 특수 관계라는 것이 언론계의 반응이다. 이정호 전국언론노조 정책부장은 “동아일보 역시 소유주의 이해관계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저항해야 한다는 윤리강령을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거의 지켜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동아일보가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보도를 계속한다면 기치로 내건 ‘곧은 신문’이라는 타이틀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주동황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기자가 사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현 소유구조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언론윤리를 지켜내는 데에는 아폴론의 ‘의지’와 디오니소스의 ‘반항’ 모두가 필요하기에 언론인의 어깨는 무겁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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