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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형 연구소’의 모델이 되고 싶다”
“‘네트워크형 연구소’의 모델이 되고 싶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7.1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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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이영호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장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1986년 설립할 때부터 당시로선 생소한 ‘한국학’을 내세우고 그 세계화를 화두로 던졌다. 1987년 ‘국내외에 있어서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1995년에는 ‘해방 50주년, 세계 속의 한국학’으로 이어졌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장(57세, 한국근대사·사진)은 “설립 당초부터 세계의 한국학계를 상대로 한국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모색하려 했다”라며 “인문한국(HK) 사업을 계기로 동아시아 국가들에 설립돼 있는 한국학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 중심의 한국학이 아닌 동아시아 속의 한국학으로 성장하는 데 앞장서는 연구소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장

△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이란.

 

△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이란.
“20세기 한국학은 서구주의를 보편성으로 수용하는 한편 민족주의적 특수성을 옹호하는 두 편향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왔다. 이를 극복하고 한국학의 지평을 일신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아시아 한국학’을 제창했다. 한국이 발전하면서 한국어를 배워 활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흡하다. 동아시아에서 탄생 단계에 있는 한국학에 대해 자기 중심의 위계로 재구축하려는 相爭적 시선을 거두고 쌍방향적 시선의 교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 지역의 자국학과도 소통이 절실하다. ‘문명-야만’론에서 출발한 서양 지역학의 인식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은 동아시아 국가 상호 간의 관계 속에서 한국학의 평등한 소통, 나아가 자국학과의 교섭에 있다. 그것을 우리는 ‘복수의 한국학’이라고 표현한다.”

 

△ 동아시아한국학을 어떻게 정립하겠다는 것인지.
“한국학이 지닌 서구주의와 민족주의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대 전환기 각국에서 이뤄진 한국학의 계보학적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고, 그 결과 동아시아한국학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자국학으로 발전해온 한국학은 물론 구미에서 지역학으로 구조화된 한국학, 중국·러시아 등지에서 민족학의 일환으로 형성된 조선학 또는 고려학, 일본에서 동양학의 하위 범주로 형성된 한국학 등 이미 單聲的 한국학이 아닌 多聲的 한국학, 즉 복수의 한국학이 존재했다. 그 계보를 탐색하고 서로 소통시킴으로써 동아시아한국학의 방법이 정립될 것이다.”

△ 한국학을 표방한 다른 연구소와의 차별성은.
“실제로 많은 연구소가 한국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학을 표방한 연구소는 다른 지역연구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대부분 한국학의 정체성 확인과 세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반면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자국에서 형성된 한국학의 편향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한국학과 쌍방향적 소통을 하고,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출발점이 다르다. 자국학에 침몰되는 것도, 세계화에 몰두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3의 길로서 동아시아한국학이 필요한 것이다.”

△ BK21사업을 통해서도 동아시아한국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시너지가 있나.
“HK사업은 BK21사업이 밑거름이 됐다. BK21사업에 선정되면서 한국 관련 전공을 통합해 대학원에 한국학과를 설립했다. 이렇게 학문적 결집이 이뤄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가 절실할 때 HK사업에 선정돼 교육과 연구의 연계성을 이룰 수 있게 됐다. BK21사업을 수행하면서 대학원생 수가 증가했는데, 특히 동아시아 국가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동아시아 언어에 능통한 유학생을 연구보조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가 한국학 연구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BK21사업은 이제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을 교육과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과제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연변 한국학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연변대 교수 5명을 초청해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HK사업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성과도 있나.
“HK연구소는 알게 모르게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아니라 상생하는 인문학 연구소로 발전해야 한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가 제안해 HK연구소로 선정된 부산대 민족문화연구소,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협약을 맺었다. 모두 항구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연구소로, 해양문화와 연관된 어젠다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하대에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매년 돌아가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HK연구소 상호 간에 주제를 모아 교류 협력하는 방법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10년 사업이 끝났을 때 한국학연구소의 비전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설립돼 있는 한국학 연구기관과 네트워크 형성을 강화하면서 한국 중심의 한국학이 아닌 동아시아 속의 한국학으로 성장하는 데 앞장서는 연구소로 발전할 것이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옌볜대, 베트남 한놈연구원 등과 연구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고, 언어권이 다른 몽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의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아시아 지역 내 교육과 연구가 결합된 ‘네트워크형 연구소’의 모델이 되고 싶다.”

△ HK사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논문의 양적 지표를 지나치게 높이 잡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본다. 인문학 분야는 저술을 통해 독창적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내놓아야 새로운 어젠다 형성이 가능할 것인데, 그런 연구를 진행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으로서는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기 때문에 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저술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HK사업에서부터 개인 저술을 높이 평가하는 방향으로 유도했으면 한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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