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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와 주커버그'의 사례처럼… 일방적 주입 아닌 두 문화 커뮤니케이션 기대
'잡스와 주커버그'의 사례처럼… 일방적 주입 아닌 두 문화 커뮤니케이션 기대
  • 송승현 기자
  • 승인 2012.04.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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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젊은 과학자는 인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나

애플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을 만들어줘 너무 고맙다.” 스스로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제품인데 오히려 왜? 현대 사회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요구한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인 과학 전공자들에게 창의적 제품을 만들라고 다그친다. 인문학적 사고를 하란다. 정작 이공계 출신들은 인문학을 접하는 게 쉽지 않은 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수여하는  ‘이달의 과학자상’을 수상한 박찬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43세, 신소재공학과ㆍ사진)는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서로 다른 학문체계가 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박 교수가 신소재공학 강의를 하며 느낀 바다. “같은 분야에서도, 다른 분야에서도 융합하려는 시도를 한다. 반드시 인문학에만 매여있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소양이 있어야 연구에 더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인문학을 강조하다보니 관련 강의도 많아지더라. 그러나 수업의 질은 강의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식만이 아닌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강의가 있어야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겠나”고 시원스런 답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관하는  ‘2011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안종현 성균관대 교수(39세, 신소재공학부ㆍ사진)는 ‘감성공학’을 내놓았다. 안 교수는 전자제품을 예로 들어 “제품 하나에도 인간의 감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문이 세분화되고 다시 융합해가면서 사람 중심으로 흐른다. 사용자 환경에 맞는 기술을 선보이려면 인문학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는 “(과학은)10년 뒤를 바라보고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이다’는 예측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외부(인문학)에서 들여와야 한다. 인문학에 접근하는 건 사회가 돌아가는 방향을 보려는 시도”라고 밝힌다.

사회는 과학에 인문학을 종용한다. 반대로 인문학에도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진 않을까. 2011년 5월 ‘이달의 과학자상’을 받은 차재춘 포스텍 교수(41세, 수학과ㆍ사진)는 다른 시선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바라봤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문학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는 낼 수 있지만 실현할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뜬구름이 될 수 있다.”

학문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전한다. 같은 분야는 물론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서도. 차 교수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를 예로 들었다. “주커버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코딩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는 단지 프로그램을 짜서 보여주기만 한다. 상상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 실현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차 교수는 “잡스와 주커버그의 사례는 과학과 인문학, 두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다른 접근 방식과 동시에 과학적 직관이란 기본 토대도 중요하다. 한 쪽이 다른 쪽에 주입되는 게 아닌 서로 간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송승현 기자 jabatd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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