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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辰年 한 해 희망과 위로 준우리사회의 아름다운 얼굴들
壬辰年 한 해 희망과 위로 준우리사회의 아름다운 얼굴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2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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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가 뽑은 ‘올해의 인물’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에 덧붙인 질문. “2012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의미 깊은 실천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에 교수사회는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346명의 교수가 응답했다.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인물’도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겹친 해에다,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감, 정권교체에 대한 높은 열망 때문이었을까.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표출된 상징, 안철수 전 후보가 역시 교수들의 가장 많은 지지(229명, 응답자의 66.1%)를 받았다. 최종설문조사 기간과 겹친 18대 대통령 선거 여파로 전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재인(25명, 응답자의 7.2%)과 전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18명, 응답자의 5%)도 3, 4위를 차지했다.

최종민 전북대 교수(정치경제학)는 “안철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표출의 화신이라고 볼 수 있기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라고 이유를 밝혔고, 배상식 대구교대 교수(윤리교육)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이를 젊은 세대에게 각성시킨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안철수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를 한 인물로 평가하기보단 2012년의 한국사에서 읽어내려는 시도도 보였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사학)는 “안철수는 새로운 현상을 낳은 인물이자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인물이다”라고 평가했고, 신영준 경인교대 교수(과학교육) 역시 “비록 대권 후보로는 나오지 못했지만 기성 정치와 기성 질서에 변화를 시도한 의미 있는 행동을 했다” 라는 이유로 추천했다.

3포 세대이자 88만원 세대가 돼버린 제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일까. 최낙렬 금오공대 교수(물리학)는 “안철수는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을 직접 찾아가 고민을 듣고 함께 현재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작업을 통해 그들에게 희망을 줬던 사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단일화를 위해 물러섰다. 이렇게 상식적이고 실천적인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이기에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딴따라’가 아니다

흥미롭게도 교수들이 두 번째로 뽑은 인물은 「강남스타일」로 일약 전세계적인 돌풍을 불러일으킨 가수 싸이(34명, 응답자의 10%)다. 구광범 관동대 교수(중국학)는 “한류를 세계로 전파한 가장 공헌이 크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혹자는 그를 일개 ‘딴따라’라고 경시할지 몰라도 그의 세계적 유명세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박상규 강원대 교수(경영학)는 “문화가 없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생명력이 없다고 볼 때, 싸이는 국산 제품과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차후 국산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도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고 싸이의 선정 이유를 높게 평가했다. 군대 문제 등 개인적인 고난이 지나간 후 찾아온 성공을 겸손하게 다룬 싸이. 남을 흉내 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살려 한국의 위상을 높인 점이 교수사회에서도 싸이가 2번째로 회자됐던 이유로 보인다.

이합집산과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국민들의 깊은 한숨을 자아내게 하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줬던 익명의 구세군 기부자가 16명(응답자의 4%)의 선택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570만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넣은 ‘신월동 주민’을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한 김상홍 단국대 석좌교수(한문학)를 비롯해 많은 교수들이 이 익명의 기부천사를 추천했다.

세밑 달군 얼굴 숨긴 선행

장영우 동국대 교수(문예창작학)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을 숨긴 채 지속적으로 선행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구세군 냄비에 1억 원 수표를 지난해에 이어 익명으로 기부한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추천했다. 박기용 진주교대 교수(국어교육) 역시 “권력자나 돈 있는 자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기 위해 기부를 하거나 행사를 연다. 그러나 이름 없이 자선냄비에 2년 째 1억원 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고 사라지는 사람은 진정 남을 위해 묵묵히 사랑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다. 정치인이 되려고 설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을 일이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그외 주목할 만한 소수의 응답들도 있다. 김정대 경남대 교수(국어국문학)는 김지하 시인을 꼽은 이유로 “그는 유신독재 시대 최대의 피해를 입은 한 사람이었기에, 그 유신독재자의 딸인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국민대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그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정치외교학)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을 ‘좌절된 교육 혁명의 기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현역 국무총리와 서울시장도 이름이 거론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추천한 박진원 홍익대 교수(정보통신공학)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소용돌이가 있던 와중에 진중하게 중심을 잡고 묵묵히 국정을 상식선에서 동의되는 방향으로 수행했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올해도 역시 지난해 <교수신문>의 ‘가장 기뻤던 일’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은 교수들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류덕제 대구교대 교수(국어교육)는 “권위적 지위나 힘에만 의지해 온 고위직 공무원의 모습을 파탈하고 제대로 일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천했다.

손창현 경북대 교수(기계공학)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정혜신 의사를 추천했고,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세계를 누비며 몸소 소통을 실천하고 있으며, UN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올해의 인물’로 추천한 교수도 10명에 달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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