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4 18:42:35
‘재미있게 살자’가 모토인 양만기 덕성여대 교수(38·서양화과, 사진)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찍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 다큐멘터리 필름에 대해 묻자 양 교수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담배를 피러 베란다에 나갔다 땅을 고르고 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하루 한시간씩 늦춰가며 20개월간,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담아내는 동시에 월드컵에 관한 역사적 기록물을 남긴 셈. 주위의 지인들은 “재미있다, 머리좋다” 혹은 “싸게 팔았다”는 반응들을 보였다며 웃음 짓는다. ‘가상과 현실, 참과 거짓, 본질과 이탈’이 주된 관심사라는 양 교수는 그래서 지금도 사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을 선뵈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묻는다. 이번 개인전의 ‘홀로코스트’라는 작품에는 KAIST 고진영 박사의 도움으로 2년여간 실험한 끝에 실용화된 홀로그램이 쓰였는데, 작가는 현실과 착각하기 쉬운 이 작품들이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한다. 진실이 아닌 것이 진실인양 혼란을 일으키는 세상.
작년 2월 학교로부터 부당 해임을 당한 경험이 있는 양 교수는 당시 “엄연한 진실이 있는데도 현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며 진실과 거짓이 삶 속에 뒤섞여 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론은 다행히도 事必歸正. 올 3월 학교로 복직한 양 교수는 “의식이 깨어있는 학생들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며 이내 밝아진다. 순간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담뿍 묻어난다.
아이디어 넘치는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 기반은 언제나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자유롭지만 또 ‘믿음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제 양 교수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첨단기계나 전기공학을 이용하는 그의 ‘예술’이 우리 사회의 ‘기술’과 좀 더 활발하게 뒤섞이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협력을 하고 싶고 최소한 의사소통이라도 했으면 한다며 “연락주세요”라고 반드시 적어줄 것을 부탁했다.
우리 시대의 한 젊고 재기넘치는 교수가 꼭 그런 행복한 의사소통에 성공하기를.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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