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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학문활동 정리 …“학문 스스로 이룩하지 않고 남 흉내낸다면?”
40년 학문활동 정리 …“학문 스스로 이룩하지 않고 남 흉내낸다면?”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6.19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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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질병' 증세 9가지 지적한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스스로의 학문이 아니라 남의 요청에 의해 학문하는 것은 ‘죽은 학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비판의 주인공은『학문론』을 출간한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73세, 국문학)다. 학문 생활 40년을 정리한 책에서 말했다.

그는 최근 학자들이 논문 쓰기에 골몰해 학문의 본령인 비판적 사유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학문이 막히는 현상을 ‘학문의 질병’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증세를 9가지로 꼽았다. 이는 일종의 자가진단표다.

① 공부를 계속해서 하기만 하고 학문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② 여건을 탓하고 몰이해를 나무라고 알아줘야 학문을 하겠다고 하면서 최소한의 노력이나 하고 만다.
③ 자기 학문을 스스로 이룩하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면서 본뜨고 흉내 내기를 일삼는다.
④ 학문은 승패를 가르는 경쟁이라고 여기고 이기기 위한 작전을 갖가지로 쓴다.
⑤ 진행 중인 작업에 매몰돼 연구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설정하지 못한다.
⑥ 계획생산은 하지 않고, 주문생산에 매달린다(자기가 판단해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지 않고 누가 무엇을 해달라고 하면 그 쪽의 요구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다).
⑦ 내심에서 우러나는 학문을 하지 않아 외면치레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
⑧ 학문을 한다면서 시사평론이나 한다.
⑨ 어느 정도 이룬 것이 있다고 인정되자 인기를 얻고 장사가 되는 쪽으로 쏠린다(학문을 대중화하고 확산한다는 구실로 진지한 연구는 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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