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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유발하는 지나친 '연구지향성' 개선하자
고비용 유발하는 지나친 '연구지향성' 개선하자
  •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3.11.2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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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_ ‘미래의 대학’ ② 대학 환경의 변화: 재정위기와 인구감소

'미래의 대학' 연재 두 번째. 이번호에는 경제위기와 학령인구 감소에 놓인 대학의 현실을 진단한다.  대학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지원 감소, 학생 미충원으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 등 대학의 재정 수지 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고등교육 부문의 재정지출 증가는 교육보다는 연구개발비 투자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보자. 대학은 연구에 필요한 시설을 신축하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며 연구생산성이 높은 교수를 다투어 초빙한다. 이런 비용은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지 않는 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지출 측면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의 대학’ 연재 순서
1. 대학환경의 변화① 고등교육 대중화와 대학교육
2. 대학환경의 변화② 경제위기와 인구감소
3.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연구와 교육
4.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
5. 대학시스템 개혁방안
6. 미래의 대학과 교수의 연구

경제의 글로벌화는 경기 변동 사이클을 초단기 사이클로 앞당겼다. 지구촌 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로 연결된다. 이러한 경제 위기는 국가 재정 운영에 영향을 주며, 결국 교육 예산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경기 위기가 나타나면 실직자의 증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지출의 증대를 초래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재원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재정 지출 구조의 변화는 다른 부문의 재정 투자에 영향을 준다. 초중등교육은 이러한 경제여건 변화에 대해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초중등교육에 대해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의무교육은 비교적 안정적인 법적 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고등교육 부분은 정부의 재정 지출 구조의 변화에 비교적 민감하다. 미국 학자들은 고등교육 재정을 ‘budget balancer’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정부의 재정에 비교적 여력이 있을 때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여력이 없으면 재정 투자를 감축해도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적인 고등교육 재정의 추세는 대체적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축소하고, 학생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은 고등교육 재정의 감축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 개혁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정책들이 이른바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라는 범주에 묶이는 정책들이다. 대학의 거버넌스 개혁, 평가에 의한 재정 지원, 질 보장 장치의 마련 등은 모두 이러한 생각과 관련이 깊은 제도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의 등록금을 새롭게 도입하거나, 기존의 등록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비용 분담(cost sharing)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이를 비용 전가(cost transfer)라고 부른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은 다른 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고, 규모면에서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물론 고등교육 부문의 재정 지출 증가는 ‘교육’보다는 ‘연구개발비’ 투자에 치중하고 있어, 고등교육 재정 증액이 미치는 실질적인 대학교육에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어찌되었던 고등교육 부문의 재정 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 궁금하다.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적자와 복지 지출의 증가 등을 고려해 볼 때 장기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학생 등록금 인상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이다. 여기에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은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대학들의 경우 학생 충원의 어려움과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대학들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지원 감소, 학생 미충원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 등 대학의 재정 수지 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은 과다한 투자를 해 온 측면이 있다. 새로운 건물이나 시설을 신축하고, 학생 복지를 확대하고, 교수 충원을 하고, 급여를 인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이다. 현재 수준에서 대학들은 이러한 지출 확대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의 연구 개발비에 대한 투자 증대는 대학들로 하여금 연구에 필요한 시설을 신축하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며, 연구생산성이 높은 교수들을 다투어 초빙하도록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구는 교육 활동에 비해 더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하고, 실제로 연구에 소요되는 경비들 중에서 일부만을 외부 연구비에서 충당되며, 장기적으로 그러한 시설을 유지 관리하고, 초빙한 교수에 대한 고액의 연봉을 계속 지불하도록 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대학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비용들은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지 않는 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대학의 지나친 연구지향성, 공격적 투자 등은 장기적으로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그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잦은 경제 위기와 학령인구의 감소 등을 고려해 볼 때 대학의 지출 측면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고비용을 유발하는 지나친 연구지향성은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 또한 모든 대학이 연구를 지향해야 하며, 정부의 연구비 또한 이들 대학에 균등하게 배정해야 한다는 연구에 있어서의 평등주의적 사고는 단기적으로 해당 대학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고비용을 유발해 대학의 재정 수지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신정철 서울대ㆍ교육학과
지식생산과 사회발전, 고등교육의 세계적 변화와 발전 방향에 관심이 많다. 플로리다주립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200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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