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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화·번역 화두로‘소통의 인간학’견인
고전·문화·번역 화두로‘소통의 인간학’견인
  • 이은령 부산대 HK교수·언어학
  • 승인 2012.06.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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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_ 인문학,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⑧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점필재연구소

 

이은령 부산대 HK교수·언어학
 2007년부터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와 점필재연구소가 결합해 ‘고전번역학+비교문화학을 통한, 소통의 인문학의 창출: 주변과 중심의 횡단을 위해’ 인문한국 중형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연구단의 출범 이후에 자주듣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연구단이 가진 중요한 전제였고, 또 구현해 가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그것은 학문적 정체성과 언어가 다른 인문학자들이 모여, 하나의 아젠다에 대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담론의 나열이 아닌 통섭으로서 ‘+’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번역학+비교문화학 연구단’은 고전을 중심에 놓고 문화 간 차이와 변주를 인정하는 공시적 통찰과 번역을 통해 근대, 중세 그리고 고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가 대면하는 통시적 교섭의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두 연구소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메트릭스와 같은 소통도 전제해야 했다.

구성원의 다양성만큼 각각 다른 색깔의 벽돌을 쌓아갔던 초기의 연구 활동은 우선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활용하면서 아젠다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연구 단위인 비교문화학, 고전번역학, 인문정보학, 언어문화, 사상비평이라는 다섯 개의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는 어젠다 연구의 기반이 됐다. 센터별 정기 세미나와 더불어 매월 연구단 차원의 내부 학술발표회를 열어 연구단의 모든 연구원이 어젠다에 집중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학술대회는 물론이고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문화학교, 고전학교 등과 같은 집중 콜로키엄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논쟁하면서, 분과 학문적 연구를 뛰어넘는 인문학적 연구의 지평을 열어나갔다.

연구단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고전’과 고전의 형성, 전유 및 고전번역의 역학은 연구단의 가장 중요한 논제다. 콜라 이름에도 붙어 있는 클래식(Classic), 어쩌면 너무나 자명하고 식상해 보이는 ‘고전(Classics)’의의미를 우리의 문제의식에 맞게 재정립하기 위해, 고전의 의미를 정치하게 다듬는 데 한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그렇게 ‘당대와 그 이전의 문화적 텍스트 중에서 시대의 문제의식을 가장 잘 대변하고 가장 치열한 문제를 제기했던 텍스트’로 고전의 의미를 내면화했다. 이런 진중한 사유의 바탕에는 근대 유럽중심주의적 고전의 형성과 민족주의 속에서 고전이 전유되는 양상, 문화 사이의 역학관계와 고전 번역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산고의 노력이 있었고, 두 권의 총서로 응집된 결실을 봤다.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과『고전, 고전번역, 문화번역』이 그것이다.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도 진정한 소통과 우리 연구단만의 창의적 담론생산에 대한 욕구는 채워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인문학 창조를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어젠다의 집중도를 재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했다.

우리시대 고전읽기·질문총서 시리즈』와『근대문명전환기 역사인물평전 시리즈』
2단계에 접어들면서, 연구팀을 두 개로 통합, 재편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2차년을 갈무리하는 현재, 『우리시대 고전읽기·질문총서 시리즈』3권과『근대문명전환기 역사인물평전 시리즈』3권을 출판하는 성과로이어졌다. 우리 연구단의 어젠다를 대표하는 연속 기획물들은 앞으로도 계속 출판된다.

『근대문명전환기 역사인물평전 시리즈』는 한국의 문명 전환기를 살아간 근대 인물들의 행보를 고전번역학적 관점에서 재구함으로써, 한국 문명전환의 眞景을 생생하게 읽어냈다. 『우리시대 고전읽기·질문총서』는 주변부 고전 발굴과 고전의 당대적 해석을 목표로 한 것이다. 스피박, 부르디외, 김우창 다시 읽기는 그 첫 번째 성과물로 ‘고전’을 현재의 삶이 제기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우리 연구단의 궁극적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역, 그리고 지역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인문학으로도 구현됐다.

특히 점필재연구소가 집중해온 ‘인문고전독서교실’과 ‘우리/동양고전 아카데미’, 인문학연구소의 소외계층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은 우리 연구단만의 특화된 사업으로 트렌드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인간 중심의 인문학을 위해 지역과 공유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고전’과 ‘문화’ 그리고 ‘번역’을 화두로 한 우리 연구단은 우리 속에 있는 다양성을 더욱 풍성하게 하면서도, 고전연구를 통해 근대적 경계 짓기로 절연된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상생의 인문학, 학문 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험을 체화하는 소통의 인간학을 견인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령 부산대 HK교수·언어학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EHESS)에서 ‘언어학’으로 박사를 했다. 번역서로『사회과학에서의 문화개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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