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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연구’가 필요하다
대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연구’가 필요하다
  •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3.12.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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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_ ‘미래의 대학’ ③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연구와 교육

'미래의 대학' 연재 세 번째. 이번 호에는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교육과 연구의 괴리에 대해 살펴본다. 흔히 대학의 연구는 교육의 기초가 되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현실 속에서도 유효할까? 오늘날 연구 활동은 대학교육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되고 연구를 중심으로 한 평가체계는 교수들이 교육활동에서 관심이 멀어지게 한다. 대중화된 대학교육에서 교수들은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미래의 대학’ 연재 순서
1. 대학환경의 변화① 고등교육 대중화와 대학교육
2. 대학환경의 변화② 경제위기와 인구감소
3.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연구와 교육
4.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
5. 대학시스템 개혁방안
6. 미래의 대학과 교수의 연구

오늘날 대학의 딜레마는 한 마디로 ‘교육과 연구의 괴리’로 표현할 수 있다. 흔히들 대학의 연구는 교육의 기초가 되고, 나아가 사회 발전,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인간 가치를 증대시키는 핵심적 활동이라고 한다. 사회과학적 지식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공학적 지식은 산업 발전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며, 인문학적 지식은 삶의 품격을 높이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높인다. 교수치고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그 안을 살펴보면 솔직하게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원인은 오늘날 대학교수들이 생산하는 지식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지식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서 그 자체로 교육적 소재로 활용되는데 한계가 있다. 대학 교수의 지식 생산 활동은 출판이라는 형태를 통해 동료학자들의 인정을 받고 해당 지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과 공유하게 된다.

세분화된 지식ㆍ외국학술지 논문, 교육 활용엔 한계

지식 생산의 형태인 출판은 크게 논문의 출판과 저서의 출판으로 구분된다. 논문 출판은 세부적인 연구주제에 대해 비교적 간명한 실험, 결과 도출 등을 통해 동료 학자들과 연구 결과를 나누게 된다. 저서의 출판은 자신의 관점이나 사상에 대해 하나의 체계를 세워 이론적 탐색과 논의를 하거나,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그 논의를 뒷받침하는 형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출판 형태의 특성상 인문사회과학에서는 주로 저서의 출판을 선호하고, 이공계에서는 논문 형태의 출판을 선호한다.

그러나 랭킹 등 각종 대학평가들이 교수들의 논문 실적을 중심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하면서, 대학들은 저서보다는 논문 출판을 장려하고 저서에 대한 평가 비중을 낮추게 됐다. 결과적으로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은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저서 보다는 논문 출판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있고,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이를 풍부한 이론적·사변적 논의를 통해 발전시켜야 하는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조차 지식의 파편화라는 조류에 합류했음을 뜻한다.

특히 최근에는 각 대학들이 외국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기를 장려한다. 외국 대학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지식을 세계의 연구공동체와 공유하고, 우리나라의 학문적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논문을 외국에 출판하기 위해서는 외국 학술지들이 요구하는 연구의 관점, 데이터, 그들이 행한 선행 연구의 관점에서 우리의 연구결과를 해석할 것을 요구받는다. 또한 이러한 논문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적 맥락보다는 외국적 관점과 기대 수준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 대학교육에 직접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중요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와 같이 외국 학술지에 논문 출판을 권장하는 것은 대학평가 등 각종 평가 기관들이 미국의 민간 기업인 ISI에서 만든 논문 색인에 포함된 논문만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ISI라는 하나의 민간 기업의 색인에 전 세계의 학문 활동이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상업적 연구’ 교육활용ㆍ수입창출도 어려울 수 있다

이공계 연구의 경우 연구 결과의 상업화를 강조한다. 연구 결과의 상업화는 한편으로는 연구가 국제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자 및 그가 소속한 대학의 수입원을 늘리는 등 기여를 하게 된다. 흔히들 스탠퍼드, MIT, Caltech 등 연구 상업화에 성공적인 대학을 예로 들면서 연구 상업화의 성과를 논한다.

그러나 연구 상업화를 통해(예를 들면 특허) 대학의 수입을 늘리는 대학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많은 대학은 특허를 출원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우리나라 대학들 가운데 상업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대학의 수입을 늘리고 있는 대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1980년 미국의 Bayh-Dole Act 제정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생산한 지식의 사적 활용이 가능케 됨으로써, 대학들은 상업화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보다는 특허권, 저작권 등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대학이 만드는 특허는 실제로 대학의 수입을 높이는데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각종 특허, 저작권 등을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써, 건전한 학문적 소통과 연구정보 공개를 통한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지나치게 상업적 연구를 강조할 경우 연구결과의 교육적 활용도 어렵고 연구를 통한 수입의 창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연구 활동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급속히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들이 대학의 교육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되고, 연구를 중심으로 한 평가 체계는 교수들이 교육활동에서 관심이 멀어지게 한다.

대중화된 대학교육에서 교수들은 어떠한 연구를 해야 하는가? 대학에서 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연구는 각 학문 분야에서 대학교육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가 그 어떤 연구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기초연구, 응용연구, 혹은 개발연구와는 달리 ‘교육연구’라 불러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연구가 활성화될 때 교수들의 연구성과는 자연스럽게 교육활동과 연계되고, 연구-교육 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지식생산과 사회발전, 고등교육의 세계적 변화와 발전방향에 관심이 많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200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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