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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차원에서 ‘한국학 정체성’ 재정립
동아시아 차원에서 ‘한국학 정체성’ 재정립
  • 류준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국문학
  • 승인 2012.07.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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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_ 인문학,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⑫인하대 한국학연구소

 

류준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국문학

2007년부터 인문한국(HK)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을 어젠다로 삼고 있다. 부연하자면, 한국학을 방법으로 삼아 동아시아의 상생과 소통을 지향한다는 취지다. 곧 동아시아 각 지역·국가의 연구자들이 자국학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축적해 온 ‘한국학(들)’을 각기 독자적인 한국학으로 재인식하고, 그 복수의 한국학이 서로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구성해내는 한국학이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에서는 이를 ‘동아시아한국학’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동아시아한국학은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된 한국학을 지양하고, 상이한 시선들이 교직해 和聲을 창출하는 복수의 한국학을 지향한다.

동아시아한국학이라는 이름으로 21세기의 새로운 한국학을 지향하는 본 연구소는 한국학의 정체성을 동아시아 차원에서 재정립하고, 동아시아 세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한국학 연구가 상생적으로 소통하는 방법론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소는 세 단계의 과제를 설정했다.

동아시아 세계와 공유했던 역사적 경험을 학문적으로 성찰해 한국학의 동아시아적 정체성을 재발견·재구성할 수 있는 기본 방향을 탐색하는 단계(1단계),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 진행해온 한국학 연구들의 맥락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해 체계화해 자국학과 연계된 각 지역 한국학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단계(2단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한국학 연구들이 상생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개발·수행하는 단계(3단계)다. 현재 본 연구소는 2단계 과제를 수행하는 중이다.

그간 본 연구소는 어젠다의 구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고 적잖은 성과를 산출했다. 국내외 학술회의, 연구발표회, 시민강좌 등의 사업이 이미 수십 차례 진행됐다. 1단계 기간 동안 『중국 없는 중화』, 『동아시아, 개항을 보는 제3의 눈』, 『범월과 이산: 만주로 건너간 조선인들』 등의 저술을 통해, 패권주의 없는 동아시아의 가능성과 근대 개항장 네트워크 및 디아스포라의 문제 등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호재여지총초』(조선·월남·유구), 『사상과 현실: 박치우 전집』 등의 자료집을 간행했고, 동남아시아의 이해 증진을 위해 『진랍풍토기』가 곧 번역·출판된다.

특히 이번 2단계의 중점 과제인 ‘동아시아 한국학의 학술사적 계보’와 관련해 본 연구소는 ①‘자국학’으로서의 한국학 ②‘식민학’으로서의 한국학 ③‘민족학’으로서의 한국학 ④‘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의 구분을 방법론적 시각으로 삼아 20세기 한국학의 복수성과 그 학술사적 계보 탐색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연구성과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인천 시민 인문학 강좌’의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우리 안의 타자, 동아시아』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연변 조선족의 한국학 및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한국학에 대한 국제학술회의를 이미 개최했고, 그 성과를 『북우 계봉우와 중앙아시아의 한국학』과 『연변 조선족의 정체성과 한국학 전통』 등으로 정리하는 중이다. 아울러 식민지 시기의 조선학 형성과 관련해 문·사·철의 학제적 연구 성과로서 ‘유학사’, ‘한문학사’, ‘한국병합’ 인식 등에 초점을 맞춰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학술적 시선이 얽혀 드는 과정과 그 의의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냉전을 전후한 시기 구미 지역의 동아시아학과 한국학의 형성에 대해서도 착목하는 중이다.

‘국가(한국)-지역(동아시아)-보편(세계)’의 복잡한 층위들을 방법론적으로 잘 접근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의 국제주의와 보편주의’라는 주제로 두 차례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고, 『근대 동아시아 보편주의의 역사』로 학계에 보고를 준비 중이다.

본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작업은 특히 소중한 성취다. 시민강좌 형식으로 매년 2회씩 강의를 개최했고, 그 강의록을 중심으로 시민강좌 총서를 출판했다. 그 가운데 총서의 두 번째 권인 『우리 안의 타자, 동아시아』는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돼 보람이 배가됐고, 한국의 역사와 인물을 소개하는 학습만화 제작에도 참여해 하이툰닷컴과 함께 ‘대한국인’ 시리즈를 출간했다.


류준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전근대 한국 학문의 전통과 동아시아에서 자국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비교하는 한편 동아시아 담론과 인문학 연구의 연계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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