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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81% “국내 대학원 수준 떨어진다”
교수 81% “국내 대학원 수준 떨어진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6.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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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해외유학 권하는 이유는

우수한 국내 학생들이 국내 대학원보다 외국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하고자 하는 경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 교수 상당수가 해외박사 출신임을 감안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교수 스스로도 국내 대학원의 수준이 외국 대학원보다 떨어지고, 이 때문에 국내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한조 아주대 대학원장 연구팀이 전국 34개 대학 교수 5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조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연구 과제인 『국내 대학원의 연구역량 제고 및 세계 수준의 국내박사 양성 방안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지난해 10~11월 실시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은 학생과 진로상담을 할 때 외국 대학원 진학을 권한다는 응답이 50.0%나 됐다. 국내 대학원 진학 권유는 17.4%에 그쳤다. 이공계열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국내 대학원 진학을 선호했다. 39.9%가 국내 대학원 진학을, 21.0%가 해외 유학을 권유했다. 이공계열 국내 대학원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 대학원 진학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박사가 국내박사보다 사회적 인식이 좋다는 점을 꼽은 교수의 비율이 62.1%로 나타났다. 1~3순위 중복응답을 고려할 경우 응답률이 87.3%로, 대부분 교수가 그렇게 생각했다. 해외 대학원에서의 학위 취득과 학문적 성취를 국내 대학원보다 높게 보는 사회적 관행과 그로 인해 교수직과 같은 해당 분야 전문직 취업에 이점이 많은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는 생각은 거꾸로 국내 대학원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학원생이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3%, 조금 인정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35.1%, 보통이라는 응답은 29.3%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국내 대학원생이 대체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3.7%에 달한다는 뜻이다.

국내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로는 국내 대학원의 수준이 해외 대학원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한 원인(81.0%, 1~3순위 중복응답)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경제적 소득이 적은 점(52.1%), 학문적 역량이 떨어지는 점(51.8%), 실용적 역량이 떨어지는 점(32.5%), 정치·사회적 참여가 적은 점(13.7%) 순이었다.

교수들이 국내 대학원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연구진은 “국내 연구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진학 관련 상담을 할 때 국내 대학원보다는 외국 대학원을 더 권장하게 되고, 그로 인한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 대학원생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력 향상을 택한 비율이 84.1%(중복응답)에 달했다. 다음으로 권위 있는 학문적 성취(77.7%), 실용적인 능력 배양(71.6%)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다. 1순위 응답만을 볼 때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은 학문적 성취(39.6%), 이공계열 교수들은 경제력(47.9%)을, 예체능 계열 교수들은 실용적 능력 배양(37.2%)을 가장 높은 순위로 꼽았다.

세계 수준의 국내박사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서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꼽은 응답률이 81.7%(1~3순위 중복응답)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학문적 성취에 대한 보상 65.1%, 물리적 환경 개선 58.8%, 국제 컨퍼런스 참여 54.2% 순이었다. 연구진은 “대학원 학위 과정 중에는 등록금과 생활비 등 재정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학위취득 후에는 전공분야로의 취업을 통해 해외박사와 동일한 수준의 소득이 보장될 때 국내박사의 연구역량 제고를 꾀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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