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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뇌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걸까
우울한 뇌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걸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12.0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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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37_ 뇌 연구 下

지난달 16일 오전 부산의 한 아파트 7층 주차장에서 네 아이의 엄마가 투신자살 했다. 그녀는 심한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엄마라는 존재와 우울증이라는 상태가 그녀를 저울질 했었다. 결국 우울증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우세해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것이다.

엄마가 되는 것과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것은 뇌의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호르몬은 여러 내분비선에서 분비된다. 뇌의 내분비선에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송과선이 있다.

시상하부에서는 방출호르몬과 억제호르몬이 분비된다. 대표적으로, 도파민은 뇌의 뉴런이 서로 정보 교환을 하게 한다. 뇌하수체는 전엽과 후엽으로 나뉜다. 뇌하수체 전엽은 시상하부에서 생산된 호르몬인 갑상선자극호르몬,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성장호르몬, 여포자극호르몬, 황체호르몬, 프로락틴을 분비한다. 뇌하수체 후엽은 자체로 호르몬들을 합성하고 혈액으로 분비하며 혈관 수축, 자궁 수축, 젖 분비 유도 등을 조절 한다. 송과선에서는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멜라토닌은 생체 리듬조절, 수면촉진, 생식선자극호르몬 억제, 면역강화, 사춘기 시작 조절, 노화과정을 지연 등을 담당한다. 감정과 관련된 뇌 부위 사이에는 수많은 신경 연결이 존재한다. 신경연결은 뇌하수체 자극호르몬의 분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살피기’ 가능케 하는 ‘집행기능’

엄마가 아기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비교 문화적으로 다양하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아이의 자율적이고 개인적인 개발을 중요시 한다. 다른 문화에서는 아이와의 상호 의존을 중요하게 본다. 어떤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항상 감시한다. 우리는 이것이 나쁘다고 말 할 수 없다. 엄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 누구의 것이 옳다는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문화권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극단적이고 나쁜 보살피기는 존재한다. 아동 폭력, 아동 성추행, 전쟁에서 아이들을 방패삼는 일 등이 그러하다.

신경행동학자 앨리슨 플레밍은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다. 플레밍 교수는 무엇이 아기를 보살피게 만드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뇌의 편도체는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 번도 출산을 해보지 않은 쥐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가 억제돼 있다. 그러나 엄마가 되면 호르몬이 억제를 제거한다. ‘보살피기’는 호르몬-조절 관련 환경 변화뿐 아니라 생각하고, 주의 기울이고, 기억하고, 계획하는 인지의 변화로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은 ‘집행기능’이라고 불린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신경전달물질, 신경발생, 감정 그리고 집행기능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도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발행한 첨단 연구 소식지 겨울호 (Winter 2013 <EDGE> Magazine, http://www.research.utoronto.ca/edge/winter2013)는 뇌 관련 특집을 다뤘다. 사진은 연구 소식지 기사‘우울증에 빠진 뇌 살펴보기(Inside the depressed brain)’에서 인용.

생물학이 엄마를 결정짓는 완전한 운명은 아니다. 보살피는 존재의 초기 경험은 유전, 환경 영향, 사회, 한 사람의 형태와 연관되어 형성된다. 플레밍 교수는 한 번도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쥐에게 새끼를 돌보게 해봤다. 처음에 그들은 새끼들을 거부했다. 그러나 약 5일 후 그들은 엄마들처럼 행동하였다. 비록 젖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기들을 혀로 핥으며 간호를 했다. 호르몬이 쥐의 뇌에서 새끼 돌보기 본성 혹은 역할을‘깨운’것이다. 인간 연구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왔다. 호르몬이 인간에게 엄마로서의 역할‘준비시키기’를 한 것이다. 아이에 대한 꾸준한 노출과 감각의 주입은 여자와 남자 모두에서 같은 양육의 충동을 만들었다.

매년 100만 명 자살 야기하기도

우울증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변연계 신경전달물질의 이상과 관련 있다. 정신질환은 외견상 뇌의 손상은 없으나 특정 신경전달물질 경로의 비정상적 활성과 연관된다.‘ 디프레션’은 우울증의 많은 이름 중 하나이다. 윈스턴 처칠은 그의 우울증을‘검은 개(the black dog)’이라고 불렀다. 어떤 이들은 우울한 상태를‘the blue’또는‘the blah’라고 부른다. 우울증의 구어적 표현은 모두 어둡고, 끝없는 터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우울증은 우울감의 짧은 기간보다 더 길다. 이것은 계속 진행 중인 깊은 절망감과 관련이 있다.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우울증은 35억 명 이상의 지구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단적으로 우울증은 자살을 야기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0만 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우울한 뇌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토론토대 정신의학 및 약물-독성학과의 메이어 교수. 그는 중독과 정신건강 센터(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 CAMH)의 수장이면서 우울증의 신경화학적인 분야의 캐나다 연구 의장이다. 그는 건강한 뇌를 가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과학자들은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믿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메이어 교수는 화학적 메신저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e)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파괴하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A(monoamine oxidase A, 이하 MAO-A)에 초점을 맞췄다. 뇌의 기분과 연관된 화학적 메신저들이 감소하면 사람들은 슬픈 감정 상태를 경험한다. 2006년 메이어와 그의 동료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MAO-A가 뇌에서 불치의 우울증과 연관됨을 밝혔다.

출산 후 여자들의 에스트로겐 수준은 상당히 떨어져 MAO-A 수준이 오르게 된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행해져 왔다. 오늘날 대표적인 항우울증 약물로는 프로작(Prozac)이 있다. 프로작은 신경경로로 분비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활성이 오래 지속되도록 해준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메이어 교수는 요즈음 자연적 건강 상품을 개발해 산후 우울증이 있는 엄마들의 MAO-A의 조절을 돕고 있다. 그는 폐경 전의 여성과 약물 중독자를 포함해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진 사람들의 MAO-A의 조절에 대한 중재를 연구 중이다.

무의식과 호르몬을 통해 본 생명체의 뇌는 경이로움을 뛰어 넘었다. 뇌는 알아갈수록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주고,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의 자신은 한 순간에 형성되지 않았다. 과거로부터의 모든 행위와 기억들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 인간답게 해주는 본성은 인류 시작부터 한결 같았다. 본성의 선악을 평가하는 것은 자신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뇌의 작용에 우리를 맡기고 끌려 다니는 꼴이다. 그보다는 주체적 삶을 이끄는 뇌로 변화시키기 위해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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