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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심사로 정년 연장 … 명예교수에게 매달 40만원 지급하기도
까다로운 심사로 정년 연장 … 명예교수에게 매달 40만원 지급하기도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6.18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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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전후 교수에게 어떤 지원하나

교수의 정년과 대학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교수신문>이 시리즈로 기획한 ‘교수의 정년과 노년’ 이번 호에서는 정년을 앞둔 교수를 위해 대학에 어떤 정책이 마련돼 있는지 알아봤다.

“교육이든 연구든… 평소 하던 걸 계속 하고 있죠, 뭐.” 어떻게 살고 있냐는 물음에 돌아온 이창식 한양대 교수(66세, 기계공학부)의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대답이다. 이 교수는 ‘정년 후 석좌교수’ 제도에 의해 지난해 연구석좌교수로 발탁됐다. 정년 후 석좌교수 제도는 지난해부터 한양대에서 시행된 제도로,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이 제도는 교육석좌교수와 연구석좌교수라는 두 유형으로 나뉜다. 교육석좌교수는 60~64세 사이에 ‘강의 우수교수’또는 ‘베스트 티처’에 선정된 교수로서 졸업예정자 대상 강의평가에서 5년간 상위 20%이내에 들고 전공 관련 유명 저서가 있는 교수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연구석좌교수는 62세에 신청하며, 신청 전 5년 동안 매년 연구업적 점수가 승진 요건의 150% 이상 돼야 신청할 수 있다.

정년 후 인력 활용 제도 공감대 형성

이 교수는 “과거에는 정년이 가까워지면 ‘아, 내가 제도권에서 끝났구나’라며 심적으로 고민도 하고 사회적으로 아쉬움도 남고 그랬는데 이 제도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제도는 아니지만 나이 든 교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만족할 만하지 않다는 것은 기준이 엄격해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제도가 확산되면 좋겠지만 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년 후 석좌교수 제도는 대학가 내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실제로 배재대는 한양대의 이 제도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고병도 배재대 교무과장은 “70세가 되도 SCI 논문 몇 편씩 써 내는 교수들도 있다. 이런 분들이 퇴임하지 않고 전임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준비 중이며 한양대 사례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희대도 2010년 정관을 개정하면서까지 정년을 연장시켰다. 그러나 한양대와 마찬가지로 조건이 까다롭다.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정년 전 10년간 연구ㆍ교육ㆍ봉사 실적이 특별히 우수한 석학이거나 정년 전 10년간의 평가 중 5년 이상 평가 상위 25%가 돼야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준을 충족해 정년 연장이 된 교수는 김재홍 교수(국문과) 단 1명뿐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올해는 4명이 물망에 올라 있다. 정년 연장을 고사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몇 명이 될 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정년을 앞둔 교수들에게 책임시수를 줄여주는 대학도 여럿 존재한다. 계명대, 고려대, 배재대, 성균관대, 연세대, 영남대, 조선대 등은 정년 전 책임시수를 적게는 3학점에서 많게는 9학점까지 감면해준다. 업적평가를 면제해 주는 대학도 있다. 동아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이다. 연세대의 경우 61세부터는 교육 부문 업적만으로 승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점점 이 제도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추세다. 서강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도 과거에는 퇴임 준비 명목으로 책임시수를 1과목 정도 줄여줬지만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고 책임시수가 줄면서 이 조항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렇잖아도 책임시수 감면으로 재정 부담이 늘어났는데 더 줄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도 “책임시수 감면이나 업적평가 면제는 옛날 제도다. 점점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양대와 경희대 사례처럼 우수한 교수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대학은 늘고 있지만 갈수록 팍팍해지는 대학 살림살이에 정년을 앞뒀다고 무조건 다 지원하는 정책은 줄어들고 있는 경향을 알 수 있다.

명예교수는 명예만?

한 대학에서 15년 이상 적을 두면 정년퇴임 때 대부분 명예교수라는 직함을 받는다. 이들의 처우는 어떨까. 고려대는 명예교수가 되면 3년간 매달 40만원씩 지급한다. 그러나 고려대의 경우는 예외적인 케이스다. 대부분의 대학 교무과 관계자들은 “근속년수만 채우면 다 되는 것이 명예교수”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실질적인 혜택은 없다는 뜻이다.

정년 후 명예교수 신분으로 강의를 맡는 경우 많게는 시간강사 2배 수준으로 강의료가 책정된다. 약간의 인센티브만 지급하는 곳도 있다. 연세대의 경우 시간강사 강의료를 지급하되 강의를 하지 않는 방학 기간까지 쳐서 강의료를 지급한다. 연구실을 배정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림대 관계자는 “공간이 부족해서 명예교수에게 강의실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의 정년은 65세. 문제는 65세가 된다고 모든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누가 쉬고 싶겠어요. 정년이라고 금방 지식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옛날과는 달리 한참 열심히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정년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강맹규 한양대 교수(66세, 산업경영공학과)의 말이다.

강 교수가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후배들과 학교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년을 늦추기가 어렵다면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손해 같아요.”

김희연 기자 gom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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