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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각 대학 2001년 결산서 공개 결과
[초점] 각 대학 2001년 결산서 공개 결과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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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9 18:08:57
한 사립대에서 사무처장을 하다 사표를 내고 나와 현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아무개씨는 2001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사학은 세금을 한푼도 안내는 기업으로 이사장과 몇몇 직원만이 재정운영상태를 알 수 있는 비리의 온상”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이 씨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고 교육의 공공성을 주창해온 대학들은 정기적인 외부감사를 받고 재정상태를 일반인에게 공개해온 기업체와 비교할 때, 재무정보 공개에 지나치게 인색했다.

사립대의 재정운영이 불투명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에 사립대 예·결산서 공개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5월31일까지 결산내역을 학보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항상 열람이 가능하도록 관련자료를 도서관 등에 비치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게재할 때도 누구나 찾아보기 쉽도록 해야 하며, 기간이나 대상에 제한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사학의 재정·회계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사학재정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사학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기부를 촉구하고, 정부 예산확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교수신문이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 편제정원 5천명 이상인 전국 87개 사립대학의 홈페이지에서 ‘2001년 결산서’를 찾아본 결과 여전히 몇몇 대학들은 결산서를 찾기 어렵게 해놓거나, 아예 게재를 하지 않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대학은 교육인적자원부에 보고할 때만 잠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바로 삭제하기도 했다.

건양대, 동신대, 한서대는 6월 12일 현재 홈페이지에 2001년 결산서가 없었다. 대학측은 한결같이 “게시물이 많아 1주일만 공고했다가 내렸다”고 답변했으나 그러나 3월에 올려진 다른 공고물들은 여전히 게시된 상태에서 결산서만이 없어, 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음이 확인됐다. 건양대 재정담당 직원은 “게시한지 1주일이 지나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인트라넷으로 옮겼다”고 답변했다.

경원대는 아예 홈페이지에 게시하라는 교육인적자원부 지침을 무시하고 학보 등을 통해 지면공고만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우석대, 초당대, 호남대는 열람만 가능하고 인쇄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

반면, 아주대, 덕성여대 등 몇몇 대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을 넘어 예·결산서 공개를 대학의 홍보에 이용하거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대조를 보였다.

아주대는 2001년 회계결산서를 목까지 상세히 공개하고, 5월말부터 교수, 학생, 교직원 등 학내구성원을 대상으로 ‘2001학년도 학교회계결산 설명회’를 가졌다.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배려해 4일 동안 각 대학 건물을 돌며 점심시간에 열었다.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이 등록금투쟁을 벌이며, 대학의 결산서 공개를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는 가운데 아주대는 아예 대학이 나서서 현황과 사용내역을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아주대는 최근 3년간의 각종 재정지표까지 분석 발표함으로써 대학과 구성원의 신뢰를 쌓아갔다. 앞으로도 예산 설명회에서 교수, 학생,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제안을 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 투명한 예산운영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덕성여대, 전주대 등 일부 대학도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는 대차대조표, 감사보고서 뿐만 아니라 부속명세서까지 세부적으로 공개해 ‘투명한 대학’을 강조했다. 이들 대학들은 등록금과 정부보조금 등 수입이 한해동안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용인대는 감사를 통해 법인전입금으로 토지를 사야함에도 불구하고 교비로 충당했다고 지적되자, 총장이 법인의 재정이 호전되는 대로 전입금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힌 감사보고서까지 자세하게 실었다.

손혁기·설유정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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