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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취업’ 통해 인재 빠져나가 … 손실액수 연간 3조원
‘진학·취업’ 통해 인재 빠져나가 … 손실액수 연간 3조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7.1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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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수 부경대 교수 연구팀, 수도권으로 인재 유출, 지역 손실액 증명했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의 경제적 손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인재 유출로 인한 지역경제 손실액이 연간 수조원을 넘나든다면 믿을 수 있을까.

류장수 부경대 교수
지난 9일 류장수 부경대 교수(경제학부, 사진)를 중심으로 한 부산고용포럼(상임대표 김종한) 연구팀이 발표한 ‘부산지역 청년층 역외유출 현황 및 특성분석’에 따르면, 부산 경제의 손실액은 연간 2조 7천248억원에 달한다. 연구팀은 지역인재 유출이 2차(대학 진학과 취업)에 걸쳐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대학진학자 100명 중 9명만이 부산으로 돌아와

우선 대학 진학이다. 부산지역 고교 졸업생 중 수도권에 진학(전문대, 4년제 대학)하는 학생은 10.7%, 부산에 진학하는 학생은 68.6%다. 4년제 대학 진학자만으로 대상을 좁히면 3%p 더 높은 13.7%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자 10명 중 1~2명이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셈이다. 이들을 취업유발계수로 환산하면 1차 유출로만 일자리 6천여 개가 사라진다.

문제는 수도권으로 진학한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대체로 높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대학 졸업 후 어학성적과 취업성과 등을 비교·평가해 보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부산에 체류한 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차 유출은 부산지역 대학에 진학한 ‘68.6%’ 학생들로부터 이뤄진다. 부산지역 대학 졸업생 중 부산에 취업하는 졸업생은 10명 중 6명(63.0%)에 불과하다. 경남과 울산으로 취업하는 졸업생이 각각 17.1%, 3.5%. 수도권에 취업하는 졸업생(12.2%)은 부산과 경남 다음으로 많다. 특히 성적이 다소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부산의 국공립대 졸업생들의 수도권 취업 비중이 사립대(9.8%)보다 높았다.

한편 수도권 대학 진학자 중 졸업 후 부산에 일자리를 잡는 졸업생은 8.9%다. ‘열에 여덟’(81.6%)은 수도권에 취업한다. 비교적 우수한 부산의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수도권에서 생활터전을 잡고, 100명 중 9명만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인재유출로 인한 지역경제의 추정 손실액수는 대졸 초임 임금에 평균 재직기간 20년을 곱하는 방식으로 도출했다. 부산은 1·2차 지역인재 유출로 인해 총 9천663명 분(1차 4천361명, 2차 5천302명)의 수지 적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 환산하면 2조 7천248억원에 달한다. 부산 지역내 총생산(GRDP, 2010년 기준 약 60조원)의 4.6%를 차지한다.

채용할당제 “최소 30%돼야 실질적 효과 날 것”

지난 2010년 교과부 산하 지방대·전문대 발전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류 교수가 연구를 주도했다. 오는 12월, 18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를 앞두고 ‘지역대 살리기’를 중심으로 한 대학체제 개편 논의가 정치권에서 스멀스멀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시사적이다.

연구팀은 “그간 구체적인 수치없이 감으로만 알고 있던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규모와 특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인재 유출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 지역대, 지역 교육청, 지역 기업가·단체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채용할당제를 중심으로 한 지방대 지원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지방대 출신자의 공무원 및 공공기관 ‘채용할당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보유한 대기업의 지방이전 촉진을 유도하는 획기적 지원책 △채용할당제를 실시하는 대기업의 일정기간 세무조사 면제와 금융상 우대조치 △지방국립대 우수 지원자 지원(등록금 전액 면제, 생활비 지원, 국비 유학 기회 제공, 소속 대학의 교수 요원 혹은 지역연구원 등 채용약정체결) △우수 지방대 예산 확충 등이다.

연구책임을 맡은 류 교수는 “부산 외에도 전국 각 지역의 자료를 갖고 있다. 대체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도 채용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방대의 현실을 감안하면 채용할당제 기준은 ‘최소한 30%’ 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GOMS)’를 활용했고, 2008년 8월과 2009년 2월의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했다. 부산고용포럼 연구팀이 진행해온 ‘부산지역 청년층 역외유출 현황과 방지방안 연구 시리즈’의 일부다. 연구팀은 앞으로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교육만족도 분석’, ‘인재유출에 따른 부산지역 소득의 수도권으로의 유출 규모’, ‘유출방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대선 전까지 새로운 연구결과를 한두 차례 더 제시할 전망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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